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약 76%, 사병 입대 선택
ROTC 지원 감소로 군 전력 우려

봉급·취직 등 메리트 옅어져
복무기간 단축, 근무 여건 개선 필요

ROTC 장교후보생 모집 경쟁률은 2015년부터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22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4.8:1이었던 경쟁률은 2020년 2.7:1로 떨어졌고 재작년 2.6:1을 기록했다. 6년 사이에 경쟁률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이에 관해 군 전문가들은 ROTC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바라는 ROTC는 어떤 모습인지,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학생에게 외면받는 ROTC
  중대신문은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 대학 재학생 및 휴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ROTC 지원율 감소의 원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ROTC 군 복무와 일반 사병 입대 중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 묻는 질문에 ROTC 군 복무를 선호한다고 답한 학생은 약 11.67%에 불과한 반면, 일반 사병 입대를 선호한다고 답한 학생은 약 76.67%를 차지했다. ROTC 지원율이 저조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약 51.67%가 ‘일반 사병 입대보다 긴 군 복무기간’을 언급했고 ‘일반 사병과 큰 차이 없는 봉급’이 약 30.83%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국현 학생(전자전기공학부 2)은 “ROTC 장교는 복무기간 동안 일반 사병에 비해 고된 군 생활을 해야 한다”며 “적은 혜택에 비해 많은 책임을 감내해야 하는 ROTC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호 학생(공공인재학부 4) 또한 “ROTC 장교가 복무기간과 봉급 측면에서 일반 사병에 비해 이점이 없다”고 밝혔다. 


  군 관련 전문가들은 ROTC 지원 기피가 계속될 경우 군 전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ROTC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상근 국방 AI 교육대학 운영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 육군 초급장교 중 ROTC 장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70% 정도”라며 “ROTC 지원 미달이 계속될 시 초급장교 부족으로 인해 육군 전체의 전투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영진 교수(정치국제학과) 또한 “상위권 대학의 우수인력이 ROTC에 지원하지 않으면서 우수한 장교를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전투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초급장교의 질 저하는 전력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군인의 시선은 어떨까
2018년부터 18개월로 복무기간이 단축된 육군 사병과 달리 육군 ROTC 장교는 55년째 28개월의 복무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8월 29일 정부는 군 병장의 봉급을 올해 월 135만 원에서 내년 월 165만 원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군 병장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사병의 월급 인상이 추진되면서 장교와 사병 임금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ROTC 복무 중인 학생들 또한 ROTC 운영 시스템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타대 ROTC에서 복무 중인 A학생은 “일반 사병과 달리 장교·부사관의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며 “때문에 매년 3000명의 임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ROTC에서 해가 지날수록 지원자와 임관 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앙대 ROTC에서 복무 중인 B학생은 “ROTC 과거와 달리 기업이 ROTC 출신 학생을 검증된 인재로 보지 않아 취업 과정에서의 메리트 또한 감소했다”고 전했다. 

  ROTC 지원이 저조한 상황에 대해 이중구 서울캠 학군단장은 “일반 사병의 복지 향상과 달리 초급장교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며 “관련 논의가 여러 유관부서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이르면 내년부터 새 정책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어 “복무기간 단축과 단기복무지원금 상향 등의 논의도 진행 중”이라며 “학교 차원에서도 기숙사·장학금 지원으로 ROTC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ROTC에 볕들 날 돌아올까
  현재 ROTC 복무 학생들은 ROTC 지원 미달이 단순한 재정 지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A학생은 “국방부에서 ROTC 및 부사관 지원자 수를 늘리기 위해 단기복무장려금을 높이고 있지만 일반 사병 월급과 비교하면 큰 이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B학생은 “장학금으로 이뤄지는 금전적 지원은 학생들에게 큰 이점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복무기간 단축과 같은 학생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근 위원장은 “일반 병사와 달리 ROTC 장교의 복무기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ROTC 학생들의 입대 전·후 휴학 일정을 고려했을 때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는 것이 학생들의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효선 교수(청주대 군사학과) 또한 “ROTC 장교의 복무기간 단축을 통해 초급장교의 충원율을 높이고 학생들의 취업연계 일정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OTC 학생과 초급장교의 처우 향상 역시 중요한 개선책으로 제시됐다. 최영진 교수는 “ROTC에 지원해도 학생들이 기존 학업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학기 중에는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평소처럼 할 수 있도록 하고 방학 기간에만 군사 훈련을 받도록 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효선 교수 또한 “젊은 세대가 개인 생활을 중요시하는 만큼 삶의 질과 기본 생활환경, 여가 등 여러 측면에서의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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