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가지는 의미는 모두에게 다를 것입니다. 어떤 이들에겐 낭만적인 겨울의 시작으로 다가오기도 할 텐데요. 하지만 깊은 근심을 앞세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대신 방을 데우는 연탄에 기대 겨울을 나야 하는 취약계층이죠. 이들에게 겨울은 유독 혹독합니다. 아무리 솜옷을 껴입어도 가시지 않는 추위. 비싼 전기 요금 탓에 오래된 전기장판이 깔린 방 한편에서만 보내는 겨울. 이들은 하늘에 내리는 눈을 맘 놓고 바라만 볼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들의 겨울이 마냥 시리지만은 않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는 온기를 전달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사진부는 취약계층이 겨울을 대비하는 모습과 이들을 위해 따스한 마음을 전하는 봉사자들을 뷰파인더로 바라봤습니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 사진 문준빈·봉정현 기자 moonlight@cauon.net

 

구룡마을은 난방을 위해 연탄을 주로 사용합니다. 구릿빛으로 변한 연탄재 뒤로 인근에 위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데요. 두 곳 사이의 거리는 1km가 채 되지 않지만, 겨울을 보내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구룡마을은 난방을 위해 연탄을 주로 사용합니다. 구릿빛으로 변한 연탄재 뒤로 인근에 위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데요. 두 곳 사이의 거리는 1km가 채 되지 않지만, 겨울을 보내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겨울의 초입부터 때 이른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17일에는 서울특별시에 첫눈이 내렸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며 연말을 기다리는 계절, 구룡마을의 주민들은 더욱 거세질 추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사진부는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이강임씨(71)를 만나고 왔습니다.

 15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 겨울의 추위가 마을을 얼려버린 것처럼 거리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 대신 볼 수 있는 건 타고 남은 연탄재였죠. 강남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룡마을에선 도시가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연탄이나 등유 보일러, 혹은 LPG 보일러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그마저도 마음 놓고 사용하긴 어렵죠. 연탄의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어 항상 불안합니다. 등유나 LPG는 한 달에 100만 원이 넘어가는 연료비가 부담스럽습니다. 난방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에겐 옷을 최대한 껴입는 것이 최선입니다.

연탄 보일러를 사용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수시로 연탄을 교체해야 하고 배관이 부식되진 않았는지 확인해줘야 합니다. 이강임씨는 “누군가는 연탄이 추억일 수 있지만 우리에겐 고통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연탄 보일러를 사용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수시로 연탄을 교체해야 하고 배관이 부식되진 않았는지 확인해줘야 합니다. 이강임씨는 “누군가는 연탄이 추억일 수 있지만 우리에겐 고통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흔히 겨울은 배고픈 계절이라 하는데요. 하지만 이강임씨가 겨울을 나며 가장 힘든 건 배고픔이 아니라 추위입니다. 이강임씨의 집은 넓지만 추운 겨울에 생활하는 공간은 작은 방 하나입니다. 한편에 위치한 연탄보일러의 열기가 자칫 삭막하게 느껴질 공간을 데워주죠. 일정 시간 연소시킨 연탄은 새 연탄으로 갈아줘야 합니다. 보일러의 연탄을 갈 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숨을 참습니다. 연소한 연탄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화재 우려 역시 따라옵니다. 구룡마을의 건물은 합판과 비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로 지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연소하고 남은 연탄불이 자칫 옮겨붙는다면 큰 화재로 번지게 됩니다. 우리가 버튼 하나로 편리하게 이용하는 난방시설을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하며 이용하고 있습니다.

창문이나 문틀에 설치한 단열재는 매서운 추위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건조한 겨울, 솜이나 우레탄폼 등 가연성 소재인 단열재는 화재 위험을 높이는데요. 화재가 발생하면 그나마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던 공간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창문이나 문틀에 설치한 단열재는 매서운 추위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건조한 겨울, 솜이나 우레탄폼 등 가연성 소재인 단열재는 화재 위험을 높이는데요. 화재가 발생하면 그나마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던 공간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그동안 기자는 따뜻한 환경에서 주로 생활했기에 겨울이 누군가에겐 고된 시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구룡마을엔 2023년에도 연탄가스가 새진 않는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고, 추운 날씨에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 그저 옷을 껴입으며 버티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직 다 오지 않은 겨울이 누군가에겐 더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마을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춥고 긴 겨울, 이강임씨가 생활하는 공간은 작은 방 한 칸입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몸을 뉘일 듯 한 방엔 생활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강임씨는 “겨울이 오면 몹시 춥기 때문에 방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춥고 긴 겨울, 이강임씨가 생활하는 공간은 작은 방 한 칸입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몸을 뉘일 듯 한 방엔 생활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강임씨는 “겨울이 오면 몹시 춥기 때문에 방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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