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거빈곤 실태 파헤치기

노량진 고시촌에는 고시원·공부방·원룸 등이 밀집해 있다. 2018년 11월 19일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1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며 비적정 주거 환경의 안전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사진 김도희 기자
노량진 고시촌에는 고시원·공부방·원룸 등이 밀집해 있다. 2018년 11월 19일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1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며 비적정 주거 환경의 안전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사진 김도희 기자
상도1동에 위치한 옥탑방의 생활 공간이 건너편 언덕에서 훤히 보인다. 사진 김도희 기자
상도1동에 위치한 옥탑방의 생활 공간이 건너편 언덕에서 훤히 보인다. 사진 김도희 기자
창이 지면과 맞닿아 있는 반지하는 비가 내릴 시 침수 가능성이 크다. 사진 김도희 기자
창이 지면과 맞닿아 있는 반지하는 비가 내릴 시 침수 가능성이 크다. 사진 김도희 기자

서울 청년주거빈곤율 악화돼 
‘지옥고’로 내몰리는 청년들 
 
통풍·방음 안 되는 고시원 
옥탑방 냉·난방 유지 어려워 

침수 위험 도사리는 반지하 
중앙대 인근 월세 평균 60.3만원 
 
사회적 재생산 감소 우려돼 
주거빈곤, 정신건강에도 악영향 

주거빈곤율이란 총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준거집단의 주거실태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전국 전체가구의 주거빈곤율이 약 29.2%에서 약 12%로 하락하는 동안 서울 내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약 31.2%에서 약 37.2%로 더욱 악화됐다. 특히 중앙대가 위치한 동작구는 2015년 기준 주거빈곤율이 약 23.1%로 서울 내 5위를 차지했다. 반지하·옥탑방·고시원, 이른바 ‘지옥고’에 내몰린 청년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그 심각성을 알아보았다. 

  비용과 함께 공간 덜어낸 고시원 
  고시원은 사법시험 등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공부방 및 거주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생겨난 공간이다. 본래 독서실에서 출발한 고시원은 취침공간으로 1인용 방을 제공하면서 임시 숙소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고시원은 비교적 입주 장벽이 낮은 대안적 주거 형태로 서서히 자리 잡았고 근래 들어선 일반 학생들도 다양한 이유로 고시원을 택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박미리 학생(영화전공 3)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낼 것 같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시원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약 4개월 간 고시원에 거주했던 설윤정 학생(공공인재학부 1)은 “학기 중 급하게 학교 인근에 지낼 곳을 구하게 됐다”며 “시기상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곳이 고시원뿐이었다”고 말했다. 계약 조건을 이유로 고시원을 택한 학생도 있었다. 전하진 학생(심리학과 3)은 “단기간 입주를 계약할 수 있어 고시원에 들어가게 됐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은 고시원을 택해 비용과 계약조건의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는 통풍과 방음이었다. 박미리 학생은 “실외로 연결된 창문이 없어 통풍이 되지 않고 습했다”고 전했다. 이어 “벽이 얇고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옆방의 소리가 들렸다”며 “통화 시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설윤정 학생은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두어도 습기가 빠지지 않는 날이 매우 잦았고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또렷이 들려 불편했다”고 언급했다. 사생활 침해를 겪은 학생도 있었다. 박미리 학생은 “일 때문에 며칠 집을 비우자 관리인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택배를 안에 넣어 둔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고시원을 경험한 학생들은 화재 발생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전하진 학생은 “방과 방 사이가 벽 하나로만 분리돼 있어 화재 시 불이 쉽게 번질 것 같다”고 전했다. 설윤정 학생은 “보통 고시원은 공간 확보를 위해 복도 구조가 복잡하게 꼬여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탈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교수(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는 “고시원과 같은 다중시설의 경우 화재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어 방열재 등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건축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개방감이 곧 장점이자 단점, 옥탑방
  옥탑방에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옥상이라는 개방된 공간은 곧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옥탑방에 거주 중인 박성준 학생(철학과 1)은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소음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동시에 비용적으로 저렴한 옥탑방을 선택했다”며 입주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도로의 소음이 잘 들릴 뿐만 아니라 이따금 옥상에 올라오는 사람이 있어 사생활 보호의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냉·난방이 어렵다는 점 또한 옥탑방의 주요한 문제였다. 김영재 교수(단국대 행정학과)는 “보통 옥탑방은 단일 벽으로 시공되는 경우가 많아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는 냉·난방 비용과 건강의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성준 학생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두려워 이불만으로 겨울을 버틴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부 옥탑방은 불법 증축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정확한 주소지가 없기 때문에 전입신고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불법 증축된 옥탑방은 전입신고가 어려운 만큼 보증금 보호 장치가 미비해 경매로 집이 넘어갈 경우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 요청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때문에 옥탑방 거주자들은 주거 환경에 대해 쉽게 불안을 느끼곤 한다. 이에 관해 박성준 학생은 “옥탑방 개조에 대한 정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수해의 최전선 반지하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가 급격하게 불거지며 주택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건축법」을 일부 개정했고 이로 인해 반지하 주거가 확산됐다. 서진형 교수는 “반지하는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려는 목표로 도입된 주거 형태이기에 주거 공간으로서의 쾌적성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반지하 주거 시 겪을 수 있는 불편함에 대해 김영재 교수는 “강수량이 많은 경우 침수 우려가 크며 길거리 먼지 등이 창문으로 유입돼 호흡기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채광이 적어 거주자의 수면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성동훈 동작주거안심종합센터 주거상담소 실장도 “반지하는 폭우로 인한 침수에 취약하다”며 “특히 노후화된 주택의 경우 입구 근처에 쓰레기나 짐들이 많아 침수 피해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반지하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다. 김명희 스타공인중개사 대표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반지하를 찾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주거빈곤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성동훈 실장은 “서울특별시는 지난해 8월 폭우 이후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반지하 거주민들이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하고 오랜 시간 거주해왔던 반지하에서의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영재 교수는 “현재의 주거 상태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도적 차원의 접근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주거빈곤에 주목해야 할 때 
  지옥고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거주자에게 여러 악영향을 끼친다. 적은 채광과 통풍의 어려움, 온열문제와 침수 위험 등의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청년들이 지옥고를 택해 주거빈곤에 내몰리는 이유는 비싼 주거비 때문이다. 중앙대 인근 월세는 6월 기준 평균 약 60.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훈 실장은 “해당 비용이 청년이 부담 가능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불 및 유지가 가능한 주거비 부담은 본인 소득의 10~20%대이고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할 시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생들은 월세 부담을 줄이고자 보증금을 늘리려 하고 이는 대출로 이어진다”며 “보증금을 올려 계약하더라도 이자가 만만치 않기에 청년들은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높은 월세가 형성되는 원인에 대해 김영재 교수는 “수도권과 같은 특정 지역에 청년의 주거 수요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주택 가격이 청년의 경제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청년주거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빈곤은 개인적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성동훈 실장은 “청년들이 주거비 부족으로 인해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상실감과 패배감을 느낄 수 있다”며 “청년주거빈곤은 사회적 생산양식의 지속성을 감소시킨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청년주거빈곤은 일시적이지 않고 만성적인 것이 문제”라며 “부모의 금전적 도움이 부재하고 사회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경우 만성적 주거빈곤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재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특정 지역에 주거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에 따른 주거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주거빈곤의 해결 필요성에 대해 성동훈 실장은 “실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이 개선될 경우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의욕적으로 행동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청년의 주거빈곤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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