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의 문화, 이른바 ‘실버 문화’는 소수만이 향유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노년층의 인구 비중이 증가해 초고령사회를 앞둔 지금, 실버 문화는 더 이상 소수만의 문화가 아니다. 또한 늘어나는 노인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듯 실버 문화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복지회관 등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본인의 흥미를 찾아가기도 하고 팬덤을 형성하며 주도적으로 노년을 즐기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실버 문화는 어떻게 노인들의 삶에 녹아들었을까. 사진부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인여가복지시설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취미·여가 활동을 돕고 있다. 하모니카나 우쿨렐레 교육과 같은 취미 교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취미를 살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정철 센터장은 봉사 활동이 취미·여가 활동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타인을 만날 수 있는 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취미를 혼자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동체로서 취미·여가 활동을 즐기도록 도움을 줄 수 있죠.” 글·사진 문준빈·최예나 기자
노인여가복지시설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취미·여가 활동을 돕고 있다. 하모니카나 우쿨렐레 교육과 같은 취미 교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취미를 살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정철 센터장은 봉사 활동이 취미·여가 활동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타인을 만날 수 있는 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취미를 혼자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동체로서 취미·여가 활동을 즐기도록 도움을 줄 수 있죠.” 글·사진 문준빈·최예나 기자

함께 배우며 “날마다 즐겁고 행복해요.”

 전국 각지의 노인여가복지 시설에서는 악기나 체조 등 다양한 교육·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기자는 대한노인회에서 진행 중인 트레몰로 하모니카 수업에 찾아가 보았다. 대한노인회가 운영 중인 모든 프로그램은 지원자가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정철 대한노인회 광주광역시연합회 자원봉사지원센터장은 노인을 위한 여가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건강한 노인 중 과반수가 여가 프로그램 서비스를 원해요. 대한노인회에서 개설한 프로그램도 공급에 비해 수요자가 더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노인 여가를 지원할 수 있는 시설이 확대돼야 하죠.”

 8일 찾아간 금천50플러스센터의 무릎카혼과 우쿨렐레 수업에도 진지하게 연주에 몰두하는 노인 수강생을 접할 수 있었다. 노인들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어수룩한 손길로 음악을 천천히 연주해 갔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옆자리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배움의 즐거움을 느껴 나갔다. 노년층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취미에 입문하기도 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여가 생활을 함께했다. 이회자(70)씨도 무릎카혼을 배워 공연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처음엔 딸이 센터를 소개해 줘서 다니게 되었어요. 카혼을 연주한 지 벌써 2년이 넘었죠. 1년에 한 번, 개관일에 다 함께 음악회를 해요. 직접 공연을 준비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트로트에서 시작된 실버 문화의 발전

 비주류로 밀려났던 트로트 음악 장르에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노년층의 팬덤 문화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기존 10대, 20대만이 즐기던 문화라고만 여겨지던 팬덤 문화가 노년층으로 확대된 것이다. 기존의 실버 문화가 아날로그 형식의 취미에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음원 스트리밍, 팬카페 운영 등 디지털로 활동 무대 또한 넓어졌다.

 새롭게 등장한 실버 문화의 열기를 2월 17일, 가수 영탁의 단독 콘서트 <TAK SHOW2: TAK’S WORLD>가 열린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기자는 콘서트 현장을 방문하여 노인 팬덤의 뜨거운 열정을 느꼈다. 지하철역에서 내리자마자 가수 영탁을 응원하기 위해 새파란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응원봉을 들고 신나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러 온 모습은 소녀와 다름없어 보였다. 콘서트를 방문한 김문정(63)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로트를 들을 때 위로받는다고 전했다. “팬덤 내에서 만난 언니들과 함께 가족처럼 모여 즐겁게 지낼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가수인 영탁이 모범을 보인 만큼 팬덤도 모여 봉사 활동에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같이 봉사도 다니고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죠.”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산업의 발전이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문화를 즐기며 살아가는 것은 노인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며 무력해지지 않게 도와줘요.” 앞으로 실버 문화가 더욱 확장되기 위해 좋은 모범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고도 말했다. “실버 문화에서 트로트 팬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긴 것처럼 노인이라는 특징에 맞춰 소비자의 요구를 공략할 필요가 있어요. 선례들이 모여 새로운 실버 문화 산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최예나 기자
사진 최예나 기자

노인 여가 생활을 돕기 위해선

 이처럼 노년층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이정철 센터장은 노인 여가 생활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여가 생활은 개인적으로는 육체적·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게 해요. 이에 따라 국가 의료비가 감소하고, 가족의 부양 부담이 줄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죠.” 채지영 선임연구위원은 노년기에 특히 취미·여가 활동은 매우 중요하고 말했다. “은퇴 이후, 일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이 여가 시간을 보람을 느끼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채워나가야 합니다. 이에 양질의 취미·여가 활동은 노년기의 삶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되죠.”

 그러나 여가 생활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노인 공공 일자리 지원 등의 경제적 지원 정책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으나 여가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이정철 센터장은 노인 여가·문화생활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책이 아직 노인 복지의 수요를 전부 감당하지 못해요. 노인 복지를 확대해 노년층이 취미·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취업자의 약 36.1%, 비취업자의 45.1%가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법’으로 취미 생활을 꼽았다. 지금의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를 위해 더욱 다양한 노인 여가 생활이 마련돼야 한다. 다채로운 콘텐츠로 넓어져 가는 실버 문화에 주목하자.

트로트 가수 영탁의 단독 콘서트 가 2월 17일~18일 동안 개최됐다. 노년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콘서트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촌스러운 음악’으로 여겨지며 외면받던 트로트는 ‘트로트 팬덤’으로 인해 최근 다시 성행하고 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트로트 팬덤은 젊은 세대의 팬덤에 비해 유대가 끈끈하다. 이들은 봉사활동,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한다. 글 문준빈 기자·사진 최예나 기자
트로트 가수 영탁의 단독 콘서트 가 2월 17일~18일 동안 개최됐다. 노년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콘서트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촌스러운 음악’으로 여겨지며 외면받던 트로트는 ‘트로트 팬덤’으로 인해 최근 다시 성행하고 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트로트 팬덤은 젊은 세대의 팬덤에 비해 유대가 끈끈하다. 이들은 봉사활동,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한다. 글 문준빈 기자·사진 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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