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난망에 전공 불만족 높아
인문대생 절반 전공 교체 희망해

“대학은 학문의 최후 보루”
응용 있으려면 기초학문 튼튼해야

 

학생들의 선호도가 하락하며 기초학문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대 재학생과 전문가들은 기초학문이 기피당하는 주요한 이유로 취업률을 꼽았다. 기초학문이 처한 위기에 대해선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으나 기초학문의 필요성만큼은 다수가 공감했다.
 

  인식의 벽에 부딪힌 기초학문
  학생들은 어떤 기준과 동기로 전공을 선택할까. 학생생활상담센터가 발간한 ‘2022학년도 서울캠 학생생활연구’에 따르면 2022년 서울캠 신입생 중 약 17.67%가 취업 전망을 보고 전공을 선택했다. 전공 선택에 취업 전망이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단대별로 해당 수치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인문대 신입생 중 취업 전망을 보고 전공을 선택한 비율은 약 1.5%에 머물렀으며 자과대는 0%에 수렴했다. 동일한 질문에 경영경제대와 소프트웨어대 신입생의 답변 결과가 약 25.47%와 약 24.14%로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학생의 경우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인문대 및 자과대 재학생이 전공 선택에서 취업을 고려한 비율은 각각 약 2.42%와 0%로 나타났다. 경경대는 약 23.13%, 소프트웨어대는 약 19.15%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는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을 선택한 학생 중 취업을 바라고 진학한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각 단대의 취업 전망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 어려움을 이유로 전공에 불만족하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도 단대별 큰 차이를 보였다. 경영경제대와 소프트웨어대는 해당 수치가 각각 약 2.94%와 0%로 나타난 반면 인문대와 자과대는 각각 약 20.69%와 약 33.3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에 관해 학생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했다. A학생은 “애초에 학문을 목표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적기 때문에 그에 맞춰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계동현 학생(철학과 2)은 “학생 입장에서 취업률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B학생은 “응용학문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취업 전망을 중시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관해 김누리 교수(독일어문학전공)는 “현대 대학생이 가진 유일한 정서적 세계는 ‘불안’”이라며 “이는 개성 없이 모든 가치가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느 학과를 나오면 돈을 더 많이 벌고 취직하기가 더 안정적인지가 선택의 유일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성향은 기초학문 소멸로 이어진다. 주재범 연구부총장(화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취업이 잘 되는 경향의 전공을 선택한다”며 “학생들의 선호도 때문에 기초학문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과의 통폐합과 관련해 “학생들이 적어지면 학과를 운영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최병구 교수(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는 “학생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이유가 있으니, 기초학문을 피하고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진학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는
  하지만 낮은 인기와는 별개로 일부 학생은 기초학문의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박근덕 학생(생명과학과 4)은 “기초학문은 연구자들끼리 치열하게 연구하고 논쟁하면서 이론을 정립해 나가는 분야”라며 “과거에 진리라고 여겨졌던 사실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고 의외로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분야들도 많다”고 말했다. 양주경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은 “독자적인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초학문에의 투자는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성주 학생(영어영문학과 3)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초학문은 필수적”이라며 “기초학문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의 응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기초학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재범 부총장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유전자 백신 연구를 진행했을 때 처음에는 웃음을 샀지만, 유전자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된 상태였기에 코로나19 백신을 만들 수 있었다”며 “기초학문이 튼튼해야 응용학문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김누리 교수는 “인문학은 화폐가 인간을 지배하는 전도된 사회에서 인간을 어떤 식으로 구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요한 학문”이라고 밝혔다. 중요하지만 외면받는 기초학문의 입지가 나아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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