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개설된 한 사진학과의 교수가 첫 수업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사진을 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범없는 고을에 토끼가 훈장을 하는 셈이지요. 여러분들이 부지런히 공부해서 빠른 시간 내에 이 자리를 채워주길 바랍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정말 그의 바람대로 많은 졸업생들이 직접 후배를 가르치는 강단에 서서 자리를 든든히 채우고 있다. 신생과로써의 애로사항은 옛말이 되어 이젠 지난 흔적을 돌이켜볼 만한 수많은 이야깃거리들과 뛰어난 업적까지 가지고 말이다. 지난 23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중앙대 사진학과 40주년 기념 동문전 ‘6404사진의 흐름’에서 그 보따리들이 풀렸다.

  한 학과의 40주년 기념전에 감히 ‘사진의 흐름’이라는 개괄적인 느낌의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하지만 자만이 아니다. 실제로 중앙대 사진학과는 1964년 국내 대학에서는 최초로 사진을 순수예술로 인식해 학과로 개설한 이래, 수많은 사진가를 배출하며 학과 졸업생들의 작품을 살펴보는 것이 곧 국내 사진계의 흐름을 짚어보는 것과 맥을 같이 하게 될 정도로 성장해 왔다. 뿐만 아니라 40여개로 늘어난 타 대학의 사진관련 학과 교원의 50% 정도가 중앙대 졸업생들로 구성되어, 사진교육계에서도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영수, 양종훈, 임영균 등 동문 70여명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서라벌예대 시절 당시 초대 학과장을 맡았던 고 임응식의 작품은 한국 사진계의 모태라는 수식어를 가진 작가의 약력과 함께 당시 거리의 소박한 군중의 모습을 담아내며 시대적 상황을 짐작케 한다. 

 또한 보도사진 분야의 최재영 박일, 광고사진 분야에서 유명한 이종근 유경선, 패션사진의 김유철 등 순수예술과 더불어 세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각 분야 작가들의 사진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실 안에 빼곡히 자리한 작품들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칼라는 고사하고 흑백필름마저도 마음껏 쓸 수 없었다는 1기 입학생의 회고마저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각양각색의 칼라를 띠고 있다. 전시를 담당한 권순평 교수는 “40년간 유수의 사진가들을 양성한 중앙대 사진학과. 이번 전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칼라든 흑백이든 중요한 건 사진하는 이의 마음가짐이다.“10년 뒤엔 저희의 사진도 걸려있겠죠”라는 이미연씨(예술대 사진학과 3)의 말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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