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을 이르는 말입니다. 기획 ‘일상, 다 반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볍게 지나치는 대상 혹은 현상을 ‘다 반사’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봄을 지향합니다. 이번에 다뤄볼 주제는 골프장입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골프 열풍이 일며 골프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골프, 푸른 잔디 위에서 마냥 마음 놓고 즐길 스포츠일까요? 산허리를 관통하는 칼자국을 남기고 다니는 골프장을 사회부가 추적해봤습니다.

신지윤 기자 neoyoon@cauon.net

정부, 골프 대중화 시대 추진 
골프장 공급으로 효과 거둘지는 의문 

무리한 골프장 건설은 환경만 파괴 
유지 위한 물·농약 남용 문제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발표한 ‘2022년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골프장은 525개소다. 전체 체육시설업종별 업소 수에서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0.91%에 불과하지만 업종별 면적 분포를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체 체육시설 면적 중 약 90.30%, 약 1억 5700만 평을 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곧 환경오염이라는 범지구적 문제로 이어진다. 골프장은 어떻게 자연을 망칠까. 국내 골프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여다봤다. 

  골프장, 더 필요하다고?
  지난해 12월 정부는 ‘제1차 스포츠진흥기본계획’에서 공공형 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골프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이용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쓰레기 매립장 등 지자체의 유휴부지에 개소당 약 250억 원을 들여 2027년까지 골프장 30개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미 2022년 5월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을 개정해 기존의 회원제·대중골프장으로 이분화돼 있던 체계를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 골프장, 삼분 체계로 개편한 바 있다. 회원제와 비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의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 대중형 골프장은 비회원제 골프장 중에서도 정부가 책정한 금액보다 이용료가 낮게 책정된 골프장이다. 

  또한 지난해 2월 정부는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을 발표해 문체부가 갖고 있었던 대중형 골프장 지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공공골프장 건립 사업을 상당수 추진 중이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해 4월 대전광역시(대전시)는 약 1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8년까지 금고동 쓰레기 매립장을 공공골프장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고동 쓰레기 매립장은 2025년 말 매립이 종료된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고동 예정 부지는 그린벨트 2등급지로 지정돼 있어 애초 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이 위법”이라며 “매립 종료 이후 최소 7년의 매립장 지반 안정화 기간을 거친 뒤 2032년부터 사업이 가능하지만 대전시는 법규를 무시하고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고동 골프장 계획에 따르면 녹지 면적의 70% 이상이 훼손돼 그린벨트로 유지돼 왔던 생태계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원래 매립지로 사용돼 온 만큼 해당 부지에 자원 순환 시설을 세우고 주민들과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좁은 땅에 골프장이 너무 많다 
  1990년까지만 해도 전국 골프장 수는 60여 개가 채 되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의 골프장업은 관광진흥 차원에서 교통부가 관장해 왔으나 1989년 체육시설법 제정과 함께 체육청소년부(현 문체부)가 업무를 이관받았다. 이 시기에 골프장업 등록 권한 또한 청와대에서 각 시·도지사 전담제로 변경됐다. 지자체는 세수 확보라는 가치 아래 앞다퉈 골프장 유치에 나섰고 국내 골프장 수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게 됐다. 

  이후 국내 골프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호황기를 맞았다. 적은 인원이 넓은 야외를 이동하면서 경기하는 골프의 특성상 감염을 상당수 피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MZ세대의 골프 참여도 두드러졌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2022년 발표한 『레저백서 2022』(서천범 씀)에 따르면 MZ세대 골프 인구수는 약 115만 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면서 골프 산업 역시 이전보다는 위축됐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코로나19 특수 열기가 잦아든 2022년에는 전국 골프장 내장객이 2021년에 비해 1만 6847명밖에 늘지 않아 보합세에 머물렀다”면서 “2021년에 전국 골프장 내장객이 2020년 대비 382만 9795명 증가한 것에 비하면 작은 증가세”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에 비해 2022년 골프장이 9개소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골프장별 내장 인원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프 내장객이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골프장 수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8홀 기준 약 33.7개가 추가로 공급됐다. 그러나 『레저백서 2023』에 따르면 비회원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골프장의 주중 평균 이용료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 약 37.8% 증가했다. 서천범 소장은 “정부가 이용료를 낮추기 위해 비회원제 골프장을 신설했지만 비회원제 기준 이용료를 연중 최고치가 아닌 평균치에 적용하면서 정부의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골프장에서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는 이용료를 낮게 책정하고 인기 시간대에는 비싼 이용료를 받는 등의 편법으로 규정을 피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골프가 소수만을 위한 스포츠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공유지가 20만 원 내외로 형성되는 이용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사유지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이나 커뮤니티센터, 자원순환 단지 등으로 조성한다면 다수의 시민이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골프장이 조성되면 특정 소수만 이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수연 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은 “골프장은 단위면적당 이용객 수가 극도로 낮을뿐더러 이용료도 비싸다”며 “누굴 위한 골프장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생명을 삼키는 녹색 사막
  골프는 15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스포츠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공동대표는 “영국은 평지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로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따뜻해 사계절 내내 푸른 잔디가 쉽게 자란다”며 “잔디를 잘 깎아만 주면 자연 파괴를 거의 하지 않고도 골프장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국토 면적의 약 62.72%가 산림으로 이뤄져 있어 평지 위주의 골프장을 건설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산을 깎아 건설하는 골프장의 특성상 산림이 훼손됨과 동시에 그곳에 사는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윤주옥 대표는 “한국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평의 땅에서 수백 종의 식물을 모두 베어내고 흙을 40~70㎝까지 파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 조성을 위해 지표면을 잔디로 덮어야 하므로 기존의 기름진 흙과 서식하던 생명체를 모조리 파내 버려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흙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식물 종자와 미생물로 인해 잔디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골프장을 지은 후 발생하는 피해는 오로지 주민들의 몫이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골프장은 홍수와 산사태에 더 취약하다”며 “최근 골프장에서 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주옥 소장은 “골프장 건설로 인한 산림 벌채는 숲이 가지고 있는 저수지 역할을 사라지게 한다”며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지표 노출이 심각해지고 토사 침식을 유발하여 뜻하지 않은 재해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이 파괴돼 지형을 변화시키면서 집중 호우 시 토사가 밀려 하천과 경작지가 매몰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남상국 교수(대덕대 마케팅·세무회계과)는 “골프장 건설은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골프장 건설 사업을 비판했다.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은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기후·환경 위기 극복을 추구함으로써 현재와 미래 세대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골프장 건설은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의미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골프장은 녹색 사막이라고 불린다”며 “대규모 골프장 조성으로 녹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표했다. 

  잔디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2022년 1월 문체부가 발표한 ‘골프장 이용 합리화 및 골프산업 혁신 방안’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에선 18홀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1100t의 물이 사용된다. 지난해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발표된 「코로나19 이후 골프시장 동향 및 골프장 3분류 체계의 시장 반응」(한교남, 2023)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국 골프장의 홀수는 1만 105홀이다. 한 홀당 약 61.11t, 하루에만 약 61만 7516t의 물이 사용되고 있다. 윤주옥 대표는 “한국은 장마철인 6~9월 사이에 전체 강수량의 3분의 2 정도가 내린다”며 “잔디의 최적 생육기인 5월부터 6월 초까지 많은 물이 필요하지만 해당 시기에 한국은 갈수기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방법으로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의 양도 골프장 수에 비례해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2021년 실시한 농약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해당 연도 기준 골프장에 사용된 농약은 약 213t이다. 정수근 사무처장은 “한국은 산림이 많고 초원이 발달한 기후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골프장의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선 농약과 비료 등을 남발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윤주옥 대표 또한 “잔디 및 해충의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나 골프장의 용수는 직간접적으로 하천에 유입되어 수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심각한 경우 인근 지역주민의 생활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하 50㎝까지 서식하고 있는 지렁이를 퇴치하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살포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농약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용근 전북특별자치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는 시장·군수가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 및 잔류량을 검사해 1년에 두 차례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규정·감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농약관리법」에 따라 맹독성·고독성의 농약 사용만 금지하고 있고 골프장 농약 사용량에 관한 규제 조항은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골프장 농약 사용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프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어지고 있다. 이용료를 낮추려는 의도라면 이미 존재하는 골프장을 규제해 이용객들의 부담을 줄일 생각이 먼저 아닐까. 모든 자료가 골프장 건설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골프채를 휘두르며 느끼는 쾌감보다 그 밑에 짓눌린 자연을 먼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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