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가 성추행할까봐?’ 여느 때처럼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 앞에 앉은 A군은 인터넷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놓은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선정적인 문구를 본다.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일.

클릭해 보니 올해부터 산타클로스 옆에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약하다. 하지만 옆에 ‘최근 가장 많이 읽은 기사’ 목록에는 ‘충격 키스신, 누드파문’ 등 구미를 당기는 갖가지 기사들이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다. 마우스 클릭은 몇시간이고 계속될 수 밖에. 

포털 사이트에 기존 언론사의 기사를 종합해 놓은 미디어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생긴 낯익은 풍경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각 신문사 사이트를 하나하나 들르지 않아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간편함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의 기사를 수거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로서의 과제와 한계에 대한 지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단 현재 포털사이트의 미디어 콘텐츠에서는 앞서 나왔던 것처럼 깊이 있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기보다 페이지뷰를 올리기 위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을 주로 배치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기사 부제와 다른, 압축적이고 강렬한 형태의 제목을 홈페이지에서 보여주어 저작권과 관련한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기사의 신뢰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포털 업체인 다음미디어 김응식 편집장도 기사의 신뢰도 추구에 동의하며 “가치있는 정보의 신속한 수집 및 가공능력을 갖춘 기존의 미디어와 포털 미디어가 갖춘 정보의 유통파워를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포털 사이트의 미디어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한계는 인력의 절대 부족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10명이 하루 7~8000개의 기사를 분류하고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보다 웹지식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뉴스편집 과정에서의 내부 검증 과정이나 판단 기준도 모호하다. ‘일단 클릭하고 보자’는 심리를 일으킬만한 것이 편집 과정에서 최우선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 7월에는 5개의 대표적인 스포츠 신문이 대형 포털 사이트에 기사 공급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헐값에 넘기던 기존의 관행에 대항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 비용을 지불하는 파란닷컴에만 기사를 제공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예상과 달리 포털 사이트의 뉴스미디어는 오히려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할만한’ 가십거리들이 더 많아졌다.

노컷뉴스나, 무슨 뉴스 등 신생 대안언론 사이트에서 가져다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더 자극적인 부제로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며 기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 이외의 온라인 미디어의 활성화를 부추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언론사 닷컴에서는 좀더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 자체 생산한 기사들을 재생산하기 위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역시 수요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미디어의 역할과 관련한 대안으로 요즘은 ‘신문과 온라인저널리즘’을 함께 이야기하며 전문성 있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뉴스사이트가 개설되고 있기도 하다.

한 시사주간지에서 사회의 각 분야 전문가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9위로 ‘미디어 다음’이 꼽혔다고 한다. 이것은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책임의식을 재고하기에 충분한 이유다. 물론 페이지뷰가 직접적인 광고수익으로 직결되는 만큼 눈길을 끄는 배치가 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디어 공급의 확대 재생산이 근본적으로 힘든 이러한 구조에서는 어떤 미디어든 장기적인 안목에선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현 포털 사이트 내 미디어 콘텐츠의 내실있는 편집력 강화는 미디어 산업 전체의 과제인 셈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