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인연 맺으믄 어떠합네까?”

요새도 이렇게 투박하고 촌스러운 청혼이 있을까. 옛날옛적 두메산골 수줍은 돌쇠가 용기를 내어 향단이에게 ... 사실, 제주도 신화 속 가믄장 아기. 그것도 한 처녀의 프러포즈다.  

남자에게 당당히 같이살자 말하는 ‘가믄장 아기’처럼 남성 중심의 연극판에선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들이 의기투합해 일을 낸다. 지난 몇일부터 열리고 있는 여성주의 연극제, ‘맹랑한 배꼽들, 놀까? 놀자 놀자’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연극판에서 여성배우는 눈에 띄게 이쁘다거나, 창녀거나, 아니면 아예 뚱뚱하다" 가믄장 아기의 연출가 김지연씨는 연극 속 여성을 이렇게 요약한다. 한마디로 ‘보통 여자’들이 부재한 연극계. 이는 남성 중심의 작갇연출가로 인해 세상 거의 모든 ‘보통 여자’들은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젠더크리에이티브에서는 여성 예술가들이 성장하기 힘든 척박한 작금의 현실 아래, 힘들게 치러질 수 있었다. 조금의 예산이 보조받을 뿐, 사비로 해결되고 있다.

극장 앞에 전시되어 있는 100여 명의 배꼽 사진들은 배꼽을 경계로 위 아래의 신체적 특징으로 구분되는 여자와 남자의 이분법에 도전하는 여성 예술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어머니, 즉 여성의 흔적인 배꼽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빨간 배꼽(가믄장 아기), 녹색 배꼽(쑥부쟁이), 노란 배꼽(아러미ㅏ?) 등 갖가지 색의 배꼽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행사에서는 연극 뿐만 아니라, 무용을 비롯해 폐막식에서는 밴드 공연이 준비되어 있어 관객들의 흥미를 준다.

배우 김지롤씨는 “남자에게 책임지워지는 의무나 책임 때문에 항상 부담스럽다. 가믄장 같이 기댈 수 있는 여자는 서로 함께 해 나가는 동반자의 느낌이다. 이 세상의 반만 그런 커플이라면 남자도 사는 데 즐겁고 여자도 더 행복할 것이다.”

공연 내내 웃던 6살짜리 내 딸에게도 저런 자궁이 있지 하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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