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귀로 들을 뿐 눈으로 볼 수 없기에 미술품이나 영화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미술품처럼 손으로 만질 수도, 영화처럼 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도 없는 음악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선사한다. <Imagine of Music>전시는 음악의 잔상을 마음 속에서 꺼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3인의 작가가 바라보는 음악은 어떤 모습을 지닐까. 

  눈 안에 펼쳐지는 음악 
  서울특별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BGN 갤러리에서 <Imagine of Music>전시가 열렸다. 남무성 평론가, 노상현 사진작가, 안종우 현대미술가가 각각 만화, 사진, 현대미술로 그려낸 음악이 전시됐다. 3인의 작가는 16년 전 재즈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맺어진 인연으로, 현재까지 재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들이 만들어 온 예술 세계를 설명할 때 재즈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이 음악 장르인 재즈를 시각 예술로 표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즈의 ‘즉흥성’이 있다. 안종우 현대미술가는 이를 재즈의 매력으로 꼽았다. “재즈가 미술과 맞닿을 수 있는 이유는 정해진 코드 진행 사이에서 빛나는 재즈의 자유로움에 있습니다. 재즈는 정해진 흐름 사이 뮤지션이 마음 가는 대로 연주할 기회가 주어지죠.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메시지를 어떻게 자유롭게 표현해내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재즈와 미술 모두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언어로서 기능한다는 공통점을 갖죠.” 

​노상현 사진작가의 '뉴질랜드', 선의 경계를 허물어 회화적인 느낌을 살렸다.​
​노상현 사진작가의 '뉴질랜드', 선의 경계를 허물어 회화적인 느낌을 살렸다.​

  노상현 작가는 재즈의 즉흥성과 맞닿아 있는 작품으로 <뉴질랜드>를 소개했다. 뉴질랜드의 사막 속 나무를 찍은 해당 작품은 사진임에도 회화적인 느낌이 든다. 뚜렷하지 않은 나무의 윤곽은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인상을 더한다. 노상현 작가는 <뉴질랜드>가 만들어진 계기에 재즈가 있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이층 버스에서 재즈를 들으며 창밖을 보는데 제가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이 몽환적으로 느껴졌죠. 뉴질랜드 사막 한 가운데를 찍을 때도 음악에서 느낀 이 기분을 살리려 했습니다. 그래서 나무와 풍경 사이 경계선을 없앴어요.”  <뉴질랜드> 옆에 위치한 <공(동묘)>은 매력적인 블루톤을 지니고 있다. 등산하는 남자, 지나가는 여자. 다양한 사람이 강렬한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노상현 작가는 <공(동묘)>을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스 음악이 가진 느낌을 좋아하다 보니 그림에서도 저의 음악적 취향이 반영되곤 합니다.” 

  <공(동묘)>을 지나면 안종우 현대미술가의 정물 사진들이 펼쳐진다. 누텔라 잼, 토마토케첩 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물건을 촬영한 사진. 그 사이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있다. <Recall, Plural(karajan)>은 카라얀의 지휘 중 미묘한 움직임을 한 그림 속 24컷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안종우 현대미술가는 소리가 완전히 제거된 작품을 통해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 전시의 핵심 소재는 음악이지만 제가 다루고자 한 건 음악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입니다. 소리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소리를 더욱 부각했죠. 이를 통해 관람객이 악상에 잠길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안종우 현대미술가의 'Recall, Plural(Karajan)', 지휘자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안종우 현대미술가의 'Recall, Plural(Karajan)', 지휘자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음악의 측면을 상상하다 
  맞은 편에서는 남무성 평론가가 팝아트 형식으로 그려낸 재즈 뮤지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쳇 베이커, 루이 암스트롱 등 재즈의 거장들은 각자 자신만의 표정과 옷 스타일로 우리를 반겼다. 남무성 평론가는 <Music People> 속 개성이 돋보이는 수많은 재즈 뮤지션에 관해 그들의 음악을 오랫동안 사랑해 왔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재즈를 오래 듣다 보니 그들의 성격까지 알 것만 같은 친근감이 듭니다.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요. 이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해왔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들의 음악적인 색깔을 그림에 반영할 수 있었어요.” 
  남무성 평론가는 3인의 작가 중 유일하게 음악이 아닌 음악가를 전시했다. 그는 음악의 측면을 그려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음악이 형체가 있다면 음악의 정면은 소리일 것입니다. 뒷면이 있다면 음악이 남겨주는 감동이나 여운이겠죠. 그리고 음악의 측면이 바로 음악가입니다. 다른 두 명의 작가는 음악의 정면과 뒷면을 그려냈다면 저는 음악의 측면을 표현했어요.”  

어려서부터 재즈를 접한 남무성 평론가는 동경하는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적 특색을 살려 'Music People'을 완성했다.
어려서부터 재즈를 접한 남무성 평론가는 동경하는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적 특색을 살려 'Music People'을 완성했다.

   누군가는 음악을 그린다는 말을 모순으로 여긴다. 음악은 청각을 이용한 예술이지 결코 시각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Imagine of Music>전시는 음악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이 주는 감동과 느낌, 그리고 음악적 특색을 그림에 옮겨 담았다. 사람들은 음악 감상 후 저마다 느낀 심상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한다. 음악은 형체가 없기에 같은 음악을 듣고도 사람마다 다른 감동과 여운을 품게 된다. 그래서 그 감동은 저마다의 모양을 가진다. 당신에게 감동을 선사한 음악에 형체가 있다면 그 음악은 어떠한 모습을 지닐까. 3인의 작가가 떠올린 음악과 같은 모습일까, 아니면 다른 모습일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