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눈으로 보듯, 음악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그림을 귀로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러한 예술을 ‘공감각 예술’이라 일컫는다.

  오경은 교수(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는 공감각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공감각의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각은 감각이 서로 전이되는 현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신경학적 단어입니다. 공감각 예술이라고 하면 공감각을 실질적으로 체험하는 경우도 있고 이 공감각을 은유적인 차원에서 실천하는 경우도 있죠.” 최영신 아트앤피플 컴퍼니 대표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공감각의 특성을 이야기했다.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이 동시에 나타나는 공감각은 보통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요. 공감각자들은 자신의 작품에 공감각을 표현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그러나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았어도 예술가 중에는 음악을 시각화하거나 미술을 청각화하는 사례가 많답니다.”

  예술가들은 왜 공감각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오경은 교수는 이를 추상 예술의 등장과 연관 지었다. “전통 예술은 특정한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20세기 추상 예술은 특정한 이야기나 서사에서 벗어나 더욱 보편 타당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했어요. 이후 21세기 예술 매체의 다양화로 이러한 초월적인 미적 경험이 더욱 구체적인 양상으로 발전했는데 이때 공감각 예술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영신 대표도 21세기 미디어의 발달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를 보면 인간의 수용 감각은 미디어의 특성에 따라 편중되어 나타난다고 해요. 그런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단일 감각이 아닌 다중 감각을 요하게 된 것이죠.”

  예술 매체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공감각 예술은 미디어의 발달로 더욱 성장하고 있다. 최영신 대표는 다양한 감각의 활용을 전망했다. “앞으로 예술작품에 기술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청각과 시각을 넘어 촉각 및 가상현실에서의 감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예술작품들이 나타날 겁니다.”

  전시와 같이 공감각 예술을 다루는 현대의 다양한 전시 및 공연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오경은 교수는 관객의 참여성 강화가 공감각 예술의 장점 중 하나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는 ‘예술이라는 것은 작품을 매개로 해서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공감각 예술은 작가와 관객의 소통에 있어 관객의 참여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소통의 체험을 강화하는 기회를 마련해준다고 볼 수 있죠.”

  다만 공감각 예술이 제공하는 하나의 시각, 청각 또는 촉각 정보가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오경은 교수는 해석의 여지가 제한된다는 의견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예술가가 공감각 예술작품의 목표를 단순히 감각 기관의 연동 현상을 체험하는 일로 두는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요. 예술가는 그 이상을 바라봐야죠. 공감각적 체험을 기반으로 관객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공감각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최영신 대표는 관객의 역할 또한 중요함을 강조했다. “저는 관객들이 자신이 보고 있는 작품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질 텐데요. 관객 자신이 느끼는 직관적 감각이 어떤지를 생각해봄으로써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네요.”

  칸딘스키의 말처럼 예술은 작가와 관객의 소통으로 완성된다. 특히 공감각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에 관객이 보고 느끼는 모든 심상이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 매일 듣는 음악을 통해 다채로운 그림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감각의 활용이 당신의 예술 세계를 넓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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