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1001마리의 소떼와 함께 판문점을 넘었다. 이 ‘소떼 방북’은 금강산 관광 사업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 1001이라는 숫자는 기존의 남북관계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 소떼는 어디를 향해야 할까. 통일이라는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이 어렵다면 남북경협이라는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족들의 일대기 
  남한과 북한 간의 경제협력(남북경협)은 1990년 8월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과 「남북협력기금법」이 제정됨에 따라 시작됐다. 2000년 12월 서명된 ‘4대 경협합의서’는 남북경협을 활성화하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이후 ▲금강산 관광 사업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사업 ▲철도·도로 사업을 3대 남북경협 사업으로 추진한 결과 1998년 2억 달러 선에 그쳤던 남북 교역액은 2007년 18억 달러 규모로 큰 성장을 이뤘다. 이정희 교수(경제학부)는 “남북경협의 주목적은 경제 교류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북경협은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인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며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3월에는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발하며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됐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은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고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를 불허한다는 내용을 담은 ‘5·24 조치’를 발표했다. 그 결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이 전면 중단되며 정체를 겪었다. 이후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인해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지되며 남북경협은 완전히 중단됐다.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최대 산물이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5년 말까지 개성공단의 누적 생산액은 32억 3000만 달러 수준으로 원화 환산 시 약 3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른 국가의 사례와 달리 개성공단은 잠정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두 주체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특수성이 존재했다”며 “남한과 북한이 함께 경제활동을 모색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밝혔다. 2015년 말 기준 개성공단의 평균 임금은 약 162.9달러로 중국·베트남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경공업 분야의 중소기업이 주를 이룬 개성공단의 특성상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주요했다. 이정희 교수는 “북한 근로자의 저렴한 임금은 인력난을 겪던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게 된 요인”이라며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저렴한 임금이 결합하며 서로에게 이득이 됐다”고 말했다. 

  한 지붕 아래서 살려면 
  개성공단의 폐쇄에서도 볼 수 있듯 현재까지의 남북경협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남북경협이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재개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우선 항구적인 법·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대북 정책의 기조나 통일 방식에 대한 논의가 바뀌었다. 개성공단의 사례에서도 봤듯 정치·군사적 요인과 경제협력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어렵다. 그 해결책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 한 국가에서 분리돼 나온 양국은 수자원 분쟁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국가는 1962년에 향후 99년간 유지되는 ‘용수공급 협정’을 체결했다. 그 과정에서 국제연합(UN)에 협정 내용을 등록해 이를 국제법에 따라 충실히 이행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다. 이처럼 국제법에 의거해 남북경협에 필요한 법·제도를 마련한다면 남북이 정치·군사적 요인에 의해 협력을 쉽사리 파기할 수 없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경제협력 분야에 피해를 주는 방식은 자유 무역의 규칙에서 발생하면 안 되는 문제”라며 “남북이 정치·군사적 요인에 의해서 협력을 깨지 못하도록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법·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교수는 “북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려면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의 개선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남북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참여를 증진해야 한다. 다른 국가의 단체나 기업이 남북경협에 함께 참여한다면 협력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소시키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남북경협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경제협력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유럽은 ‘인터렉(Interreg)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내 접경지의 협력을 지원하며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결속력을 강화했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남북경협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표준에 맞춰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남북경협의 지향점인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한과 북한은 한반도라는 공간 안에서 국경을 맞댄 채 사는 이웃이다. 그렇기에 이웃 간 얼굴을 붉힐 일이 없도록 협력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경협은 이웃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이사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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