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알바생이다
  글 싣는 순서
  ① 최저임금 4,860원의 덫
  ② '검은 돈'에 손이 간다
  ③ 20대를 알바생으로 살게 하는 것들

  기획을 열며
  심층기획부는 한 학기에 걸쳐 20대,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20대의 민낯 중에서 역사적인 첫 기획을 장식한 것은 아르바이트생인데요. 이제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일이 더 이상 유난스럽지 않은, 도리어 상식적인 분위기입니다. 심층기획부는 이 ‘당연함’에 물음표를 던져봤습니다. 3주간의 알바생 기획을 통해 대학생이 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지 끈질기게 질문해보려고 합니다. 최저시급 4,860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돈을 벌기 위해 고소득 알바를 찾아 ‘검은 돈’에 빠지는 등 아르바이트의 덫에 발이 묶인 대학생들. 도대체 무엇이 대학생을 알바생으로 만들었을까요? 오늘, 알바생 기획의 포문을 엽니다.

  시급과 노동강도 천차만별. 알바라고 다 같은 알바는 아니었다
  “하대하는 손님 때문에 다신 꼬리칸 알바 하고 싶지 않아”
  인터뷰 대상의 시급 격차는 최대 7.2배

 

 


  수많은 열차칸을 이끌며 ‘알바열차’는 달렸다. 20대들은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바천국을 뒤졌고 노동의 현장만이 대학생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됐다.
  알바라고 다 같은 알바는 아니었다. 계급은 노동강도와 시급을 기준으로 나뉘었다. 꼬리칸 탑승객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도 고된 노동을 해야 했고 머리칸 탑승객들은 최저임금의 두세 배가 넘는 높은 시급에 힘들이지 않고 일했다. 기자는 알바열차에 올라탔다. 알바열차 이곳저곳을 누비며 들은 탑승객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꼬리칸
  편지수 학생(문예창작전공 2)은 꼬리칸 탑승자다. 최저임금 4,860원을 받으며 ‘ㅁ’ 패스트푸드점에서 야간근무를 한다. 서울캠에서 시급 6,000원을 받으며 근로장학생 알바도 하고 있지만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시간조정이 자유로운 일을 원해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시작했다.

  편지수 학생은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치고 지나치게 고된 노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울캠에서 근로장학생 알바를 마치고 나면 곧장 수원에 위치한 ‘ㅁ’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한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다. 주문을 받다 손님이 없으면 로비로 나와 바닥과 테이블을 치우고 손님들이 두고 간 쟁반을 닦는다. 마감준비 전까지 손님이 몰리면 카운터, 없으면 로비를 반복하는 식이다. 10시 반이 되면 편지수 학생은 마감준비를 한다. 모든 조리 기구를 씻는 것이다. 그의 근무시간은 새벽 1시까지다. 초과근무를 했을 때 추가수당은 0원. 그가 가장 늦게 퇴근했던 시간은 새벽 1시 45분이었다. 근무시간 동안 그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은 법정 휴식시간뿐이었다.

  그가 꼬리칸을 원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과외 같은 ‘꿀알바’는 그의 선택지에 없었다. 편지수 학생은 “내가 누굴 가르칠 능력이 됐다면 나도 꿀알바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꼬리칸에서 마주친 두 번째 탑승객은 사회대에 재학 중인 윤남주 학생(가명)이었다. 그는 중대병원 앞 ‘ㅍ’ 제과점에서 마감파트를 맡고 있었다. 다른 꼬리칸 탑승객들처럼 그도 최저임금을 받았다. 그는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급히 알바를 구하던 중 제과점 알바를 시작하게 됐다. 윤남주 학생은 진열대 정리·식기 및 음료기계 세척·포장·계산 등의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막노동 정도는 아니겠지만 제과점 알바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고 운을 떼며 진상손님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돈이나 빵을 던지거나 소리 지르고 욕하는 손님 등 제과점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해보지도 못한 손님들이 그를 괴롭혔다. 윤남주 학생은 “하대하고 무시하는 손님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근무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는 데 더해 정신적 피로도 쌓이다 보니 알바가 끝난 후 매번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간다. 그는 “적은 시급을 받더라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신 이런 일을 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윤남주 학생은 지난달 ‘ㅍ’ 제과점 사장에게 알바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중간칸
  기자는 중간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엔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술집에서 시급 6,000원을 받고 일하는 임건우 학생(경제학부 2)이 있었다. 사실 그는 과외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술집알바를 하는 이유는 ‘사회생활 경험’이었다. 그는 “편의점이나 학원알바도 해봤다”며 “하지만 그런 알바보다 술집 알바가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건우 학생이 일하는 술집은 단체손님이 많아 정신없이 바쁘고 항상 뛰어다녀야 한다. 이따금씩 하는 실수에 주인 아저씨의 꾸중이라도 들으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임건우 학생은 술집알바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술집알바를  “노동강도와 시급을 고려했을 때 딱 6,000원짜리 알바”라고 말했다.

  인문대에 재학 중인 박현서 학생(가명)은 집 근처 ‘ㅇ’통신사에서 전화로 핸드폰 교체를 권유하는 알바를 한다. 7시간 근무에 일당 4만 원이니 시급으로는 5,710원 정도. 여기에 한 건 성공할 때마다 2만 원의 추가수당을 받는다. 박현서 학생은 “그냥 용돈을 벌 목적으로 알바를 한다”고 말했다.

  박현서 학생이 하는 일은 그저 전화로 핸드폰 교체를 권유하는 것이다. 그에게 육체적 고통은 없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는 동료들과의 불편한 관계, 화내는 고객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지만 “그런 반응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박현서 학생은 “2주 동안 50만 원을 벌었다”며 “해본 일 중에 가장 쉬운 알바였음을 감안하면 그리 적게 번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 또한 중간칸 알바에 매우 만족했다.

  머리칸
  머리칸은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급이 높았다. 문득 영화 <설국열차>에서 단백질 블록을 먹던 꼬리칸 사람들과 맨 앞 엔진칸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있던 윌포드가 생각났다. 마침 안솔 학생(경제학부 2)은 본인을 ‘알바계의 윌포드’로 비유했다. 그는 “설국열차처럼 알바에 계급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윌포드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솔 학생은 현재 해커스어학원에서 온라인 첨삭 알바를 하고 있다. 한 학생의 글을 첨삭하는 데 2,000원. 5분이면 하나를 끝내니 시급으로 환산하면 24,000원이다. 그는 용돈벌이로 알바를 한다고 했다.

  안솔 학생은 지금까지 매번 고소득 알바만 해왔다. 영어 특기자로 중앙대에 입학할 정도의 어학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중앙대 입학 후 고등학교 때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알바를 했다. 두 시간 수업에 35,000원. 시급으로는 17,500원인 셈이다. 학원생들 중 몇 명의 개인 과외도 했는데 두 시간씩 8번 수업에 56만 원을 받았다. 시급으로 치면 35,000원이다. 교육열이 높은 대치동에서 이 정도는 그리 높은 편도 아니란다. 그는 주변에서 꿀알바생,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이종가 학생(경제학부 2)도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알바를 했다. 그는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 3시간 반 수업에 4만 원을 받는다. 시급으로 11,430원가량 된다. 그가 학원알바를 하는 목적은 부족한 용돈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편의점, 식당, 막노동 등 여러 가지 알바를 섭렵했다. 그런 후에 그가 내린 결론은 ‘도저히 할 만한 짓이 아니다’였다. 특히 그는 “막노동을 세 번쯤 했는데 일은 엄청나게 힘들고 제대로 못하면 평생 들을 욕을 거기서 다 듣는다”며 “막노동을 하면 공부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달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이종가 학생이 일하는 학원은 복사기도 없고 교재를 자비로 구입하는 등 지원이 열악한 편이다. 하지만 머리칸 탑승객인 그는 역시나 시급이 높아 자신의 일에 만족했다.

  알바에 계급이 생겨난 원인에 대해 누군가는 ‘능력’이라고 답했고 누군가는 ‘노력’이라고 답했다. ‘꿀알바를 얻으려면 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노력하면 누구나 꿀알바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알바열차 안으로의 물음은 중요치 않았다. 그보단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20대가 알바에 전념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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