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나 학문을 장려한다는 의미의 장학. 중앙대의 새 장학제도는 그 본연의 의미를 잘 담아내고 있을까요? 지난 2022학년도 1학기부터 성적우수장학금이 축소 지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2020년 8월이었죠. 이후 대학본부와 학생 대표자는 2021년 6월 학생 여론 수렴을 위해 ‘장학제도 개선에 대한 학생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해당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회의를 거쳐 당해 8월 「장학금 지급에 관한 시행세칙」 개정이 이뤄졌는데요. 축소가 결정된 지 약 1년이 넘어가는 현시점까지도 논란이 있는 새로운 장학제도. 이번 중대신문은 그러한 장학제도를 조명해봤습니다. 오진실 기자 truth01@cauon.net

 

장학금 개편했지만 불만은 여전 
소득분위 공정성 두고 의문제기도 

 
“가계곤란장학금 확대는 시대적 요구”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 있어
 

지난해 8월 「장학금 지급에 관한 시행세칙」 개정 이후 중앙대 장학제도는 여러 변화를 겪었다. 성적우수장학금이 축소되고 가계곤란장학금이 확대됐으며 역량강화장학금이 신설됐다. 이를 두고 대학본부는 저소득층 재정 지원과 사회적 트렌드 및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변화였다고 답했다. 과연 변화의 정도와 비교해 충분한 대답이었을까.

논란 여전한 성적우수장학금 축소

  장학제도 개편의 단초는 성적우수장학금 축소였다. 기존 성적우수장학금 총 지급액은 약 52억원이었다. 제도 개편 이후 동일 장학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장학금 총액은 약 21억원이며 약 59.6%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장학생 1인에게 지급되는 금액도 달라졌다. 장학제도 개편 이전 학부 및 전공 수석에게 수업료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급됐던 반면 현 장학제도에선 수업료의 약 30%만 지급된다. 학년수석과 학년우수도 마찬가지다. 학년수석에게 지급됐던 수업료의 약 65% 상당 장학금은 수업료의 약 17%로, 학년우수에게 주어지던 수업료 약 35%의 장학금은 약 15%로 줄었다. 

  축소 및 재편성 이유에 관해 대학본부는 과거 시행세칙 개정 당시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득 양극화 심화에 대비한 저소득층 재정지원 강화와 사회적 트렌드 및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장학제도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성적우수장학금 축소로 확보한 재원을 사회적 약자 지원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캠 학생지원팀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동등한 교육 기회 보장은 시대적 요구사항”이라며 “중앙대 역시 장학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성적우수장학금 축소에 일부 학생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요셉 학생(국제물류학과 2)은 “성적우수장학금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고무시켜주는 기능을 한다”며 “이번 축소로 학력 저하가 있을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아연 학생(응용통계학과 2)도 “학업에 매진함으로써 받는 보상이 줄어 열정이 떨어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한 성적우수장학금 축소 배경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A학생(공공인재학부 1)은 “가계곤란장학금을 확대하기 위해 성적우수장학금을 축소하는 것은 역차별이 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승윤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성적우수장학금을 축소해 다른 장학금을 늘리는 방식은 학생들 간의 연대의식을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득분위가 낳은 또 다른 사각지대
 

  성적우수장학금 축소 금액 약 31억원은 ▲역량강화장학금 약 11억 ▲중앙사랑장학금 약 12억 ▲복지장학금 약 3억 ▲근로장학금 약 5억으로 분배됐다.

  2021년도 서울캠 기준, 성적우수장학금은 주로 고소득분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적우수장학금을 취득한 선발인원이 가장 많은 분위는 10분위였다. 10분위에 속한 성적우수장학금 선발인원은 326명이었고 9분위는 206명, 기초생활수급자에 속한 인원은 18명이었다. 이를 전체 성적우수장학금 선발인원 중 비율로 환산해보면 10분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3.1%였고 9분위는 약 14.6%,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약 1.3%였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 심사에 관해 회의적인 입장이 내비쳤다. 홍성은 학생(사회복지학부 1)은 “소득분위는 높지만 실질적인 소득액 수준은 낮은 경우를 봤다”며 “소득분위 이면에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정재욱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10분위는 국가장학금 등의 수령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승윤 교수는 현행 소득분위 산정 방식의 허점을 꼬집었다. 이승윤 교수는 “소득 수준만을 기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면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누락될 수 있다”며 “재능의 다양성을 인정해 장학금 지급 기준과 종류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학금도 트렌드를 쫓아?

  「교육기본법」 제28조 제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적 이유로 교육받기 곤란한 사람을 위해 장학제도 및 학비보조제도 등을 수립·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3일 해당 조항을 언급하며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고등교육 기회 보장 및 분야별 우수 인재 양성 등을 위해 지원할 것을 발표했다. 이은정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주무관은 “성적 우수 학생 지원 사업과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 사업 모두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와 서강대 등은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기도 했다. 고려대는 2016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정의장학금을 신설했다. 당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선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며 장학금은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돌아가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강대 역시 2018년에 성적장학금을 폐지한 뒤 해당 예산을 다산장학금으로 전환했다. 정의장학금과 다산장학금 모두 수혜요건에서 취득학점과 성적 기준이 낮고 경제적 상황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재학생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장건희 학생(서강대 종교학과)은 “경제적인 상황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며 “이러한 종류의 장학금이 앞으로 더욱 확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원이 확대되며 수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학생도 있었다. 김지상 학생(고려대 체육교육과)은 “소득분위에 따른 장학금 지급 대상이 넓어져 일부분 혜택을 받고 있음”을 밝히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도 다른 학생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합리적인 장학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계곤란장학금을 확대하는 대학가의 시류에 관해 정슬기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소득의 격차가 교육격차를 만들고 다시 소득격차로 이어진다”며 “악순환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 속에서 가계곤란장학금을 확대하는 방향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저소득층 학생들이 학업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앙대의 장학제도 개편은 바람직하다”면서 “오히려 그 시기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취지 좋지만 보완 필요해

  대학은 장학제도 개편으로 기대하던 목표를 달성했을까. 대학본부는 이에 관한 평가를 유보했다. 개편하고 한 학기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다만 현재까지의 성과에 대해 약 770명의 학생이 역량강화장학금 수혜를 입었고, 근로 학생들의 시급을 약 1340원 인상했으며, 중앙사랑장학금의 수혜 범위를 소득분위 4분위에서 5분위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름의 성과에도 반발하는 학생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설된 역량강화장학금에 대한 학생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조현서 학생(문헌정보학과 3)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전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해서 학생들에게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희 학생(심리학과 1)도 “저소득층 학생들은 생계유지로 인해 비교과 활동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성적우수장학금과 수혜대상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승윤 교수는 “하나를 줄여 다른 하나를 늘리는 방식은 갈등 유발의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장학금 기금 규모를 확대하고 지급 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이 진정한 트렌드”라고 밝혔다. 학생들도 한 측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선택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 전수민 학생(공간연출전공 4)은 “성적우수장학금을 줄인 만큼 학교 차원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보상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결론적으로 중앙대의 성적장학금 축소가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학생들이 학생답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 밝혔다. 학생들 역시 입 모아 대학본부에 공평한 기회와 면학 환경 제공을 요청하고 있다. 이승윤 교수는 설계 과정부터 대학본부가 다양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중앙대 장학제도 개편은 ‘끝’이 아닌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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