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당선: 이재윤 학생(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수상한 세계>

문예창작전공과 중대신문이 주관하는 의혈창작문학상이 올해로 32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의혈창작문학상은 청년 문학도들이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수 있도록 중앙대 문예창작전공 학생회와 중대신문에서 마련한 자리인데요. 전국에 있는 전문대 이상 학부 재학생(휴학생 포함)을 대상으로 11월 4일까지 시와 소설, 두 부문으로 나눠 공모했습니다. 심사는 예심과 본심으로 구분해 진행했는데요.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인해 별도로 진행하지 않으며 수상자에게 우편으로 상장이 전달될 예정입니다. 이번 의혈창작문학상에서는 소설과 시 부문에서 각 1개의 장원 작품이 선정됐습니다. 소설 부문 당선작은 이재윤 학생(상명대 경제금융학부)의 <수상한 세계>입니다. 

<작품 전문>

수상한 세계

재작년, 중학교에 입학했다. 담임은 내가 나이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고 했다.
-나이에 맞는 건 뭔데?
-평범한 중학생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단다.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 친해질 수 없다. 학교에서는 유치한 이야기만 한다. 피곤하고 귀찮고 결론은 나지 않는 말만 한다. 보통은 신경 쓰지 않지만, 가끔 심기를 거스를 때도 있다.
-산타가 어딨냐? 다 부모님이 주는 거야.
-난 부모님 없어.
녀석의 턱에 스트레이트를 던진다.
할아버지가 학교에 왔다.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든다. 할아버지도 손을 흔들면서 교무실로 들어간다. 나올 때도 마주친다. 나는 이번에도 손을 흔든다. 할아버지는 주먹을 흔든다. 나는 하교 전까지 몸을 풀고 권투 연습을 준비한다. 우리 집엔 샌드백이 없다.
할아버지는 권투를 했다. 할아버지는 복싱이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
-복싱이랑 권투는 다른 거여.
할아버지의 설명에 따르면 복싱은 글러브를 끼고 하는 얌생이 스포츠고, 권투는 주먹 대 주먹으로 벌이는 신성한 투기다.
-주먹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여.
나도 안다. 할아버지의 주먹은 언제나 확실하다.
권투의 가장 큰 장점은 정석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변형에 제약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모든 권투 선수들은 조금씩 다른 형태의 자세와 기술을 사용한다. 다만 너무 빨라서 눈치챌 수 없을 뿐이다.
나는 아무리 맞아도 울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할아버지의 주먹을 그대로 받아내면 타격이 크다. 피하는 게 우선이다. 피하는 데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눈으로 보고 피할 수도 있고, 주먹의 진로를 예측해서 피하는 방법도 있다. 나는 예측해서 피한다. 할아버지와 권투 연습은 천 번도 넘게 했다.
하지만 종종 피할 수 없는 공격도 온다. 할아버지의 공격은 날카롭고 빠르다. 그럴 땐 최대한 덜 아프게 맞아야 한다.
-가드 올려.
할아버지는 준비가 끝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드를 올린다. 머리끝까지 올려서는 안 된다. 명치와 배에 들어오는 펀치를 막을 수 없다. 할아버지는 은퇴한 후로 글러브를 껴본 적이 없다. 그게 주먹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먹이 들어오면 결대로 몸을 돌린다. 권투를 배우면 필연적으로 자신만의 루틴이 생긴다. 할아버지는 왼손 잽, 오른쪽 훅 연계를 즐겨 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몸을 돌린다. 이번에는 왼쪽에 훅이 연속으로 두 번 들어온다. 코에서 피가 나고, 귀에선 이명이 들린다. 권투를 배우면 필연적으로 루틴이 생긴다. 루틴을 알아내 역이용하면 손쉽게 K.O를 받을 수 있다. 할아버지는 절대 봐주지 않는다.

몰래 권투 연습을 한다. 주먹을 내지르고 가드 올리는 자세를 하루에 백 회 반복한다. 기합은 내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눈치채면 안 된다.

할아버지는 권투 연습이 끝나면 담배를 피운다. 나도 간접적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 두 갑 정도 피운다.
-다 너를 위해 이러는 거여.
할아버지가 연기를 뿜으며 말한다. 이빨이 까맣다. 할아버지는 한숨 대신 담배 연기를 뱉는다는 말을 즐겨 한다.
웃기고 있다.
나는 생활 속에서도 권투 자세를 단련한다. 할아버지가 뿜는 연기를 위빙으로 피한다. 그리고 턱에 스트레이트를 꽂는 상상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중요하다.
위빙은 효율적인 방어 체계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다. 몸을 먼저 들이미는 인파이터 유형의 복서에게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이다. 적과 가까워질수록 막는 것보다 피한 뒤 역습을 노리는 게 효과가 좋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다. 그 말을 한 사이먼 모그는 심장 전문의다. 무책임하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사이먼 모그는 자살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정지하는 순간에도 즐거웠을까? 기회가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천국은 있어도 지옥은 없어.
권투를 잘해도 죽음은 두렵다. 그건 위빙으로 피할 수 없다.
할아버지가 기독교를 믿는 건 아이러니하다. 아마 할머니의 영향일 것이다. 예순이 넘어가면서 이 말을 처음 했고, 일흔이 되면서 하루에 세 번씩은 꼭 한다. 여든이 되면 몇 번이나 할지 궁금하다. 물론 할아버지가 여든 살이 되기 전에 천국으로 갔으면 좋겠다.

담임이 얼굴에 든 멍에 대해 상냥하게 물어본다.
-권투 연습 때문에.
아마 담임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기’라는 게 존재한다. 일반인은 쉽사리 느낄 수 없다. 일상 대화에서 기운을 내뿜는 순간은 찰나다. 나는 그 찰나를 알아차린다. 초능력 같은 게 아니다. 동물이 지진을 감지하는 것처럼, 나는 사람의 기운을 감지한다. 이건 본능이다.
할아버지의 기운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강력하다. 할아버지는 상시 기를 내뿜는다. 아무리 둔한 사람도 같이 대화를 나누면 수초 내에 깨닫는다. 어느 순간에나 주먹을 뻗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상대가 하나뿐인 손자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담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 같은 놈은 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기운이 점점 약해질 것이다. 할아버지는 노인이 되고 나는 청년이 된다. 시간은 나의 편이다.
-늙으면 죽어야지.
할아버지가 하는 말은 대부분 쓸모없지만, 가끔 맞는 말도 한다.

수업 시간엔 주로 잠을 잔다. 선생은 이제 나를 깨우지 않는다. 할아버지와의 면담 이후 더욱 그렇다.
내가 학교에서 유일하게 활동적인 시간은 체육 시간이다. 요즘엔 피구를 한다. 규칙이 단순해서 좋다. 던지기 피하기가 전부다. 한 번도 진 적 없다. 위빙으로 피하고 다시 피하고 다시 피하고. 할아버지의 주먹을 받는 나에겐 공이 너무 느리게 느껴진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거의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 방식에는 큰 단점이 있다. 피하기만 해선 공격권을 얻을 수 없다. 우리 반이 피구를 하면 항상 시간 내에 결론짓지 못한다. 나는 피하고 상대는 던진다. 진 적은 없지만 이긴 적도 없다.
체육 시간이 끝나면 다시 잔다. 내가 깨어있으면 다들 불편해한다. 십 대는 인생 중 가장 감각이 예민한 시기다. 반 아이들도 나를 건들지 않는다.
그래서 누가 먼저 다가오면 오히려 놀랄 때도 있다. 내게 다가오는 아이는 두 부류다. 주먹이 날라와도 눈 하나 꿈쩍 못하는 바보거나,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피하는 강자거나. 대부분 전자에 속한다.
그래서 혜진이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그녀는 도무지 분간이 안 간다.

나를 처음 맞춘 것도 혜진이다. 그녀는 왼손으로 공을 쥐고, 오른발을 내뻗어 공을 던졌다. 사우스 포다. 공의 진로 방향은 우측이 분명했다. 발을 뻗으면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자연스레 발의 반대 방향으로 힘이 실린다. 나는 여유 있게 좌측으로 몸을 옮겼다. 공은 좌측으로 날아왔다.
얼굴에 맞으면 무효.. 넌 살아남았어.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승패는 가려졌다.
얼굴에 멍이 들어 잠이 오지 않았다. 팔 위에 고개를 박으면 볼이 따끔했다. 공에는 무게가 실려있었다. 주먹에 무게를 실으려면 오랜 수련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하물며 공이라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누군가 손가락으로 내 등을 콕 찔렀다.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가드를 올렸다. 혜진이었다.
-안 아프게 맞는 법을 알고 있니?
미친놈이다. 약점을 찾으려 눈을 굴렸다. 온몸이 빈틈투성이지만 섣불리 들어가면 코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모르는구나.
혜진은 사뿐사뿐 스텝을 밟으며 멀어졌다. 멀어질 때 역시 아무런 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그녀는 아웃복서가 확실하다.

혜진은 가끔 내게 말을 걸고 사라진다. 그녀가 하는 말은 전부 쓸모없다. 아직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혜진에게선 아무런 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바보인지 강자인지 아직도 분간하지 못했다. 혜진이 근처에 오면 본능적으로 가드를 올린다. 그녀에겐 주먹을 날려도 순식간에 반격이 들어올 것 같다. 혜진을 알게 된 이후 학교에서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다.

이제 나는 체육 시간에도 나가지 않는다. 피구에 흥미가 떨어졌다. 아이들이 몇 번 깨우러 왔지만 돌려보낸다. 나는 그냥 책상에 엎어져 있다. 체육 선생이 나를 깨우러 온다. 내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른다.
-뭐가 문제야!
나는 찰나의 순간에 기를 내뿜는다. 선생의 얼굴에 땀이 한 방울 흐른다. 잠시 시계를 만지작거리다 운동장으로 뛰쳐나간다. 그 뒤로는 아무도 나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 텅 빈 교실은 편하고 쾌적하다. 그리고 조금 외롭다.
쉬는 시간 종이 치기 전에 아이들이 뛰어 들어온다. 내가 피구를 할 땐 이런 일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여전하다.
-요즘 학교에선 뭘 가르치는 거여.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마다 그렇게 말한다. 나는 이 질문을 들으면 가드를 올린다. 이 말은 일종의 신호다. 말에 현혹되어 동작을 놓치면 안 된다.
어차피 대답할 말도 없다. 질문이 잘못됐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할아버지 세대와 큰 범주에서 다르지 않다.
-요즘 학교에선 뭘 배우는 거여.
그렇게 물었다면 대답했을 수도 있다.
-그건 할아버지가 더 잘 알잖아.
할아버지의 권투 경력은 육십 년이 넘었다. 중학생 때 시작했다.
-지는 게 나쁜 거야.
할아버지의 신조는 그랬고, 결코 나쁜 아이였던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주변을 피해 다녔다고 한다.
할아버지 친구를 만난 적 있다. 할아버지가 지금보다 십 년 젊었을 때다. 그만큼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친구는 벤츠를 타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나는 모닝을 타고 있었다.
-여긴 다른 데로 가는 길인데요?
할아버지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자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할아버지의 눈빛이 일렁이는 걸 그날 처음 봤다. 그날 권투 연습을 한 시간 넘게 했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 합기도나 검도 태권도를 배운 아이들이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은 모두 무도인의 눈빛이 살아있었다. 무도인은 명분 없이 싸우지 않는다. 그들의 명분은 정의였다.
-넌 이곳의 정의를 어지럽히고 있어.
그들이 말한 ‘이곳’이 학교를 뜻하는지 자신의 구역을 뜻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들은 먼저 시비를 걸고 내가 들이받기를 기다렸다. 나는 기꺼이 응했다. 수업 시간에 잠자는 정도로 흐트러지는 정의면 별것 아니라고 판단했다.
배우지 않은 사람과 배운 사람의 차이는 존재한다. 처음 맞서 본 느낌은 그랬다. 녀석들은 싸우는 법을 알았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무도는 결국 재주나 기예에 가깝다. 고수의 경지에 오르지 않는 한, 기예만으로 싸움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무도의 미덕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싸울 것인가이다.
권투의 투는 싸울 투다. 투기에는 정도가 없다. 변형은 무한대로 가능하다. 합기도를 배운 아이와 싸울 때는 의자를 던졌고, 태권도를 배운 아이와 싸울 때는 선반에 있던 선인장을 던졌다. 녀석은 발에 구멍이 뚫려 한동안 제대로 걷지 못했다.
-비겁한 녀석.
녀석은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승부는 원래 비겁한 것이다. 정정당당해지는 합리적인 방법은 오로지 승리다.
검도를 배운 아이와 싸울 때는 조금 위험했다. 검도에는 삼배단이 존재한다. 검도를 다른 무술로 이기려면 세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나도 권투 경력이 적지 않지만, 녀석은 모태 검도인이었다. 무엇보다 그 녀석은 연필을 들고 있었다. 무기를 든 검도인과 맨몸으로 싸우는 건 자살 행위다.
무기라면 나도 있다. 나는 담임을 불렀다.
-다른 반 애가 막대기 들고 위협해요.
자신이 가장 강할 거라는 믿음은 착각이다. 어디에나 규격 외 강자가 존재한다. 담임은 처음으로 존댓말을 써준 것에 감격한 것처럼 보였고, 그 녀석을 학폭위로 넘기면서 행동으로 보여줬다. 학교에서 편히 자려면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

규격 외 강자라는 말은 규격이 한정되어 있을 때 유효하다. 권투에서는 체급으로 나눈다. 할아버지와 나의 신체적 체급은 비슷하지만, 시간의 체급은 다르다.
할아버지도 링 위에서는 강자가 아니었다. 열세 번이나 패배했다. 그중 일곱 번이 KO패였다. 할아버지를 은퇴하게 한 마지막 경기 상대는 아마추어였다.
-권투를 하는 놈은 하나도 없었어.
할아버지는 복싱을 혐오한다. 나는 복싱을 혐오하지는 않지만, 위험한 스포츠라는 데는 동의한다. 글러브와 헤드기어는 충격을 완화하는 장비가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는 장비다. 충격은 흡수한다. 그리고 흡수한 충격을 뇌에 전달한다. 복싱에 뇌사 사고가 많은 이유다. 언제나 조금 더 고통스러운 편이 덜 위험할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럼 왜 열세 번이나 졌어요?
나는 하고 싶은 말은 꼭 한다.
-가드 올려.
정말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면, 나에게도 필승법이 있다. 할아버지보다 많은 노력을 하면 된다. 물론 쉽지 않다. 할아버지는 일흔이고, 나는 열여섯이다. 할아버지는 정확히 그 시간만큼 유리하다.
할아버지는 봐주지 않는다. 주먹은 빠르고 날카롭다. 물론 힘이 예전 같지는 않다. 이건 시간의 격차에 대한 핸디캡이다. 게임으로 치면 권투는 타임어택이다. 공이 울리기 전까지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인 공격을 해야 한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권투는 끝이 없어.
할아버지와 권투 연습을 할 땐, 공 같은 건 울리지 않는다. 끝나는 시간은 할아버지 마음이다. 권투와 복싱의 차이점이다.
할아버지는 오늘 정타를 세 번 맞췄다. 마음만 먹으면 반격을 할 수 있는 타이밍도 두 번 정도 나왔다. 실제로 주먹을 날리지는 않았다. 내가 노리는 건 한방이다. 어설프게 들어갔다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너희 할아버지는 지금 죽어도 호상이야.
그런 말을 자주 듣곤 했다. 꼭 어떻게 여태 살아있냐는 말처럼 들렸다. 내 생각도 비슷했다. 하지만 권투 연습한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할아버지는 살아온 게 아니라 살아남은 거였다.
-살아있는 게 이기는 거여.
권투의 미덕은 언제나 승리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과정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정이 좋은 사람이 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피하고 주먹을 날리는 건 승리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이다. 피하기만 하거나 주먹만 날리면 승리할 수 없다.
피구도 비슷하다. 피하고 날리고의 과정 끝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팀이 이긴다.
내가 빠진 후로 혜진의 반은 구 연승을 달렸다. 혜진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공을 날리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확신할 수 있다. 혜진은 강하다.
훈련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하다. 혜진은 의외로 흔쾌히 수락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까지 데려다줘.
어렵지 않은 조건이었다. 집은 십 분 거리였고, 우리 집까지 다시 오는 시간을 더해도 삼십 분이 넘지 않았다. 혜진은 수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몸무게가 3kg 늘었어.
훈련을 다이어트 복싱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권투의 기본자세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다.
나는 오소독스다. 보통 오른손잡이가 많이 취하는 자세다. 오소독스는 라틴어로 정통파라는 뜻이다. 마음에 든다.
혜진은 사우스 포다.
-이게 더 편해.
그녀는 오른손잡이지만 그렇게 선다. 사우스 포의 어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와 잘 어울린다.
혜진은 내가 알려준 몇 가지 동작만으로도 여러 번 유효타를 날린다. 다만 주먹에 힘을 싣지 않는다. 아직은 그저 놀이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
-넌 지금 복싱을 하고 있어.
-그게 나쁜 거야?
혜진이 질문한다. 혜진의 질문은 답하기 어렵다. 나는 문답식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 할아버지와 대화할 때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서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게 규칙이다. 규칙을 어길 땐 각오를 해야 한다. 할아버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를 받아낸다.
처음으로 대가를 받아냈던 사람은 증조할아버지다. 그 얘기는 수없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술에 취한 증조할아버지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권투를 연습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투에서 승리했다.
-때를 놓치면 두 번의 기회는 없는 거여.
할아버지는 내가 권투 연습하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도 권투를 했었다. 권투의 –투-는 싸울 투다. 하지만 권투에는 정석이 없다. 한 번이라도 주먹을 쥐어본 사람은 저마다 다른 –투-를 가지고 있다.
할아버지의 –투-는 미워할 투다. 할아버지는 미워하는 누군가를 쓰러트리기 위해 권투를 시작했다. 글러브를 싫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러브를 끼면 상대에게 치명타를 줄 수 없다.
아버지의 –투-는 투쟁할 투다. 아버지는 모든 투쟁의 선봉이었다. 안 나가 본 시위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위의 내용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세상에 불만이 많으면 누구나 투쟁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뒤가 없는 인파이터였다. 가드를 올리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유치장에 면회 간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당당했다.
-싸우다 보면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아버지처럼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할아버지의 당부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가장 큰 장점은 능글맞은 위빙이었다. 절대로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위빙은 두 다리를 꽃꽂이 세운 채로 상체만 움직여야 한다.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위빙이 아니라 도망치는 게 된다. 위빙의 본질은 회피가 아닌 반격이다. 상대의 주먹을 피하면 얼굴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아버지는 동료를 배신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틈을 보고 있었다.
-이건 자유를 위한 투쟁이야.
아버지는 항상 훗날을 도모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일 새벽 아버지를 위해 기도했다. 나도 교회에 따라갔다. 할머니가 죽고 할아버지는 기도를 그만뒀다.

아버지의 마지막 투쟁 대상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였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넌 이곳의 정의를 어지럽히고 있어.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투쟁을 반란으로 받아들였다. 결투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아버지의 갈비뼈와 치아가 부러졌다. 아버지는 그 길로 집을 나갔다. 할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할아버지는 소주로 승리를 자축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나와 권투 연습을 시작했다.

나의 –투-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주먹을 뻗고 가드를 올리기를 백 번 반복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날씨가 추워졌지만, 훈련은 밖에서 한다. 혜진은 훈련이 길어질수록 좋아한다. 혜진은 나랑 잘 안 맞지만, 비슷한 점도 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기술은 숄더 롤이다.
-안 아프게 맞을 수 있잖아.
잘은 모르지만 혜진은 나와 다른 –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혜진은 위빙을 쓰지 않는다. 내가 피할 때 혜진은 버틴다. 나는 위빙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이 오면 어떻게 해?
혜진의 질문이 허를 찌른다. 그녀는 타고난 아웃복서다.

집으로 가면서도 그녀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왜 권투를 하는지 묻기도 한다.
-누군가를 쓰러트리기 위해.
이번에는 내가 묻는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그녀는 그렇게 답한다. 누구를 구할 것인지 되묻기도 전에 그녀 주위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주머니에서 손을 뺀다. 혜진은 나와 같이 갈 곳이 있다고 말한다.
-도와줄 수 있지? 우린 파트너잖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혜진이 환하게 웃는다. 주위를 감돌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깨가 저리다. 혜진이 집에 들어갈 때까지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다.

혜진이 구하려는 사람은 그녀의 어머니다. 어머니가 위기의 처한 이유는 순전히 그녀의 아버지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한다나. 나는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냥 권투 연습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혜진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이다. 나는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냥 소리치고 피하고 때려눕히는 거야.
혜진은 그렇게 설명한다. 할아버지와 재산, 나이, 학력 모든 면이 다르지만 하는 일은 비슷하다는 점이 신기하다.
-오 분은 버틸수 있지?
혜진은 그렇게 말한다. 어려울 건 없어 보인다. 경호를 뚫고 사무실에 잠입해 아버지의 급소만 타격하고 도망갈 것.
-넌 그냥 문만 막고 있으면 돼.
-죽일 거야?
아까 느낀 음산한 기가 다시 느껴진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권투에서 승리는 상대방을 때려눕혀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천천히 점수 쌓는 쪽을 선호한다. 나도 안다. 아직 나의 힘은 누군가를 한 방에 보낼 정도로 강하지 않다. 내 뼈와 근육은 아직 성장 중이다. 폭발적인 힘을 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솔직히 좀 걱정된다.

사무실 문은 유리문이었고, 안에서 잠금이 가능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은 보통 아침 아홉 시에서 오후 다섯 시 정도였다. 운전기사를 포함한 경호원 두 명은 바로 앞의 방에 머물렀으며, 그 방문은 나무로 되어있었다.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교복을 입고 들어가기로 했다. 사람이 가장 무기력해지는 오후 한 시로 계획을 잡았다. 혜진의 계획은 빈틈이 많고 허술하지만, 어쩐지 섬뜩한 구석이 있다.
사무실에 진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누구도 우리를 제지하지 않는다.
-혜진이 친구니?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근다. 혜진은 그녀의 아버지 쪽으로 걸어간다. 혜진은 태연하게 웃는다. 문 쪽을 주시하느라 상황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혜진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남자의 신음이 들리고 의자와 책상이 엎어지는 소리가 난다. 문제가 있다면 소리가 꽤 컸기에 경호원이 방문을 열고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문 열어.
왜소한 사람이 말한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그가 운전기사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문을 연다. 그에게선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내 멱살을 잡는다. 나는 얼굴에 가볍게 잽을 날려 거리를 벌린다.
-얼굴은 반칙이야.
운전기사가 성을 낸다. 이건 피구가 아니다. 권투에 반칙 같은 건 없다. 다시 한번 잽을 날린다.
-좆만한 새끼가.
운전기사가 욕한다. 턱과 목과 정강이에 각각 잽, 훅, 킥을 날린다.
-.
이제 안 한다.
기사가 쓰러지자, 뒤에 있던 경호원의 눈빛이 바뀐다. 키가 190cm 정도 되는 것 같다. 혜진에게 이런 정보는 들은 적 없다. 경호원은 가드를 올린다. 복싱을 수련한 것 같다. 나도 가드를 올린다.
승부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다. 턱을 맞은 것 같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그동안 내뻗은 주먹을 생각한다. 그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피해왔던 수많은 주먹을 생각한다. 할아버지의 주먹과 경호원의 주먹 중 어떤 게 더 아플지 생각한다. 그리고 사이먼 모그에 대해 생각한다. 사이먼 모그는 정말 즐길 수 있었을까? 이렇게 아픈데 말이다.

혜진의 계획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에게 타격을 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경호원은 곧장 팀 동료에게 전화했고, 일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처리됐다. 덕분에 우리가 책임질 일은 없었다.
혜진이 원한 게 정말로 아버지의 죽음이었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내가 정말로 죽을 뻔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일을 저지르고도 돈을 받았다. 내가 경호원을 쓰러트렸다면 오히려 일이 커졌을 수도 있다.
-지는 건 나쁜 거여.
할아버지는 병실에 누워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혜진은 병문안을 오지 않는다. 나를 찾는 사람은 할아버지와 간호사뿐이다. 그나마 할아버지도 며칠 전부터 오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나 없이도 종일 권투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했던 권투 연습이 나를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정말 권투 연습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조금 무섭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목표는 경호원이다. 완력이나 체급은 경호원이 훨씬 유리하지만, 할아버지는 선수 출신이다.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솔직히 누가 이겨도 기쁠 것 같진 않다. 굳이 고르자면 할아버지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투기를 배운 이들은 기술자다. 이것이 무도가와의 차이다. 무도가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상대와 겨루지만, 격투가는 상대를 눕히기 위해 성장한다. 할아버지의 기술은 완벽하다. 할아버지가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주소를 물어본다. 누가 나를 때렸는지, 그 사람은 어떤 무술을 사용했는지도 묻는다. 질문은 허용되지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느끼는 기운이 느껴진다.
할아버지는 내가 왜 그곳에 갔는지, 왜 그 사람과 싸웠는지는 묻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그 사람을 찾는 게 나를 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응원한다.
-죽으면 안 돼요.
할아버지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타임어택 게임은 꼭 정해진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할아버지의 시간은 곧 끝날 것 같다. 공이 울리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할아버지의 임무는 뭐였을까?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승부는 결정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63대를 맞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승부는 판정으로 이어졌고, 판사는 할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죽지 않은 게 다행이래요.
할아버지에게 말한다. 할아버지가 죽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인지 생각해본다. 그동안 맞은 주먹과 피한 주먹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많을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있어요.
의사는 나를 퇴원시키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아파야 돈을 버는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건 시간뿐이다. 파트너가 없어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먹을 뻗고 피하고. 지겹도록 반복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혜진은 전학 갔다. 아직도 권투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3kg은 빠졌을까? 알 방법이 없다.
-제발 조용히 졸업만 하자.
선생은 나를 불러세우고 그렇게 말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사이먼 모그가 자살을 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먹에 힘을 푼다. 나의 투를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위빙의 본질은 반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위빙은 모면이다. 이번 주먹을 피해도 다음 주먹은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사이먼 모그에게도 피할 수 없는 주먹이 날라왔던 게 아닐까? 그도 나와 같은 –투-를 가졌다는 느낌이 든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할아버지가 퇴원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면 좋겠다.

<당선자 인터뷰>

소설 부문 당선자 이재윤 학생 interview 애매한 루저의 생존법

사진제공 이재윤
사진제공 이재윤

완전히 패배하지도 승리하지도 않은 루저는 자신만의 승리법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 소설 <수상한 세계> 속 ‘나’도 마찬가지다. 이재윤 학생(상명대 경제금융학부)은 완전하지 않은 주인공의 성장을 통해 울림을 줬다.

  -수상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소설을 계속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계속 그렇게 써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것 같아 글을 쓸 용기가 생겼어요. 여러 일을 하느라 바쁜 해였는데 이렇게 연말에 상을 받으니 마치 선물을 받은 듯합니다.”

  -소설 <수상한 세계>는 자전 소설인가요? 
  “자전적인 소설은 아니에요. 전 할아버지 얼굴을 뵌 적도 없어요. 권투도 배워본 적 없죠. 소설을 쓰면서 제가 해보지 못한 일들을 상상하는 게 즐거워요. 그래서 소설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황당한 일을 지어내도, 소설에서는 그 자체로 사실이 돼버리니까요.”

  -‘권투’라는 소재가 사용됐네요. 
  “애매한 루저가 주인공인 소설을 좋아합니다. 너무 루저면 정이 안 가고, 너무 위너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이때 스포츠는 승부와 연관돼 있어서 애매한 루저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특히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하는 모습을 그리기에는 권투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나이가 중학생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주인공이 날 때부터 성격이 삐딱한 건지, 어리고 사회화가 덜 돼서 그런 건지 헷갈리게 하고 싶었어요. 이때 중학생보다 어리면 권투를 배우는 데 적합하지 않고, 후반부에 경호원과 붙을 때 설득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중학생이 적당하다 싶었습니다.”

  -소설의 문체가 짧고 간결한데요.  
  “주인공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는 소설이라 그런 것 같아요. 주인공이 중학생이기도 하고, 사실상 맞으면서 커왔기 때문에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됐을 거예요. 그런 주인공을 묘사하다 보니 문장도 자연스럽게 짧아졌죠.”

    -작품 속 ‘할아버지’의 비중이 상당합니다. 할아버지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할아버지는 주인공의 경쟁자면서 선생이기도 해요. 일평생 한 게 권투밖에 없어서 가르쳐줄 것도 권투밖에 없죠. 그리고 소설을 쓰면서 할아버지가 윗세대를 대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신세대인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방식을 싫어하고 전복시키려 하는 거죠.”

  -‘지는 게 나쁜거야’라는 할아버지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할아버지는 권투가 세상 전부예요. 그래서 승리와 패배로 세상을 나누는 거 같아요.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주인공도 마찬가지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제가 쓸 때 재밌는 글이 독자가 읽을 때도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지부진하다가도 갑자기 재밌게 글이 써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희열을 느껴요. 앞으로도 그런 재밌는 글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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