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는 사진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세상 속 ‘뷰’를 포착하는데요. 이번엔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무궁화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한국철도공사는 전체 무궁화호 94편을 감축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경부선·호남선·중앙선 등 3개 노선이 약 36%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기존 서울까지 운행됐던 장거리 노선들이 단축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지방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무궁화호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부는 2025년 이후 경전선 전철화 사업으로 사라지게 될 전라남도 화순군의 이양역과 무궁화호가 사라지고 있는 진짜 이유를 뷰파인더로 들여다보았습니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 사진 문준빈·최예나 기자 moonlight@cauon.net

경영효율화로 사라지는 무궁화호 
공공성 회복 위해 적극적 논의 필요

1977년부터 46여 년간 시민의 발이 되어준 무궁화호. 하지만 2004년 이후 무궁화호의 이용객은 급격하게 줄었다. 고속철도라는 더 빠른 선택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궁화호는 150km 이내의 중·단거리 지역 간 수송 수단의 기능을 수행한다. 고속철도가 멈추지 않는 지역 사이의 세세한 연결을 도맡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17년부터 4년간 무궁화호 열차 운행을 약 36% 감축했다. 무궁화호는 왜 점점 사라지는 걸까. 

적자로 달리는 무궁화호 

  2021년 코레일은 무궁화호의 승객 감소에 따라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무궁화호 운행 편수를 줄이고 구간을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무궁화호는 점점 감축되고 있었다. 2003년 하루 평균 약 275회 운행되던 무궁화호는 2021년 약 246회로 운행이 축소됐다. 역무원이 배치된 역사 수 또한 2003년 430개에서 2021년 340개로 줄었다. 대부분 과거 무궁화호가 운행되던 곳이다. 

  김태승 교수(인하대 아태물류학부)는 “실제로 코레일 영업 적자 절반가량이 무궁화호로 인해 발생한다”며 “무궁화호의 운송 요금이 운송 원가보다 낮아 무궁화호를 운행할수록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용상 교수(우송대 철도경영학과)는 “고속철도에선 흑자가 나지만 무궁화호는 운행할수록 적자가 난다”며 “현재 코레일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고속철도 위주로 운행 체계를 개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04년 고속철도 등장 후 오랫동안 시민 곁을 지켜온 무궁화호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서울역과 수서역에서 각각의 고속철도가 대신하지만 아직 무궁화호를 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글·사진 최예나 기자
2004년 고속철도 등장 후 오랫동안 시민 곁을 지켜온 무궁화호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서울역과 수서역에서 각각의 고속철도가 대신하지만 아직 무궁화호를 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글·사진 최예나 기자

  하지만 무궁화호 감축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운영에 있어 공공성을 우선으로 해야 할 공기업이 공공성을 잃는 방향으로 경영효율화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벽지 노선 승객들은 무궁화호가 계속 감편되며 불편을 겪었다. 소경섭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조사국장은 “호남에서 서울로 가는 직통열차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열차가 줄어 호남 지역 주민이 시간적·금전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무궁화호가 지나는 벽지 노선의 운행 축소가 지방소멸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승 교수는 “승객 수가 적은 노선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해당 지역과 주변 지역 간의 연결성이 떨어져 거주 여건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현재 거주하는 주민도 지역을 이탈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궁화호, 그리고 KTX와 SRT 

  9월 14일부터 9월 18일까지 철도노조는 1차 경고 파업을 진행했다. 해당 파업에서 철도노조는 무궁화호 감축의 원인으로 코레일과 SR의 분리를 짚었다. 철도노조는 왜 코레일과 SR의 분리가 무궁화호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코레일과 SR이 분리된 이유는 무엇일까. 

9월 14일부터 9월 18일까지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수서행 KTX를 포함한 교차 운행을 주장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글 최예나 기자 사진출처 전국철도노동조합
9월 14일부터 9월 18일까지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수서행 KTX를 포함한 교차 운행을 주장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글 최예나 기자 사진출처 전국철도노동조합

  현재 고속철도는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서울역 기종점 고속철도(KTX)와 SR에서 운영하는 수서역 기종점 고속철도(SRT)로 구분된다. 2013년 정부는 코레일의 만성 적자와 막대한 부채가 방만한 경영 탓이라 주장하며 철도 민영화를 시도했다. 수서역 기종점 고속철도를 비롯한 신규 노선의 지분 입찰을 진행하려 했으나 국민의 반발로 인해 철회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코레일의 자회사 형태인 SR을 설립해 SRT를 담당하게 하고 2016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그 결과 코레일은 현재 KTX와 새마을호·무궁화호·통근열차 등 일반 지역 간 철도의 운영을 맡고 있다. 

  당해 12월부터 코레일과 SR 간의 경쟁이 시작된 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서비스 측면의 개선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쟁 체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진장익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가격 및 서비스 품질을 두고 공기업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임광균 교수(송원대 철도운전경영학과)는 “국민에게 선택지가 생겨 더 나은 가격 및 서비스를 소비할 기회가 생겼다”고 긍정했다. 

  형식적인 경쟁 체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선 KTX만 운행하고 수서역에선 SRT만 운행한다. 운행 구간이 정부에 의해 엄격히 분리돼 운행 범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광균 교수는 “출발지에 따라 철도를 고를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의 질과 무관하게 지리적으로 편리한 곳을 이용할 뿐”이라고 전했다. 김태승 교수는 “두 회사 간 경쟁 수단이 전혀 없다”며 “경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방법을 강구해야 이윤이 커질 텐데, SR이 운행하는 차량과 시설 관리를 코레일이 대신해 주고 있어 원가가 차이 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는 이러한 코레일과 SR의 분리가 무궁화호 운행 차질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소경섭 국장은 “정부가 수익성이 큰 고속철도를 따로 떼어 SR을 설립했다”며 “적자인 무궁화호를 고속철도 수입으로 보전해야 하지만 고속철도로 돈을 버는 코레일의 수입이 줄어들어 무궁화호 운행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속철도로 번 돈은 다시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에 전문가들은 코레일과 SR의 분리가 불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태승 교수는 “원래라면 한 회사가 운영할 구간을 두 회사가 나눠 운영해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들고 있다”며 “회사가 분리돼 경영·관리직 운용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뿐더러, 생산 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고속철도 운송에 필요한 평균 비용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코레일과 SR의 분리로 불필요한 비용만 더 커졌다는 것이다. 김병조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는 “SR은 돈이 되는 고속철도만 운영한다”며 “무궁화호 등 공공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는 코레일에 상대적으로 적자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계속되는 적자로 코레일에 지탄이 집중되자 결국 공공 서비스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적자를 줄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궁화호가 계속 달리려면 

  그렇다면 철도의 경제성을 지키면서도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SR과 코레일의 통합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태승 교수는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운영 흑자를 보이는 고속철도의 운영과 일반 철도 운영을 통합하는 교차 보조가 필요하다”며 “SR과 코레일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고속철도의 흑자로 일반철도의 적자 보전을 도모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언급했다. 김병조 교수는 “코레일과 SR이 서로 분리돼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궁화호와 같은 공공성이 높은 서비스부터 줄여나가는 것은 본래 역할을 망각한 일”이라며 “공기업으로서의 근본적 책무를 명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철도 운영에 있어 국가의 역할 또한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언급됐다. 철도산업 기본법인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4조에서는 ‘국가는 철도산업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경우 효율성과 공익적 기능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공적서비스의무(PSO)를 시행하고 있다. PSO는 철도 운영자가 공익 목적을 위해 기초적 철도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경영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이다. 무궁화호와 같은 지역 간 철도와 벽지 노선, 노약자에 대한 요금 감면은 모두 PSO의 대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주로 벽지 노선만을 PSO의 대상으로 선정한다. 또한 정부가 보장해야 할 손실 금액의 약 70% 남짓만 지원하며 나머지는 코레일이 부담한다. 김태승 교수는 “정부는 제한적으로 철도 공공성을 보전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성실히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경우 전체 노선의 65% 정도가 PSO 대상 노선”이라며 “심지어 일부 고속철도 노선마저도 PSO로 지원받고 있다”고 밝혔다. 임광균 교수는 “철도 운영 기간의 손실 비용에 대해 정부는 정확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 이외 수요 응답형 버스·택시 등 공공성 회복의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코레일의 부가 수익 비중을 키우는 방안도 언급됐다. 표를 팔아 얻는 운영 수익 외에도 역사 내 광고 수익, 역 이름 판매, 철도 용지 개발과 같은 부동산 수익 개발 사업까지 다양한 부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규제상 부가 수익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임광균 교수는 “공공성과 경제성의 양립을 위해선 부가 수익의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에서 혁신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무궁화호는 한반도 깊숙한 산자락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이용객은 대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무궁화호만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함엔 틀림없다. 코레일과 SR의 분리, 정부의 지원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경영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철도의 공공성은 약화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의 공공성은 언제나 가장 먼저 우선시 돼야 하는 가치임을 잊어선 안 된다. 철도의 공공성과 경제성이 함께 비상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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