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어가 타인의 아이디어가 된다면 
표절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법적 처벌까지 이를 수 있는 표절 
진정한 창조로 나아갈 방법을 생각할 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세상에 없던 것들을 갈망한다. 그 갈망은 놀라운 작품을 낳았고 세상에 나와 대중과 마주했다. 그러나 긴 시간이 지나면 새로움도 고갈되기 마련이다. 제한된 새로움 속 예술은 서로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 익숙함을 마주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혹시 표절인가?’ 

  한 걸음 차이로 갈리는 것 
  표절이란 시나 글, 노래를 만들 때 남의 작품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 일반 대중은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오마주나 패러디도 특정 작품을 따라 하고 인용한다는 점에서 표절과 같은 모방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 예시로 가수 효민의 <Nice Body> 뮤직비디오는 미국 팝스타 로빈 씨크의 <Blurred Lines> 뮤직비디오에 대한 표절 의혹이 제기된 적 있다. 이에 효민 측은 그저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표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2006년 가수 MC몽과 린이 함께 부른 <너에게 쓰는 편지>는 록그룹 더더의 <It’s you>를 표절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로 인정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규호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오마주·패러디와 표절의 차이점에 관해 설명했다. “「저작권법」상 출처 기재 여부가 가장 큰 차이예요. 누구나 알고 있는, 정말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면 작품의 출처를 밝혀야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 겁니다. 또한 오마주·패러디라 해도 영리나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일 가능성이 높아요. 한 예시로 가수 이재수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패러디한 곡으로 데뷔했었는데요. 서태지가 ‘저작인격권’ 침해와 ‘동일성유지권’에 관해 고소하자 법원이 서태지의 손을 들어준 적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따라쟁이들 
  문화예술 분야에서 표절에 관한 논쟁은 늘 예술계와 대중 사이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 6월 음악 프로젝트 ‘유희열의 생활 음악’ 중 <아주 사적인 밤>이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뮤지션 유희열은 <아쿠아>와의 유사성을 인정하고 LP 발매를 취소하며 표절에 관해 사과했다. 표절 인정 후 유희열은 대중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는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유희열의 표절에 관해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하며 아티스트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K-pop 이미지에도 손상을 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진출처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유튜브
사진출처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유튜브
위는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 후 설렘'에서 (여자)아이들 리더 전소연이 작곡한 '썬(SUN)' 의 무대, 아래는 에이티즈의 'WAVE'의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이다. '썬(SUN)'은 해당 방송 이후 'WAVE'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출처 KQ ENTERTAINMENT 유튜브
위는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 후 설렘'에서 (여자)아이들 리더 전소연이 작곡한 '썬(SUN)' 의 무대, 아래는 에이티즈의 'WAVE'의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이다. '썬(SUN)'은 해당 방송 이후 'WAVE'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출처 KQ ENTERTAINMENT 유튜브

 

  또한 MBC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에서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 리더 전소연이 작곡한 경연곡 <썬(SUN)>은 해당 방송 이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의 <WAVE>와 유사하다는 의혹이었다. 상황을 인지한 전소연은 표절 사실을 인정 후 사과했다. 

  김건 교수(동아방송예술대 작곡 전공)는 음악 분야에서 표절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이야기했다. “창작자의 의도적인 표절이었다면 서둘러 곡을 판매하고 매출을 올리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의도한 표절이 아니었다면 그건 작곡가의 창작 역량이 부족한 것이죠.”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건 음악계뿐만이 아니다.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티저 영상이 공개된 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필름 아티스트 첼리아 롤슨 홀의 <올리브 러브(OLIVE LOVE)>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제작진 측은 표절을 인정하며 티저 영상을 삭제했다. 건축 분야에서도 표절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건축가 유동룡씨의 유가족은 경주엑스포의 경주 타워가 유동룡 씨의 공모전 출품작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표절 판결 후, 경주엑스포 측은 표절을 인정하고 원 건축가로 유동룡씨를 기리는 현판식을 열기도 했다. 

왼쪽은 필름 아티스트 첼리아 롤슨 홀의 '올리브 러브(OLIVE LOVE)', 오른쪽은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티저 영상 장면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제작진은 표절을 인정하며 사과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왼쪽은 필름 아티스트 첼리아 롤슨 홀의 '올리브 러브(OLIVE LOVE)', 오른쪽은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티저 영상 장면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제작진은 표절을 인정하며 사과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웹소설·웹툰 기업인 툰플러스의 이훈영 대표(문예창작전공 겸임교수)는 표절이 창작의 고뇌를 극복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정 작품의 설정 등을 모티브로 창작물을 만들더라도 일부 독자가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용인한다면 작가는 계속 다른 작품의 재밌는 요소를 가져다 쓰게 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고뇌와 세상에 없던 재미를 찾는 건 당연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나 표절은 그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다른 사람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인 거죠.” 

  법의 저울 위에 올라선 표절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거리인 표절. 표절 발생 시 법적으로는 어떤 절차를 거칠까. 법원에서는 「저작권법」을 적용해 해당 사안을 판결한다. 표절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면 민사상으로는 「저작권법」에 따라 손해배상과 저작권 침해 정지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형사상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적용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원저작물 중 표절됐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독창성을 띠어야 하고, 표절 의혹을 받는 사람의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며, 저작물 사이 실질적 유사성이 간주돼야 한다. 

  계승균 교수(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표절에 관한 예술적 관점과 법적 관점의 차이를 설명했다. “표절에 대한 예술·학문적 평가와 법적 평가는 다를 수 있어요. 예술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창작 윤리 위반 등을 이유로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법적 관점에서 보면 「저작권법」 상의 복제권이나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성립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죠. 표절 여부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판단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표절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된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추가적 처벌이 가능하다. 표절한 작품을 유체물로 배포했을 경우 「저작권법」 제20조 배포권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했을 경우 동법의 제18조 공중송신권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예술, 진정한 창조로 나아가다 
  창조자들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들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떠올리는 시간 속 끊임없는 고뇌는 필요불가결하다. 표절한다는 것은 원 창작자의 시간과 고뇌 그리고 인내를 앗아가는 일이다. 그러나 표절 자체는 객관적인 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범위이기에, 예술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선 동시대건축 대표는 건축과 예술 분야에서 표절을 판단할 때 건전한 비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치와 자율이 존중되는 건축계와 예술계에서는 「저작권법」이 아닌 각 분야 전문가들의 건전한 비평을 통해 논의돼야 해요. 음악에서도 ‘몇 마디가 같으면 표절’이라는 식의 표절 진단법 보다는 건전한 비평과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표절을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한 모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창조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훈영 대표는 진정한 창작이란 창작자의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고 전했다. “예술을 하는 입장이라면 내가 왜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예술가로서 명예를 얻고 싶은 건지 말이죠. 그러나 예술을 하는 행위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를 통해 명예를 얻고 돈을 버는 건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은 말했다. “예술은 표절 아니면 혁명이다.” 지금의 예술이 있기까지, 과거부터 사람들은 모방을 학습 삼았다. 이는 새로운 창조를 이끌었고 혁명에 다다르기도 했다. 모방을 넘어 창조라는 행위에 가치를 두고 진정한 창작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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