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 시작한 아르바이트
  학업과 아르바이트 병행이 가장 어려워
  시험기간에도 아르바이트는 멈출 수 없다

 

  최저임금 4,860원으로 먹고살기는 가능할까. 심층기획부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 중 대부분은 최저임금만으론 수입이 변변치 않아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투잡족’이었다. 그들은 모두 “최저임금만 받고 생활비를 벌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심층기획부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고지수 학생(사회학과 2)과 김영호 학생(전자전기공학부 1)의 아르바이트 현장을 따라가 봤다. 그들과 동행해본 결과, 최저임금 아르바이트는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덫’이었다.

  지난달 23일, 교대역 인근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고지수 학생을 만났다. 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어 올린 그는 목덜미까지 빠짐없이 단추를 채운 유니폼을 입고 기자를 맞이했다. 30도를 웃도는 숱한 무더위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을 내내 쐬며 일하는 그에게 감기에 걸리진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더워 죽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라 복장에 엄격하거든요. 유니폼 입고 일하다 보면 오히려 더워서 큰일이에요.”

  고지수 학생이 커피 전문점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것은 이제 막 두 달째. 고지수 학생은 친구인 김영호 학생의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두 달 경력이면 일을 손에 익히고도 남는 시간이지만 고지수 학생은 조만간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생각이다. “일주일에 일곱 시간 일하는 정도로는 크게 수입이 되지 않아서요.” 그는 주 2회, 하루에 세 시간 반씩 최저임금 4,860원을 받고 일한다. 그렇게 내내 엉덩이 붙일 틈 없이 서 있는 그가 받는 수입은 일주일에 3만 4천 원 정도. 한 달로 환산해 생각해도 생활비로 보태기엔 빠듯한 금액이다.

  오후 6시, 고지수 학생의 아르바이트는 걸레질과 함께 시작된다. 손바닥만 한 걸레로 손님이 빠져나간 테이블은 물론 건물 밖 화장실로 나가는 문까지 꼼꼼히 닦는다. 오늘은 주중에서도 손님이 많이 몰린다는 금요일. 다행히 한창 휴가철인 탓에 평소보단 한가한 편이다. 하지만 손님이 적다고 해서 아르바이트생까지 여유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분한 매장 분위기와는 달리 고지수 학생은 분주해 보였다. 음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용기를 세척하거나 매장을 정리하는 등 잔일이 쉼 없이 이어졌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고지수 학생과 함께 일하던 직원 한 명이 퇴근을 준비한다. 이제 김영호 학생이 출근하는 오후 9시까지 매장을 지키는 아르바이트생은 고지수 학생뿐이다. 이후부터 커피 내리는 일은 점장이 도맡아 하고 고지수 학생은 그외의 나머지 일을 담당한다. 손님이 들어오면 주문을 받다가 주문된 음료를 준비하고, 손님이 나가면 뒷정리하는 일을 반복하는 식이다.

  오후 9시, 마감 시간까지 일하는 김영호 학생의 출근에 때맞춰 손님이 북적거린다. 서로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갑자기 몰려드는 손님에 두 아르바이트생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이렇게 약 30분 정도 겹쳐 일한 뒤에야 고지수 학생은 퇴근을 준비한다. 서둘러 머리를 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그가 아르바이트를 마치는 시간은 오후 9시 30분.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면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이제 뒷일은 오롯이 김영호 학생의 몫이다. 오후 9시부터 세 시간 반 동안 매장을 지키는 김영호 학생의 일은 고지수 학생보다 더 고되다. 오후 10시부터 시급 1.5배의 야간수당을 지급받긴 하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까닭이다. 야심한 시각이다 보니 취객이 들어와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마감시간에는 넓은 매장을 쓸고 닦는 것은 물론 쓰레기통도 전부 비워야 한다. 상대적으로 힘쓰는 일이 많다보니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김영호 학생은 고지수 학생보다 한 달 먼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지수 학생이 오기 전에는 네 시간씩 일했는데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더 고용하면서 일하는 시간이 30분 줄었다. 문제는 그만큼 수입도 적어진다는 것. “제가 따로 과외를 하니까 생활비가 충당되지, 만약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커피 전문점 아르바이트만으론 힘들 것 같아요.”

  고지수 학생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모님에게 생활비로 손 벌리기 싫어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지수 학생 역시 최저임금으로는 수입이 적어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학생을 가르치는 화상 과외 아르바이트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시급은 학생에 따라 8천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보수는 과외 시간에 따라 정산돼 한 달 수입이 많게는 30만 원, 적게는 7만 원까지 편차가 심하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생각은 모든 아르바이트생의 공통분모였다. 김영호 학생의 경우 지난 학기 기말고사와 함께 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다음날 시험을 앞두고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마쳤을 때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고지수 학생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전 9시 시험이 남아있는데 밤늦게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그날의 수면은 포기해야 한다. “시험기간은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학교와 집, 아르바이트 장소를 오가며 생활해요.”

  고지수 학생에게 최저임금 4,860원에 만족하냐고 물었더니 즉각 “이 시급으로 먹고살기엔 턱없이 적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시간을 일해도 밥 한 끼는커녕 햄버거조차 사 먹을 수 없는 돈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최저임금이 적다’고 체감했던 때는 아르바이트에 늦을까 봐 집에서 택시를 탄 날이다. “택시비로 6천 원을 날렸더니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제 시급으론 집에 갈 택시비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 고지수 학생에게 내년에 최저임금이 5,210원으로 오른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그나마 낫다’며 한숨 돌리는 모습이었다. “5천 원만 넘으면 숨통은 트일 것 같아요. 앞으로 적어도 최저임금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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