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를 청(靑)에 해 년(年)자를 쓴 ‘청년’은 신체·정신적으로 한창 무르익은 시기의 사람을 뜻합니다. 기획 ‘청년(聽晛)’은 들을 청(聽)자와 햇살 년(晛)자를 써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사회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다뤄볼 주제는 사이비 종교입니다. 중대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사이비 종교는 이미 청년의 삶 깊숙이 다가와 있었는데요. 교내외에서 사이비 의심 집단으로부터 포교를 경험·목격한 비율은 약 80.77%에 달했죠. 이번 주 사회부는 청년을 노리는 사이비 종교와 이로부터 청년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김지우기자  eraser@cauon.net

사이비(似而非)에서 파생된 ‘사이비 종교’는 기성종교와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달라 사회 일반의 상식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집단을 의미한다. 사이비 종교를 판가름하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기독교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는 반윤리적·반사회적 행위를 일삼는 종교집단을 사이비 종교라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가 상시 청년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사이비 종교 중 하나인 신천지의 경우 청년 신도의 비율이 과반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비 종교는 왜 청년을 노리는 걸까. 청년을 엄습해 오는 사이비 종교의 거대한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언제 어디서나 청년을 노리는 그들 

   중대신문이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중앙대 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이비 종교로부터의 위협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내 혹은 근처에서 사이비 종교로 추정되는 집단에 포교를 당하거나 이를 목격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약 80.77%에 달했다. 이 중 ‘동아리 및 소모임 위장’ 방식을 경험한 이들은 약 30.95%였으며 ‘설문조사 및 검사 참여 요청’이 약 29.76%, ‘공개 포교’가 약 14.29%의 비율을 기록했다.  

  사이비 종교가 청년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청년의 인간관계를 공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사이비 종교에 대해 파헤치는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청년의 경우 직장인보다 가용시간이 많으며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라며 “사이비 종교는 취미 활동 공유나 지인의 소개 등을 통해 청년의 인간관계에 자연스레 파고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청년이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사이비 종교로부터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이비 종교의 그림자는 대면 포교를 넘어 온라인으로까지 그 음영을 확대해 가고 있다.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70.19%는 ‘SNS를 통한 사이비 종교 의심 집단의 포교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코로나19 시기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봉사활동과 같은 정보를 구하는 모습을 보며 사이비 종교 역시 포교의 방식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들의 시선이 청년에 닿은 이유는 
  사이비 종교가 청년의 일상생활에 침투하는 방식을 써가면서까지 청년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인기에 갓 접어들어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청년들의 경우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 더욱 쉽기 때문이다. 탁지원 소장은 “신입생의 경우 사이비 종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포교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 ‘청년이 사이비 종교에 취약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약 62.5%가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선 약 80%가 ‘사이비 종교인지에 대한 판단이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이비 종교는 포교 성공률을 높이고자 청년의 인정욕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탁지원 소장은 “사이비 종교는 청년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노리거나 부족했던 신앙생활을 지적하고 새 출발을 제안해 ‘리셋증후군’을 부추긴다”며 “지속적으로 만나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에펠탑 효과’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의 충성도와 헌신도가 높다는 특성 또한 사이비 종교가 청년층을 노리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신학과)는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경우 상대를 쉽게 맹신하곤 한다”며 “결국 조직 내 청년 신도의 비율은 사이비 종교의 성패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안식처가 사회적 위험이 될 때 
  청년에게 드리우는 사이비 종교의 그림자는 청년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의 일반 형법범죄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3000여 건 이상 발생했다. 2019년 사이비 종교가 행한 재산범죄 및 성범죄는 각각 1299건과 118건에 달했으며 폭력형 강력범죄는 809건을 기록했다. 

  기록된 수치가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 범죄의 잠정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재덕 소장은 “한국의 사이비 종교·이단 신도 수만 약 200만 명”이라며 “피해 가족까지 추산한다면 한국은 사이비 종교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은홍 교수(백석대 기독교학부)는 “사이비 종교는 회비나 기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에게 재산과 소유물의 증여를 강요한다”며 “이는 청년 개인을 경제적인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도 파괴한다”고 전했다. 

  사이비 종교는 금전적인 착취를 넘어 청년들이 사회에서 맺는 관계까지 단절되게 만든다. 탁지원 소장은 “처음에는 사이비 종교를 통해 개인적인 평안함을 누려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파괴되기 시작한다”며 “한 개인에게서 시작된 신천지가 결국 반국가적인 사건과 사고를 일으킨 예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다시 돌아오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완전한 탈출이 어렵다는 현실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청년이 늘어나는 상황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사이비 종교라는 덫으로부터 청년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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