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입맛 따라 진행되는 평가 
주민 의견은 반영 제대로 안 돼 


국가책임공탁제·정보공개 필요 
사업자 불법행위도 제재해야

 

사진 신지윤 기자
사진 신지윤 기자

환경영향평가는 난개발을 제재하는 법적 절차로서 사업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나뉜다. 골프장 건설 시에도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에 끼칠 영향을 측정해야 착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대신문이 방문 취재한 골프장 건설 예정지는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더 이상 환경이 신음하지 않도록 환경영향평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봤다. 

  환경 편 아닌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특정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예측하기 위해 운영된다. 환경부는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자가 용역사를 선정해 사업의 환경영향을 평가하도록 한다. 이후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의 협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 확인되면 공사가 허가된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사후환경영향평가를 받아 협의 사항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업자는 용역사와 전문가를 직접 고용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다. 용역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대는 사업자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사업자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고는 한다. 이는 애초부터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자의 입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장용창 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라는 꼴”이라며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이 환경영향평가의 진행 과정을 알기 어렵다는 점도 맹점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은 정보 공개로 인해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외한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초안 내의 정보도 저작권 혹은 영업비밀을 사유로 비공개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전문가의 검토 의견 또한 확인하기 어렵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실장은 “현장 조사 사진이나 행적 등 상세한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다”며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지키지 못하면 잃는다 
  2월 17일 중대신문 사회부는 골프장 건설 예정지가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시 노자산에 방문했다. 노자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팔색조와 대흥란 등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산림이다. 특히 노자산의 팔색조 보호구역은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서 고작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를 두고 이수동 교수(경상국립대 조경학과)는 “팔색조 보호구역 인근에서 공사를 진행할 경우 팔색조 둥지로 활용될 수목이 제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색조는 말레이제도의 보르네오섬에서 5~6월쯤 부화를 위해 노자산으로 날아온다. 나무가 아닌 지면에 둥지를 트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임경빈 기자
팔색조는 말레이제도의 보르네오섬에서 5~6월쯤 부화를 위해 노자산으로 날아온다. 나무가 아닌 지면에 둥지를 트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임경빈 기자

  대흥란은 노자산을 최대 서식지 중 한 곳으로 삼는다. 부생식물인 대흥란은 뿌리를 통해 땅속 미생물의 영양소를 흡수한다. 따라서 토양 등의 환경 변화에 민감해 이식이 어렵다. 해당 지역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업체는 노자산에 서식 중인 대흥란의 약 40%를 다른 곳에 이식하고 나머지 면적에 대해서는 공사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박정용 통영거제생태연합 생태팀장은 “이식에 실패할 경우 사라진 대흥란은 복구할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협력업체가 사업자 측에 유리하도록 결과를 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거제도롱뇽의 알. 거제도룡뇽은 전 세계 중 오직 거제도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거제도롱뇽의 알. 거제도룡뇽은 전 세계 중 오직 거제도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 기자

  실제로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맡은 업체는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 서식 중인 대흥란이 90여 촉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정용 팀장은 “공동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서 750여 촉의 대흥란이 발견됐다”고 정정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 면적도 조사 결과에서도 유사한 정황이 나타났다. 해당 업체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자산의 생태자연도 1등급 면적은 약 5%에 불과했으나 국립생태원의 연구원과 동행해 재조사한 결과 약 45%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사업상의 논리를 들어 생태자연도 1등급 면적을 처음 고시된 5%로 정했다. 

  이튿날인 2월 18일, 이미 벌채가 진행된 다른 골프장 예정지를 찾았다. 전라남도 구례군 사포마을에서 불과 도보 20분 거리의 벌채 현장은 뒤편의 푸른 산림과 대비되는 부자연스럽고 황량한 모습이었다. 2002년 지리산온천관광지 내 골프장 조성 사업을 시행 허가받아 간벌 사업을 하던 사업주는 불법 벌채로 처벌받았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공동대표는 “당시 ‘지리산골프장 건설 반대 사포마을 대책위원회’는 사업주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불법 벌채를 진행했다”며 “부당함을 주장했으나 구례군은 이를 사업자의 욕심으로 과벌이 발생한 사안이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산수유나무와 다랭이논이 위치한 사포마을 곳곳엔 골프장 반대를 외치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사진 신지윤 기자
산수유나무와 다랭이논이 위치한 사포마을 곳곳엔 골프장 반대를 외치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사진 신지윤 기자

  이후 사업자의 자금 조달 실패와 주민들의 여론에 밀려 2012년 사업은 중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부지에 또다시 벌채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윤주옥 대표는 “입목벌채허가를 받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훼손하는 등 골프장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사전작업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해당 벌채로 인해 식수에 흙탕물이 섞여 나오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묵묵부답이다. 박현무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은 “구례군 측에서는 환경영향평가 허가를 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골프장을 조성하려면 사포마을에 와서 사업 설명을 해야 하지만 전혀 소통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리 앞에 남겨진 숙제 
  환경영향평가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2월 1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전국연대)’가 출범식을 진행해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전국연대는 ▲국가책임공탁제 도입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 대상 확대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요구했다. 

  국가책임공탁제는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의 비용을 산정한 뒤 해당 비용을 공탁 기관에 넘기는 제도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와 용역사 간 종속적인 관계가 형성돼 엄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용창 소장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비용을 국가에 공탁하면 용역사는 양심적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희자 실장 또한 “국민의 공공자산인 자연환경에 대해 국가와 공탁 기관이 책임을 지고 조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는 용역사를 처벌하는 규정만 명시할 뿐 사업자나 협의기관, 환경부를 포괄하지 않는다. 이에 임희자 실장은 “거짓·부실로 판명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 대상을 사업자 및 환경부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처벌 수위 또한 강화한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용창 소장은 “환경부나 환경영향평가서의 심의를 담당하는 한국환경연구원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심의기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된다. 자연환경의 기초 조사 자료 및 경관 변화에 대한 시각 자료를 포함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희자 실장은 “현행법상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출될 경우 초안 단계를 지나면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며 “환경영향평가의 모든 단계에 걸쳐 정보를 공개하고 마지막 단계에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려는 사업자들의 불법행위도 경계해야 한다. 윤주옥 대표는 “현재는 사업주가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벌금만 내면 된다”며 “법과 절차를 위반하면서 사전 벌채 등의 방식으로 생태자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녹지 총량제 등 산지를 훼손할 시 그에 상응하는 녹지를 조성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환경영향평가는 지역 기반 시설 건설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기준이다. 산림청의 발표에 따르면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은 온실가스 저감, 토사 유출 방지 등을 포함해 약 250조에 달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는 일이다. 노자산의 대흥란이 찬란하게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