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들기 위해 달마시안을 훔친 악녀가 있었다. 패션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듯한 광기 어린 그녀. 그런 그녀가 천재 패션 디자이너로 다시 태어났다. 천부적인 패션 재능을 마음껏 뽐내는 그녀는 영화를 보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다소 미쳐있는 것 같지만 악에 맞서 통쾌함을 선사한, ‘크루엘라 드 빌(Cruella De Vil)’이다.

  101마리 강아지를 납치한 그녀
  크루엘라 드 빌. 잔인함을 의미하는 ‘cruel’과 악마를 뜻하는 ‘devil’이 들어간 이름은 그녀의 악한 존재감을 잘 드러낸다. 크루엘라는 도디 스미스의 원작을 토대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개>에서 악당으로 처음 등장했다.

  높이 솟은 광대뼈, 크고 빨간 입, 그리고 흰색과 검은색이 반씩 물들어 있는 헤어스타일은 그녀를 인상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준다. 작품 속 그녀는 달마시안 모피에 집착하며 달마시안을 납치하고 감금하기까지 하는 인물이다. 이후 탈출한 달마시안을 끝까지 쫓아가지만 결국 처참히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크루엘라는 자신의 모피를 만들기 위해 달마시안을 납치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특히 반반 흑백 머리가 그녀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들어준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크루엘라는 자신의 모피를 만들기 위해 달마시안을 납치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특히 반반 흑백 머리가 그녀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들어준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영화 <101 달마시안>에서도 크루엘라는 달마시안 모피코트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음모를 꾸민다. 동물 학대의 주범이자 악당으로만 존재했던 그녀, 그랬던 그녀가 영화 <크루엘라>를 통해 하나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내 이름은 크루엘라 
  <크루엘라>의 주인공 ‘크루엘라’의 본명은 ‘에스텔라’다. 학창 시절부터 여러 사고를 치고 다닌 크루엘라는 자퇴 후 거주지를 옮기게 된다. 어머니 캐서린은 런던의 한 귀부인을 찾아갔다가 사고로 죽게 되고 크루엘라는 길거리 생활을 시작한다. 크루엘라는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진 채, 붉은 계열로 염색한 후 에스텔라로 생활한다. 크루엘라의 자아를 숨기며 살아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에스텔라의 재능을 알아본 남작 부인 ‘바로네스’가 그녀를 스카우트하고 에스텔라는 바로네스 밑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다. 그러다 바로네스가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진실을 밝힐 것을 결심한다. 그녀의 본격적인 행동은 본래의 반반 흑백 머리를 드러냄으로써 시작된다. 잠들어있던 크루엘라가 깨어난 것이다.

  악이 깨어나는 쾌감을 느끼다 
  영화 속 크루엘라는 에스텔라와 크루엘라라는 두 가지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순종적이고 착한 에스텔라 그리고 독특하고 제멋대로인 크루엘라다. 크루엘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은 머리색이다. 삐딱한 성격을 숨기고 사회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는 붉은 계열로 염색한 에스텔라로 살아가는 반면, 펑키함을 과시하거나 신변에 위협을 느낄 때는 흑백 머리를 가진 크루엘라로 등장한다.

  에스텔라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그녀가 크루엘라의 자아를 끊임없이 꺼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 장면의 대부분은 바로네스에게 패션으로 맞서는 데서 비롯된다. 바로네스의 화려한 옷을 묻히게 만드는 그녀의 독특한 패션은 보는 내내 경이로울 따름이다. 바로네스가 비싼 직물이나 맞춤 제작 재료를 사용한다면 크루엘라는 신문지, 값싼 직물, 심지어 쓰레기로 만든 옷을 입고 나가기도 한다. 이렇듯 펑크스타일 패션으로 사회에 저항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일탈의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 '크루엘라' 속의 크루엘라는 더 이상 평범한 악녀가 아니다. 한 천재 패션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통쾌한 쇼에 관객은 희열을 느낀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영화 '크루엘라' 속의 크루엘라는 더 이상 평범한 악녀가 아니다. 한 천재 패션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통쾌한 쇼에 관객은 희열을 느낀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악당 대 악당으로 싸우는 모습은 잔혹함보다 통쾌함을 선사한다. 에스텔라의 무덤 앞에서 크루엘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악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단지 진정한 자유를 찾은 듯한 주인공의 해방감이 느껴질 뿐이다.

  크루엘라의 흑화와 복수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쾌감을 준다. 악을 물리치기 위해 기꺼이 나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크루엘라. 아직도 그녀가 단순한 악녀로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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