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05호의 비판적인 사람들(critical+er=criticer)이 말하는 중요한(critical) 이야기! 이공오의 크리티컬은 사회 곳곳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로운 시선으로 주목합니다. 이번 이공오의 크리티컬이 주목한 이야기는 바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입니다. 시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8월 24일 후쿠시마에서 오염수가 방류됐는데요. 방류 후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러한 우려가 생기기까지 한국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어땠는지 차근차근 이공오와 함께 알아봅시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사진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사진 봉정현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연이은 시민들의 불안 심리에 정부는 6월 15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반대 집회와 여론조사 결과는 시민들의 우려가 해소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염수 방류를 대하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해 톺아봤다. 

‘묻지마’ 커뮤니케이션에 깊어지는 불신
 

오염수 방류와 같이 국제적 위험성이 높은 사안을 다룰 때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이란 사회재난이나 자연재난을 예방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진행 과정과 피해 상황, 대책 등을 적절한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김영욱 교수(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람들을 위험문제 논의에 참여시켜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토의를 통해 정부가 시민단체와 과학자 등이 위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 강조했다. 이처럼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국가의 노력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여러 사회 주체가 함께 공론의 장을 형성해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정부의 오염수 방류 대응 과정에서 이뤄진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어땠을까.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내세웠다. 5월에는 후쿠시마에 시찰단을 파견해 다핵종제거설비(ALPS) 성능의 적정성을 평가했다. 이어 7월 7일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발표를 토대로 오염수 방류가 한국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음을 밝혔다. 이후 10억원가량을 투자해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시민을 설득했다. 그리고 8월 24일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정부는 IAEA와 같은 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방류의 안전함을 주장했지만 정작 시민의 우려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인천 소재 어시장 상인회 관계자인 A씨(58)는 “정부와 상인들이 실질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며 “정부가 상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보다는 방류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에만 그친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DAD(Decide-Anounce -Defend)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DAD 방식은 정부가 미리 내려놓은 결정을 공포하고 반대 여론에 방어하는 방식이다. 김영욱 교수는 DAD 방식에 대해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일 처리”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시민들과의 논의가 빠져있다. 이러한 ‘묻지마’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다. 

위험이 아닌 괴담, 정치 싸움으로 변질된 커뮤니케이션 

이상적인 소통 과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변질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지난 7월 19일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가 과학적 근거에 어긋나는 ‘괴담’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에 실질적 피해를 가져오는 것은 오히려 안전성 검증을 외면하는 정부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정부가 시민을 설득하는 데 쓰여야 할 과학적 근거를 정치적 경쟁에 악용하고 있다고 의견을 표했다. 유홍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지금 정부의 태도는 과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반대 정당을 공격하는 것에 가깝다”며 “정부의 위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정치적인 목적에 부합하도록 통제되며 관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오염수에 대한 시민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보다 방류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응하는 것에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1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책자를 만들어 KTX와 SRT 열차 좌석에 비치했다. 문체부는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와 정부 대응 상황을 알려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배포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부의 홍보성 정책에 대해 전문가는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서울 주재 대학교 소속의 B교수는 “오염수 방류가 불안하다 느끼는 시민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겠지만 오염수 방류를 이미 찬성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일부 시민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위원은 “방류 반대 입장을 괴담, 선동이라 지칭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적 의도를 가진 괴담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설득이 아닌 공격과 방어만을 일삼는 정부의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시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내일의 ‘소통’을 위해서 

정부는 지난 5월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파견을 통해 방류 처리 시설의 성능만을 확인했다. 정작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여부는 IAEA의 검증에 크게 의존해 왔다. 앞으로도 특정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한다면 지금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원활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통 체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김서중 교수(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는 “정부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고 오염수 방류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의 처치에 공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보를 모두에게 충분하게 제공해야 하고 다양한 주체 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관계의 차이를 좁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염수 방류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정부가 시민과 전문가에게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서로의 입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오염수 방류로 인해 오염된 신뢰는 다시 정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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