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벌어 정승같이 쓴다. 돈은 노력해서 열심히 벌고, 낭비하지 말고 필요한 곳에 보람 있게 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대학생에게 이 속담은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기자가 4,860원으로 생활해봤더니 5,000원도 채 되지 않는 돈으로 하루를 보내기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최저임금으로는 한 끼 식사 메뉴조차 맘대로 고를 수 없다. 무더운 날씨에 냉면이 생각나 근처 냉면 가게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벽에 걸린 메뉴판의 냉면은 5,500원이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하면 1시간 12분가량 일해야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다. 4,860원으론 땀을 식혀줄 냉면 한 그릇을 넘볼 수 없었다. 다른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밥값이 저렴하다는 대학가지만 최저임금 4,860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밥값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5,000원 미만인 식당은 드물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법학관 학생식당에서 3,000원짜리 냉모밀을 시켜 먹어도 가슴 속 열이 식지 않는다.

  식사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후식도 예외는 없다. 이번엔 학교 주변의 유명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피향에 이끌려 가게로 들어섰지만, 가격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가 5,300원. 고민 끝에 그나마 저렴한 4,4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거스름돈 460원을 받자 후식은 사치인가 싶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대학생에게 문화생활은 ‘과소비’일지도 모르겠다. 요새 흥행하는 영화를 보러 가기엔 겨우 한 시간 일하는 돈으론 턱도 없다. 영화표가 8,000원이니 이미 3,140원이 모자란다. 게다가 영화에 팝콘이 빠지면 심심한 법. 4,500원짜리 팝콘과 2,000원짜리 콜라를 고르면 계산대에 벌써 6,500원이 찍힌다.

  통학마저 최저임금 4,860원으로는 불가능하다. 흑석동에서 기자가 사는 노원구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 택시를 타면 44분, 2만 2천 원이 드는 거리다. 결국 평소처럼 상도역행 버스에 올라 장암행 지하철로 갈아탄다. 편도요금이 현금으로 3,550원이니 왕복은 7,100원. 1시간 반 뒤 땀에 젖어 귀가한 기자의 주머니에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과 310원의 동전이 남아있다. 개처럼 벌어 거지같이 쓴다는 말이 오히려 맞겠다.

  이번엔 대학생 주요 지출목록 5가지를 정해 최저임금으로 환산해봤다. 첫 번째는 연애다. 평균적으로 1회 데이트 비용이 4만원, 매주 2번씩 데이트를 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32만 원이 든다. 66시간을 일해야 달콤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취다. 흑석동의 평균 월세는 35만 원. 알바생은 72시간을 일해야 겨우 발 뻗고 잘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집만 구한다고 끝이 아니다.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도 문제다. 한 달 평균 생활비 38만 원은 78시간을 더 일해야 마련할 수 있다. 등록금도 만만치 않다. 중앙대 한 학기 평균 등록금 392만 원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면 알바생은 807시간동안 일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취업을 위한 어학연수도 빼 놓을 수 없다. 올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표한 평균 어학연수 준비비용은 약 1,420만 원.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은 어학연수 자금을 준비하는 데만 2,922시간이 걸린다. 이는 하루에 8시간씩 꼬박 1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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