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2022년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에 접수된 사이비 종교 탈출 상담은 8437건에 달한다. 그러나 전체 사이비 종교 탈출자 중 상담을 통한 탈출자의 비중이 채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년 80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서 헤어 나오려 시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비 종교 피해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사이비 종교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청년의 현실과 그 타개책을 톺아봤다. 

  새로운 시작은 또 다른 암흑으로 
  새롭게 출발하고자 사이비 종교에서 탈출한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가 탈출한 청년들은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나 과거를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박향미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 정책국장은 “사이비 종교로부터 탈출한 청년들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이비 종교에 깊게 관여했던 이들의 박탈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사이비 종교 내에서 경험했던 관계의 친밀도는 탈출자들이 느끼는 상실의 수준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한승훈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종교학전공)는 “사람들은 설득력 있는 교리보다는 종교 공동체가 제공하는 사회적 연결망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며 “그간 투자했던 관계망에 대한 보상을 포기하는 데 있어 크게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온 뒤 기댈 곳을 찾아 다른 사이비 종교로 들어가거나 은둔해 버리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신학과)는 “탈출 이후에도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은 마치 마약·도박 중독과 다르지 않다”며 “탈출자들을 위한 사후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더 이상 음지를 향하는 탈출자가 없도록 
  빠지면 비상이며 빠져나와도 난항인 사이비 종교로부터 청년을 보호할 방안이 있을까. 현재 한국에는 사이비 종교 탈출자를 위한 심리 치료나 지원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이비 종교 탈출을 급선무로 하는 상담 기관은 적게나마 존재하지만 이마저도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 범죄의 실질적인 예방과 탈출자의 사후 대처를 위한 대응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탁지일 교수는 “실정법상 종교의 교리에 대한 처벌은 어려우므로 종교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기관 정도는 마련돼야 한다”며 “일본의 통일교피해신고센터와 같이 정계·학계·교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단·사이비종교피해신고센터의 운영을 검토해 볼 시점”이라고 전했다. 박향미 정책국장 또한 “지자체와 연계해 사이비 종교 피해 사례를 접수한 후 지속해서 관찰하는 대응 체계를 구축하거나 사이비 종교에 대한 규제책이 마련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승훈 교수는 “사이비 종교 범죄에 대한 대응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이비 탈출자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보호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는 기존 법률로 대응이 어려운 부분에 대한 공백을 메우고 피해자의 신속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자 일명 ‘유사종교피해방지 특별법’의 법제화를 추진 중에 있다.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신도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사이비 종교 범죄의 특성상 기존 형사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며 “사이비 종교의 해악을 폭넓게 고려한다면 피해자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돕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의 미래를 옥죄는 사이비 종교의 문제는 개인을 넘어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하나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국가의 미래인 청년이 사이비 종교에 가장 취약한 연령층이라는 점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며 “범사회적인 차원에서 청년과 사이비 종교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도록 촘촘한 정비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과 사이비 종교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이비 종교 탈출자들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사회는 손길을 내미는 데 있어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이비 탈출, 그 이후를 고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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