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다리를 지나야 할까. 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다리를 지나치게 된다. 마냥 이쁘고 아름다운 다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또는 서 있기도 불안하고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갈등을 겪을지도 모른다. 두 명의 소년들도 지금 그 다리를 건너려 한다.
  외딴섬에서 피어난 두 소년의 사랑
  애니메이션 <해변의 에트랑제>는 오키나와의 외딴섬을 배경으로 한다. 그 섬에 사는 소설가 지망생 ‘슌’은 우연히 해변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소년 ‘미오’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용기를 내 다가간 슌, 그러나 엄마가 없는 외로운 처지라는 이유로 자신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싫었던 미오는 슌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차갑게 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남은 빵을 나눠주거나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며 미오는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슌을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윽고 서로에게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된 둘이었지만 미오는 잠시 섬을 떠나 오키나와 본섬 보육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미오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기에 성인이 된 후 돌아오겠다고 전한다. 그렇게 3년 뒤 슌이 사는 집의 새로운 입주자가 있었으니 바로 미오였다. 20살이 돼 이제 일할 수 있다며 상기된 얼굴로 슌을 찾아온 미오는 이야기한다. “나 슌이 좋아. 그러니까 슌도 나를 좋아해 줘.”
  한 번 내딛기에는 불안하기에
  “남자 좋아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집에서 함께 지내는 내내 슌은 미오를 계속 밀어낸다. 슌의 차가운 태도는 그가 받았던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된다. 학창 시절 슌은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하시모토 슌 말이야, 가끔 여자 같지 않아?’ ‘혹시 게이 아니야?’ ‘위험해라’. 그들의 조롱 섞인 말과 웃음은 어른이 된 슌에게 아픈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리고 그 상처는 슌이 미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장벽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도 그의 성 정체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남자를 좋아한다’는 슌에게 무슨 소리냐며 어서 아니라고 말하라는 부모님은 그에게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슌은 그들의 곁으로 가고 싶지 않았기에 지금 외딴섬에 있다. 또한 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에게 고백하지 못했다. 고백하면 오히려 친구라는 관계마저 멀어질까 봐 두려웠던 탓일까. 절대로 잘 안될 것이라며 슌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미오와 슌의 갈등은 우편물 제출을 위해 본섬에 갈 때 폭발한다. 슌에게 왜 여자를 좋아하지 않냐며 아깝다는 말을 들은 미오는 화가 난 채 혼자 집으로 가겠다며 슌을 떠난다. 생각에 잠긴 슌. 그때 미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슌은 내가 바보같이 막 들이대니까 아무 생각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도 슌과 헤어진 다음 머리 터지게 생각했었어. 난 슌이 좋아. (···) 내가 돌아와서 귀찮았어?”
  푸르른 그들의 미래를 향해
  슌은 비 오는 거리를 가로질러 미오를 향해 달려간다. 달려가는 도중에도 그의 기억 속에는 과거의 상처가 맴돈다. 그러나 누군가의 시선 속에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가 좋아하는 이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기 시작했다. 미오를 만난 슌은 슬픈 눈으로 그에게 이야기한다. 왜 다시 돌아온 것이냐고, 평범한 여자를 좋아하는 편이 훨씬 행복할 것이라고. 슌의 마음에 남은 두려움을 감싸려는 듯 미오는 따스히 슌을 안는다.
  ‘언젠가 좋아하게 된 상대랑 서로 안게 되면 이런 것쯤 가뿐히 극복하리라 결심했다.’ 청량하고 시원한 푸른 바다와 달리 작품 속 그들이 서로의 사랑을 알아가고 그 안에서 갈등을 겪는 과정은 마냥 푸르지는 않다. 그러나 이후 그들의 사랑이 저 푸른 해변처럼 반짝여주기를, 가뿐히 극복해 다리를 무사히 건너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엘론Elon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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