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장원: 우채민(조선대 문예창작학과 1) <도시 산책>

  도시 산책

  가늠할 수 없는 끝을 가진 강은 길어지고 있었다 
  저녁에는 사천 원짜리 은색 돗자리가 곳곳에 널려있고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바다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몇 푼의 용돈을 쥐고 온 한강은 온통 어지럽기만 했다 
  커다란 강은 썰물일 때 꾸준히 걸어야 해 
  너는 그렇게 말했다 발이 젖는지도 모르고 
 
  저녁의 한강은 오히려 너무 빛나서 눈이 아팠는데 
  도시 사람들은 그게 멋이라고 했다 
  무대 위에 앉아 발목을 물에 담근 여자가 말했다 
 
  강물 밑바닥에는 뭐가 있는지도 몰라서 
  떠밀려 내려왔을 어느 돗자리를 한참 찾았다 
 
  강물은 새까맣게 흐르고 있었다, 타들어간 것만 같았다 
  발목을 잡아먹는 강은 아주 차갑고 지독하고 불쾌하고 
  맞잡은 손은 땀이 찼다, 조금만 더 걸으면 돼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인 우린 육지를 향하고 있었다 
  도시 불빛 비친 물이 그리 아름답다던 말만 믿고 올라가고 있었다 
 
  온통 발이 젖은 너는 어느새 입술도 푸르러지고 있었다 
  빌딩에 사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아물지 않은 상처로 검은 물이 비집고 들어오는데 
 
  우리는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돗자리를 펼 수 있었다 
  가끔은 생각이 날 것이다 별 없는 하늘이 
  아주 까맣기만 해서 전등 빛이 전부인 도시가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긴 강이 이제야 아름다워 보이는데 
  우린 그렇게 앉아있었다 강물이 푸르러질 때까지 

  시 부문 당선자 우채민 학생 interview: 함께 걷는다는 소중함을 느끼며

사진제공 우채민
사진제공 우채민

 

많은 이들이 인생을 길에 빗댄다. 우리는 늘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간다. 때론 춥고 어두운 길이지만 함께 걷는 이의 존재는 큰 위로가 된다.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요즘, 모두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세상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 우채민 학생(조선대 문예창작학과)은 누군가에겐 평범할 수 있는 일상에서 시적 순간을 바라봤다. 그가 바라본 한강은 어떤 모습일까. 

  -시 부문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당선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해 얼떨떨했어요. 당선 소식을 강의실에서 알았는데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등을 때려줬을 때야 실감이 나서 신난 나머지 뛰어다녔습니다.” 

  -의혈창작문학상에 응모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의혈창작문학상은 다른 문학상에 비해 제출해야 하는 편수가 많아 어려웠는데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성장 계기가 될 것 같아 도전하게 됐습니다.” 

  -시 <도시 산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시 산책>은 한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강에도 밀물과 썰물이 있어서 한강이 밀물일 때는 한강에 있는 무대를 중심으로 땅이 강에 잠긴다고 들었거든요. 이걸 시로 써보면 어떨까 싶었죠. 밀물을 통해서 모두가 멀어지는 사회를 담고 싶었습니다.” 

  -어두운 시 분위기에 비해 <도시 산책>이라는 제목은 가볍고 밝은 느낌이 들어요. 
  “<도시 산책>을 쓸 때 강물이 건물 불빛을 반사하고 잔디밭에서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장면에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한강은 두 번밖에 안 가봤지만,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어떤 제목이 가장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도시 산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도시 산책이라는 말만 들어도 한강의 야경이 생각나지 않나요?” 

  -한강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는지 궁금합니다. 
  “조용한 시골에서 살아왔어요. 그런데 한강에 가보니 밤에도 밝고, 상인들은 저들끼리 돗자리를 팔거나 대여하기 위해 경쟁하고, 먹거리도 많았죠. 딱 제가 생각하던 도시 그 자체였어요.” 

  -시에서 동반자의 존재가 돋보입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자 ‘人’(사람 인)은 ‘ㅅ’(시옷) 모양이잖아요.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지 못하고 누군가와 서로 지탱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뜻깊어서 계속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인생이 긴 길이라고 한다면 그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어야 덜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가치관을 시에도 담아냈죠.” 

  -시가 희망적으로 마무리됩니다.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을 사용해도 결말은 희망적이고 밝은 이미지로 끝내려는 버릇이 있어요. <도시 산책>도 버릇의 일환이랍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스타일을 확고히 한 다음 시의성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한 번쯤 더 생각하고 더 읽게 할 힘을 가진 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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