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동화 속 예쁜 그림보다 괴물을 좋아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많은 콘텐츠에서 괴물은 우리를 해치는 존재라고 했지만 그는 달랐죠. 그의 작품 속 기괴하고 몽환적인 괴물들은 우리와 닮기도 했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할 때도 있었는데요. 오싹한 즐거움에 빠트리는 상상의 세계, <팀 버튼 특별전>으로 초대합니다.

  나는 괴물이 좋았어요 
  1958년 팀 버튼은 캘리포니아 버뱅크의 작고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김재웅 교수(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전공)는 그의 성장기 환경 속 고독함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단조로운 교외 분위기와 획일적인 학교 교육, 다정하지 않았던 부모 밑에서 그는 우울하고 고독한 생활을 했죠. 이러한 외로움은 그의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작품을 따라 걷다 문득 벽 한구석에 쓰인 글귀를 마주했습니다. “나는 항상 괴물이 좋았고 괴물 영화를 정말 즐겨봤다. 한 번도 그들이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다.” 이 때문인지 그의 젊은 시절 그림에는 기괴하고 역동적인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죠.

  역설적이게도, 그의 스케치에는 유머와 공포가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유머와 말장난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카니발레스크’ 양식은 팀 버튼 예술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상징적인 테마인데요. 꼬인 혓바닥, 밖으로 튀어나온 방황하는 눈동자, 뾰족한 이빨을 지닌 광대가 가장 인상적이었죠.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계속 보니 ‘나 무섭지’라고 외치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팀 버튼의 작품을 보면 이런 역설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 <스위니 토드>의 경우 사람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흘러내리는 엽기적인 장면도 있고, 귀여운 드레스를 입은 채 해변을 거니는 주인공의 모습도 있다고 하는데요.

  최예림 <팀 버튼 특별전> 도슨트는 팀 버튼의 양면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스위니 토드>처럼 대조적인 장면 연출은 팀 버튼만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상류층의 잔인함, 약자들의 불행함,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을 통해 사회에 대한 냉소와 풍자를 드러내죠.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유행과 선입견에 휩쓸리지 않았기에 그러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낙오자를 주인공으로 
  팀 버튼은 현실 그대로를 묘사하지 않습니다. 원근법을 깨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새롭게 해석해 표현하죠. 사람, 동물, 신화 속 캐릭터가 뒤섞여 새롭게 창조되면서 평범한 존재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데요. 그가 그린 소년과 소녀도 절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부릅뜬 눈, 기괴한 팔다리가 달린 캐릭터를 눈앞에서 마주하자 낯설고 오싹했는데요. 그러나 그 오싹함이 어린아이는 마냥 순수하고 맑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팀 버튼의 대표 작품을 보면 낙오자가 등장합니다. 영화 <가위손>의 에드워드, <유령 신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인 빅터와 유령 신부, 빅토리아 모두 낙오자에 해당하죠. 낙오자라는 말에서 괜스레 동정심과 불쌍함이 느껴졌는데요. 팀 버튼은 괴물들이 주위 인간들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그린 캐릭터를 통해 괴물은 악한 존재라는 오해에서 벗어났죠."

  이외에 <배트맨>, <슬리피 할로우>, <에드 우드> 그리고 2019년에 나온 <덤보>까지 팀 버튼만의 캐릭터의 탄생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하나의 영화를 만들기 전 그가 얼마나 많은 상상과 노력을 거치는지 온전히 느껴졌습니다.

  예술가 팀 버튼의 이야기 
  팀 버튼이 그림이나 영화만 만든 것은 아닙니다. 즉석카메라로 찍은 오버사이즈 폴라로이드 시리즈도 볼 수 있었는데요. 작품의 시각적 연출과 테마의 모티프가 됐다고 하죠. 폴라로이드 제목도 팀 버튼답습니다. ‘푸른 소녀와 못박힌 인형’, ‘시체 남자아이’, ‘늑대인간’ 등 섬뜩하지만 예술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죠.

  팀 버튼은 언제 어디서든 즉흥적으로 영감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영감을 절대 흘려보내지 않았죠. 다양한 식당 냅킨에 그려진 괴물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열정적인 예술가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아직 그가 구체화하지 않거나, 의도한 콘셉트가 반영되지 않아 작품으로 공개하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있었는데요. 팀 버튼의 스케치 속에서 자신만의 기괴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나오지 않은 팀 버튼의 상상 속 인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프로젝트도 우리의 앞에 나타날 순간이 오길 바랐죠.

  전시회장을 나서니 캐릭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신난 표정을 보니 웃음이 절로 지어졌죠. 악마와 괴물 모두 우리의 색안경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세상에 소외된 존재를 무대 위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팀 버튼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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