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세상을 그려내는 수단으로 붓을 잡는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지그시 누른 건반으로 세상을 펼쳐낸다. 엘리자베스 브라이트, 건반 위에 피어난 그녀의 섬세한 손끝은 한 올 한 올 아지랑이가 되어 지브리의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세상을 음악으로 그려내고 있기에 ‘지브리의 뮤즈’라 불리기도 한다. 그녀가 전하는 지브리 음악의 아름다움은 어떤 모습일까.
-‘지브리의 뮤즈’라고 알고 있다.
“제겐 영광스러운 표현이에요. 2009년 지브리 영화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한 <Piano Ghibli> 앨범을 발표한 이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공식 연주 라이선스를 얻었습니다. 지브리 음악에 녹아있는 감정의 공명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편곡의 아름다움 덕분에 지금까지도 지브리와 연을 이어가고 있죠.”
-편곡과 연주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브리 음악의 본질을 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화려한 기교를 피하려고 노력하는데요. 대신 원곡의 멜로디와 화음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가능한 한 담백하고 깔끔한 편곡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죠.”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과 지브리 음악의 다른 점은.
“클래식은 인간 본연이 지닌 감정을 망라하는 멋진 음악이지만, 클래식이 보여주는 세계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선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지브리 음악은 지브리만의 고유한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선율을 주제로 하기에 대중들의 마음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죠.”
-지브리 음악만이 가진 아름다움은.
“지브리 음악은 마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처럼 단순한 구성이 특징인데요. 저는 지브리 음악이 지닌 이러한 ‘단순함’이야말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의 내면에 보편적으로 깊이 뿌리 내린 감성과 기억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지브리 음악은 대중들의 마음 한구석을 두드리며 왠지 모를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