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를 청(靑)에 해 년(年)자를 쓴 ‘청년’은 신체·정신적으로 한창 무르익은 시기의 사람을 뜻합니다. 기획 ‘청년(聽晛)’은 들을 청(聽)자와 햇살 년(晛)자를 써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사회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다뤄볼 주제는 통일입니다. 청년은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지만, 통일 담론에선 실상 존재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부가 통일을 향한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신지윤 기자 neoyoon@cauon.net

청년 세대 통일 필요성 못 느껴 
정치권의 대북 담론에 피로감만 

통일 편익이 주요 판단 근거  
청년들을 위한 공론장 마련해야

‘우리의 소원은 통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동요 <우리의 소원>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동요를 따라 부르고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배웠던 어린이들은 어느새 어엿한 청년이 됐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들은 통일을 바라기는커녕 관심조차 주지 않는 실정이다. 청년들이 통일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와 청년 세대의 통일 인식을 함양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살기도 힘든데 통일은 무슨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됐을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는 국제 종합대회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됐다. 초창기에는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대 의견이 들끓었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의 모습을 보며 하키 경기장은 단일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우리는 하나다!’ 구호로 가득 찼고 여론은 달라졌다. 비록 남북 단일팀의 성적은 좋지 못했으나 국제 대회에서 탄생한 여러 단일팀의 마중물이 됐고 북한과의 교류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이와 더불어 대북 특사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2018년은 남북 관계의 진전 가능성을 보인 해였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오늘날의 국민은 통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675명을 상대로 통일 인식을 조사한 「2023년 국민 통일의식 조사」(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조사팀, 2023)에 따르면 통일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67.3%였다. 통일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는 ‘큰 부담만 없다면 통일되는 것이 좋다’와 ‘반드시 통일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약 68.6%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 결과를 통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통일에 관심이 있으며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만 20세 이상 만 39세 이하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청년들의 통일·현실·대북 인식 등을 조사한 「2030 청년 통일대토론회 결과보고서」(통일과나눔, 2023)에 따르면 ‘상당 기간 현 공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와 ‘통일이 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56.4%로 과반을 차지했다. 또한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8.6% 정도에 불과했다. 응답자 과반이 통일에 무관심하고 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통일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통일이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큰 이유”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청년 세대와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학성 교수(충남대 정치외교학과)는 “청년 세대는 사실상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며 “북한의 독재와 핵·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궁금증이 오히려 저해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대신문은 3월 18~22일 5일간 만 18세에서 만 34세 청년 101명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과 관련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통일 편익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 문항에서 ‘정확히 알고 있다’와 ‘대략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45.54%였다. 통일이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A학생(경영학부)은 “손익을 계산했을 때 이득이 있거나 청년들이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손해가 예상된다면 통일에 찬성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2030 청년 통일대토론회 결과보고서」에서 통일이 필요가 없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남한 경제에 손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약 31.7%로 가장 높았다. 또한 ‘남한주민의 막대한 통일비용 부담’은 약 38.6%의 응답을 받아 통일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꼽혔다. 조성찬 원장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현재의 청년 세대는 자신의 앞가림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청년들에게 통일비용까지 지게 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부담감의 기저에는 청년 세대의 삶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깔려 있다. 청년들이 현재의 생활 수준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의 약 31.3%였으며 20대가 ‘시대를 가장 잘못 타고난 불운한 세대’라고 생각한 비율 또한 약 41.1%였다. 조창영 학생(아주대 정치외교학과)은 “한국 사회에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무한경쟁의 사회 형태가 등장하면서 먹고살기 바쁜 청년들은 남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국가로부터 교육받은 통일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년들은 지쳤다 
  앞서 중대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통일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소에는 ‘정치권의 대북 담론’이 약 55.1%, ‘대북 정책’이 응답률 약 38.8%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강현 학생(정치국제학과 4)은 “진영 간 치명적인 갈등으로 오락가락하는 여론과 일관성 없이 바뀌는 통일 정책에 지친다”고 밝혔다. 조성찬 원장은 “현재 대북 정책은 대립 혹은 협력으로 양분돼 있다”며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모적인 논쟁과 정책 후퇴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대다수의 청년은 정치권의 대북 담론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대북 담론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는 진영 논리를 위한 카드로만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공개한 ‘북한 인권에 대한 국민인식 변화 양상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는 과도한 정치적 프레임으로 악용되고 있다. 조성찬 원장은 “이미 편견에 사로잡힌 기득권층이 거론하는 인권 관련 메시지는 크게 오염된 상태”라며 “청년들은 당연히 이러한 메시지에 피로감과 반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창영 학생은 “북한 관련 이슈는 대개 정치적인 피로를 수반한다”며 “정치권에서 북한 인권을 정치적 장치로만 이용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모두’의 소원은 통일 
  청년들은 무조건적으로 통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옛날처럼 ‘한민족이기 때문’이라는 당위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청년 세대는 북한과 이미 너무 멀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통일이 합리적인 이익을 수반한다고 판단할 시 청년들은 통일에 우호적인 태도를 가질 것이다. 실제로 조창영 학생은 “통일이 청년들에게 합리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판단한다면 통일 인식은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성 교수는 “통일문제는 단지 남북한 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통일은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통일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청년들의 통일 인식 고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창영 학생은 “과거 수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할 적에는 통일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청년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교류가 중단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등 부정적인 뉴스만 접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비관적인 시각이 많아진 것”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이 생활 속에서 북한을  접해보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상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시협의회 청년위원장은 “청년층의 통일 인식 증진을 위해 한국에 있는 북한이탈주민들과의 소통의 창구를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가 대북 정책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청년층의 혼란을 방지한다. 조성찬 원장은 “남북 관계를 객관적으로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을 견지한다면 통일을 준비하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청년층의 통일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준서 학생(정치국제학과 2)은 “한국의 대북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너무나 큰 틀에서 변화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뒤집는다면 어떤 정책이든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이와 마찬가지로 대북 정책도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정치권들과 통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중대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통일 문제에 관해 청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묻는 문항에는 오직 약 2.97%의 응답자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청년 세대의 통일 담론에 정작 청년은 없다는 것이다. 전예린 한반도정책컨센서스 대표는 “청년들은 기성세대 진영 갈등의 온상이 되어버린 통일 담론이 자연스럽게 정치인들만의 영역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며 “자의로든 타의로든 청년들이 한반도 담론에서 배제돼 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이 단순한 청중이 아닌 주인공이 되어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나눌 공론장이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준서 학생은 “청년들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통일에 관심이 많다”며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에게 청년들을 믿어 달라 부탁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통일은 비단 윗세대만이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주체는 오늘날의 청년들이다. 이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지며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면 통일은 더 이상 상상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렇기에 국가와 사회는 청년들이 북한을 접할 수 있는 경로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의 소원인 통일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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