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애국가에서도 볼 수 있는 아주 익숙한 꽃이죠.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 무궁화가 국화로 선택되기까지 과정과 대한민국 곳곳에서 현재 사용되는 무궁화의 모습을 함께 살펴봅시다. 

  ‘근화(槿花)’라고도 불리는 무궁화는 속씨식물 중 쌍떡잎식물, 아욱목 아욱과의 식물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에 분포하죠. 무궁화 잎은 늦게 돋아나고 어긋나며 마름모꼴 혹은 달걀 모양으로 길이 4~6cm, 너비 2.5~5cm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요. 잎이 얕게 3개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습니다. 매끈한 표면과 달리 이파리 뒷면에는 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죠. 

  무궁화 꽃은 7월 초순에서 10월 중순까지 매일 피는 꽃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그루에 약 2000송이에서 3000송이가 피어나죠. 무궁화의 종류로는 백단심계, 홍단심계, 자단심계, 청단심계, 배달계, 아사달계가 있습니다. 무궁화는 옮겨 심거나 가지 또는 잎을 잘라낸 후 다시 심는 방식인 꺾꽂이를 해도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민족의 근면과 끈기를 잘 나타내는 꽃이죠. 

  국화는 각국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일부 국가에서는 법으로 국화를 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국의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는 꽃이 자연스럽게 국화로 정해지죠. 우리나라도 법적으로 국화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역사적으로 무궁화를 국화라고 인식해왔습니다. 무궁화는 어떻게 우리나라의 국화가 됐을까요? 1614년 이수광이 편찬한 『지봉유설』에도 나와 있듯 고대로부터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를 ‘군자의 품격을 갖춘 나라’, 무궁화가 아름답게 피는 나라’라고 예찬했습니다. 신라 때는 이미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일컫는 꽃으로 사용되기도 했죠. 고려와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도 스스로를 근화향(槿花鄕)·근원(槿原)·근역(槿域)이라 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두 무궁화를 뜻하는 ‘근(槿)’이 사용됐죠. 

  본격적으로 무궁화가 국화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기는 구한말 개화기입니다. 갑오개혁 이후 신문화가 한반도에 밀려오면서 선각자들은 국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는데요. 독립운동가 남궁억과 윤치호 등이 협의해 무궁화를 국화로 지정하는 것에 결의했죠. 곧이어 1907년 『찬미가집』에 실린 애국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구절이 실리게 됐습니다. 무궁화가 어느덧 온 국민의 마음속에 국화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안창호를 비롯한 독립협회 등의 애국단체 회원들도 강연회를 할 때마다 무궁화를 언급했다고 하는데요. ‘우리 무궁화동산…’ ‘무궁화 삼천리 우리 강산…’ 등의 말을 하며 독립을 위한 마음을 절규했다고 합니다. 이런 강연회에 자극을 받은 민중들의 귀에 젖고 입에 익은 무궁화는 국화로써 민중들에게 사랑받게 됐습니다. 무궁화는 경술국치를 전후로 일본의 상징인 벚꽃에 대항하기 위한 민족의 상징화로써 선택된 셈이죠. 

  1945년 국권이 회복되고 1948년에 정부가 수립되면서 정식으로 국가(國歌)가 제정됐습니다. 애국가의 후렴에 무궁화가 들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무궁화는 국화가 됐죠. 화폐와 우표는 물론 각종 공공 행사의 장식물이나 안내판에도 무궁화 도안이 장식되고 각종 공문서에도 무궁화 문양이 들어가면서 무궁화는 국화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습니다. 

  무궁화 이름과 모양이 들어간 훈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인데요.  주로 대통령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대통령 배우자나 우방 원수, 나라 발전 및 안전보장에 기여한 전직 우방 원수 등에게도 주어질 수 있습니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총 11명의 대통령이 임기 중 무궁화대훈장을 수여 받았죠. 

  올해의 무궁화는 이미 다 졌겠지만 내년 여름엔 다시 활짝 피어나 한반도를 뒤덮은 무궁화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궁정동에는 태극무늬로 무궁화를 심어놓은 ‘무궁화동산’도 자리 잡고 있는데요. 공원에서든 길에서든 어서 무궁화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무궁화를 발견한다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힘쓴 이들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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