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피해 달아나고, 요괴를 무찌르고, 무덤 주변의 해골을 보며 오싹해지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유령, 요괴, 해골 모두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공포 콘텐츠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무서움 속에 숨어 있던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에 빠져볼 시간이다.

  알고 보면 귀여운 요괴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는 실존하지 않는 동식물, 현상, 또는 이형(異形)의 존재들이 전승됐다. 특히 일본 역사 속 요괴는 문학, 예술, 놀이문화 등의 소재로 널리 활용돼왔다. 일본에서 요괴가 캐릭터로서의 화제성을 갖고 대중오락의 소재가 된 것은 에도시대부터다.

  이충호 교수(부산외대 일본어융합학부)는 에도시대 이후 요괴가 일본인의 공포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중세 시대까지 요괴는 오니(鬼, 귀신)처럼 두려움과 퇴치의 대상이었어요. 그러나 에도시대부터 사람들은 오히려 상상력을 더해 다양한 요괴를 만들어냈죠. 요괴가 익살스러운 웃음을 주는 유희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요괴워치>는 요괴 탐정단을 만들어 수상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로 귀여운 모습의 요괴들이 등장한다. 유희승 초빙교수(성균관대 일본학연계전공)는 귀여움으로 요괴의 매력을 드러내는 일본 문화를 언급했다. “현대 일본에서는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요괴를 지향해요. 이에 귀여움, 푸근함, 친근함 등의 감성을 반영한 요괴가 탄생했죠. 일본에는 <요괴워치>처럼 요괴에서 파생된 귀여운 캐릭터도 많고 요괴를 지방의 마스코트로 채택하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Tooniverse-투니버스 유튜브
사진출처 Tooniverse-투니버스 유튜브

  일본에만 요괴 콘텐츠가 있는 건 아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신비아파트> 시리즈가 있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는 도깨비 ‘신비’와 하리, 두리 남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귀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야기다.

  캐릭터 전문 기업 ‘화화 스튜디오’의 이승민 작가는 요괴의 이미지가 다양해진 배경에 관해 이야기했다. “공포의 면모를 보여주는 요괴는 여전히 존재해요. 그러나 주로 어린이 프로그램에 요괴가 나타나면서 이미지가 다양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신비아파트>를 보면 악한 요괴들이 등장하지만, 도깨비 신비나 뱀파이어인 ‘이안’은 친근한 존재로 여겨지죠.”

사진출처 신비아파트 공식채널-Shinbi House 유튜브
사진출처 신비아파트 공식채널-Shinbi House 유튜브

  송소라 교수(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는 요괴 애니메이션의 긍정적인 지점을 조명했다. “<요괴워치>는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요괴의 행동으로 설명하죠. 이는 요괴와 신의 존재를 믿는 일본인의 관념을 잘 보여줘요. <신비아파트>에는 귀신의 억울함을 들어준다면 한을 풀 수 있다는 한국의 관념이 드러납니다. 두 작품 모두 각국 문화를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요괴는 점점 다양한 형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승민 작가는 일상적인 부분에서 등장하는 요괴에 관해 말했다. “요괴의 이미지가 다양해지면서 공포나 퇴마뿐만 아니라 멜로와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도 요괴가 등장하고 있어요. 화화 스튜디오에서도 ‘요괴들의 일상’이라는 주제의 툰을 SNS에 게시하고 있죠.”

  공포의 존재에서 힐링을 발견하다 
  과거에는 주로 유령이나 해골이 해를 끼치고 두려운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주인공으로 그려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꼬마 유령 캐스퍼>의 캐스퍼는 유령이지만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띠고 있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산타로 분장한 캐스퍼가 꼬마에게 직접 선물을 만들어주면서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해골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도 있다. 사후세계를 표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해골은 일종의 죽음 기호로 사용된다. 20세기 초에는 사후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 많지 않았으나 80~9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망령, 해골, 요정 등의 이미지를 띠는 존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 <코코>는 해골이 주인공인 대표 작품 중 하나다. <코코>에 등장하는 ‘죽은 자들의 세상’에는 해골의 모습을 한 이들이 돌아다니는데, 모습만 해골일 뿐 살아있는 인간처럼 음식을 먹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또한 해골은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승의 축제를 즐기는 해골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해골들,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해골 밴드까지 매우 평화롭게 그려진다. 무섭게 느껴질 수 있는 사후세계와 망자를 행복하고 평온한 대상으로 느끼게 한다.

영화 '코코' 속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해골의 모습. 그저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코코'
영화 '코코' 속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해골의 모습. 그저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코코'

  소외된 자들을 무대로! 
  해골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은 또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판타지 영화감독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에 등장하는 유령 신부, 영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 스켈링톤 모두 해골의 모습이다. 팀 버튼 작품 속 해골은 ‘낙오자’에 해당한다.

  김재웅 교수(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전공)는 팀 버튼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유령 신부>,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등장인물은 낙오자인데요. 캐릭터의 고민, 외로움은 노력과 책임감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죠.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머금은 유머와 유쾌함을 통해 우리도 이들과 같은 고민과 외로움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줍니다.”

영화 '유령 신부' 속 유령 신부는 낙오자다. 팀 버튼 감독은 이들의 외로움과 슬픔을 조명하고자 했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유령 신부'
영화 '유령 신부' 속 유령 신부는 낙오자다. 팀 버튼 감독은 이들의 외로움과 슬픔을 조명하고자 했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유령 신부'

  최예림 <팀 버튼 특별전> 도슨트는 팀 버튼 영화에 나오는 낙오자들의 매력에 관해 설명했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 스켈링톤은 미묘하게 깜빡이는 검은 두 눈, 순수한 함박웃음, 귀여운 들창코를 지니고 있어요.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죠. 또한 영화 <가위손>의 에드워드를 보면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고독한 발걸음이 표현돼 있어요. 그와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기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의 대상에서 웃음과 용기, 공감을 주는 캐릭터가 된 이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까. 송소라 교수는 괴담을 통해 인간 사회를 비출 때 큰 의미가 있을 거라는 입장이다. “납량특집으로만 소비될 것이 아니라 괴담을 통해 인간 사회의 여러 모순과 갈등, 혹은 사랑, 질투, 화해 등 인간의 의식구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더 의미 있을 겁니다. 그 사회의 여러 문화를 보여주는 내용도 좋고요.”

  김재웅 교수는 팀 버튼의 작품 등을 통해 어린아이에게 해방감을 주는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버튼은 자신과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차이를 재미와 비극의 세계로 창조했어요. 이러한 세계는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감성을 주고 아이들에게는 기존 질서를 반항적으로 거부하는 자유로움을 줄 겁니다.”

  한때 대중에게 외면받았던 존재가 이제는 우리와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네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보듬어 주는 이들에게 이젠 밝은 빛을 내밀어본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