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이 융성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중앙대는 논문 게재 장려금과 학제적 연구에서 답을 찾고 있다. 반면 외국 대학은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일각에서는 연구자들이 지금껏 견지해 온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중앙대가 찾은 대안은
  중앙대는 논문 게재 장려금을 통한 연구 촉진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이는 양질의 논문을 작성하면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주재범 연구부총장(화학과 교수)은 “중앙대는 논문 게재 장려금의 규모가 타대에 비해 굉장히 크다”며 “해당 제도는 좋은 논문을 내는 것을 중시하는 기초과학 연구자에게 유익하다”고 밝혔다.
 

  융복합 연구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중앙대는 인문콘텐츠연구소를 두어 인공지능 인문학 구축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인문학은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토대로 학제적이고 융복합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찬규 인문콘텐츠연구소 소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인문학은 서지학적인 것들이나 고전주의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며 “새롭게 생겨나는 기회 속에서 인문학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교양교육에 투자하기도
  해외의 사례는 어떠할까. 부상돈 교수(전북대 물리학과)는 독일의 MPI(막스플랑크 연구소)를 우수 사례로 꼽았다. MPI는 천문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와 미개척 분야, 그리고 인문학 일부 등을 연구분야로 두고 있다. 부상돈 교수는 “MPI는 어떠한 원천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10년, 20년 동안 지속해서 연구를 지원한다”며 “대학에서 기초학문을 연구했던 학생들이 모두 MPI에 취업이 되고 그들이 순수 원천 기술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교양교육을 통해 기초학문의 명맥을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 미국 예일대는 교양교육과정을 기초학문과 배분영역으로 구분한다. 기초학문은 글쓰기, 외국어영역, 양적추론을 포괄하며 배분영역은 인문학 및 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다룬다. 모든 예일대 학생은 기초학문과 배분영역 중 일부를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일본 도쿄대는 후기교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쿄대의 후기교양교육은 교양교육을 학부의 전기과정 2년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 과정에 진학한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후기교양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이 공부하는 학문이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자신이 공부하는 학문을 다른 전공의 사람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 ▲구체적인 문제상황에 대처할 때 다른 분야의 사람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주체의 태도 바꿔야
  일부 학내구성원들은 기초학문 전공자가 태도를 달리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재범 부총장은 “현재 기초학문이 처한 상황에 연구자들 스스로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초과학에서 성공하려면 학술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이루거나 사회적인 필요에 자신의 학문을 접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비 수주와 학문 대중화를 위해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를 비전공자가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구 교수(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 또한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주체들이 변화하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했다”며 “인문학의 위기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인문학의 현실적 필요성에 입각해 인문학 교육을 전개할 필요성이 있다”며 “사회의 변화를 읽고 그 속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문학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초학문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3월 진행된 인문학-기초과학 위기에 관한 대담에서 이강재 교수(서울대 중어중문학과)는 “지금 한국에 문화강국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긴 시간 축적된 인문학 교육·투자의 힘”이라며 “인문사회 기반이 허물어진다면 그때 가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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