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선까지 뒤흔들었습니다. 이젠 우리가 팬데믹을 직시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시선을 끌다, 시야를 끌다-시끌시끌’은 사진을 통해 팬데믹에 시선을 끌어와 독자의 시야를 확장합니다. 팬데믹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화두를 사진기획 6부작으로 전합니다. 시끌시끌 여섯 번째 주제, 코로나19와 지역사회의 회복입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사진영상전공 석사과정 <비주얼 스토리텔링 세미나2> 프로젝트팀과 흑석동을 방문해 중앙대학교 감염내과 교수, 음압병동 간호사와 헬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만나봤는데요. 어려운 팬데믹의 고비를 이겨낸 모두를 축하하며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팬데믹 속 일상이 돌아오고 있는 흑석동 지역사회를 시끌시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김수현 기자 ping_bi@cauon.net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 
 
움츠렸던 맘을 일으켜 기지개를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활짝 핀 웃음

■최성호 교수(의학부)

사진제공 윤석영
사진제공 윤석영

  -감염내과전문의가 된 계기는.
  “군대에서 군의관을 하며 각종 감염병 환자를 보던 중 관심을 두고 전역 후 내과 수련을 받을 때 감염내과에 지원했어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임의 생활을 할 당시 중앙대병원엔 감염내과 의사가 없었죠. 그때 지금 계시는 정진원 교수님이 저를 추천해 주셔서 중앙대병원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의사로서 코로나19 초기 많은 걱정을 했을 텐데.
  “먼저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다고 모든 감염내과 의사들이 생각했을 겁니다. 당시 코로나19가 대구광역시를 비롯한 경상북도에 많이 번지자 ‘올 게 왔구나’하고 생각했죠. 상황이 굉장히 심각해질 줄 알았는데 전국으로 완전히 안 번지고 조금 잠잠해졌잖아요. 그런 부분이 중국과 달라 그나마 숨 돌리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팬데믹 속 중앙대병원은 어땠나.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돌아가시기 전에 보호자가 와서 손도 제대로 못 잡아보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중앙대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을 거고요. 그런 부분이 좀 답답했죠. 진료하면서도 이 환자가 코로나19 환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가장 힘들었던 때는 델타 변이가 유행하며 중증 환자가 많이 왔던 시기였죠. 중증 환자로 병실이 차고 넘쳐 간호 인력이나 모든 의사가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뿌듯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생명이 위태롭던 코로나19 중증 환자분이 회복하셔서 퇴원도 하시고, 외래로 찾아오셔서 고맙다고 인사해주실 때 보람을 느꼈어요. 그 외에도 코로나19로 힘들었을 때 정부에서 군의관을 파견하며 중앙대병원에서 수련받은 친구들이 도와주러 와 반가우면서도 기뻤죠.”

  -팬데믹을 함께 겪은 중앙대병원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만 할 수도 있었죠. 시간과 노력 모두 아끼지 않고 여러 가지로 주어진 임무를 넘어서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많은 동료 의사, 간호사 등 중앙대병원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방소희 음압병동 간호사

사진제공 윤석영

  -어떻게 음압병동에서 근무하게 됐는지.
  “중국에서 약 4년간 유학한 경험이 있어 중국어 자격증을 따서 중앙대병원 국제병동에 입사하게 됐어요. 원래 안과·피부과·치과와 국제병동을 담당했지만 2020년 3월 코로나19로 근무 병동이 코로나19 국가지정 격리병동으로 바뀌며 음압병동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초 국내 확진자가 생기기 시작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갑작스럽게 저희 병동이 음압병동이 되면서 출근하고 보니 우한 교민들을 위해 전세기를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당황했었어요. 코로나19가 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당장 돌봐야 하는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자였기 때문에 불안하고 무서웠던 기억이 나네요.”

  -팬데믹 속 간호사의 업무는 어땠는지.
  “코로나19 환자는 입원 전부터 퇴원 후까지 책임져야 해요. 입원 전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연락하고 환자 배차부터 여러 부서와 협조해야 하죠. 그 외에도 보건소와의 연락 등 다양한 업무를 해야 해 많이 힘들었습니다. 보호구를 오래 착용하는데 그중 전동식호흡장치는 약 3kg이에요. 호흡 곤란이나 허리 통증, 어지러움도 있었죠. 보호구 무게로 인해 물리치료를 받는 동료도 많았고 모두 신체적,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격무 속에서도 느낀 점이 있다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동료 간의 협력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국제병동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각종 기구와 응급상황을 접하면서 힘들었지만 간호사로서의 능력을 키울 수 있었죠. 지나고 보니 이 경험을 토대로 감염병 환자와 중환자 간호에 자신감이 생기고 한 발짝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실외 마스크 해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 일상 회복이 되는 시점에서 바라는 건.
  “모두가 활력을 가지고, 잃어버린 일상이 돌아오길 바라요. 그리고 코로나19로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가중되며 현장을 이탈하는 간호사들이 많았죠.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면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없어요. 또 다른 감염병 대비와 안전하고 전문적인 간호를 위해 간호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정진원 교수(의학부)

사진제공 윤석영

  -중앙대병원에 감염내과를 처음 만드셨다.
  “제가 중앙대에서 공부할 땐 감염내과가 없었어요. 타대 교수님의 감염내과 강의를 듣고 공부하며 감염내과를 하겠다고 생각했죠. 중앙대병원으로 돌아와 감염내과를 만들어 제자들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감염내과가 있는 더 큰 병원에서 트레이닝 후 중앙대병원 감염내과를 처음 만들어 10년 넘게 분과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감염내과의 중요성이 굉장히 높아진 시대인데.
  “이전엔 내과학 중에서도 감염내과는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와 같은 주류 과와 달리 상대적으로 환자도 적은 비주류 과였어요. 최근 감염내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유명해지니까 뿌듯한 것보단 힘이 많이 들죠. 필요한 곳은 이전부터 많았는데 사람도 아직 부족하고요.”

  -특히 코로나19가 심할 때 의료진의 희생과 노고가 정말 컸다.
  “중앙대병원은 코로나19 환자 국가 격리 병원입니다. 코로나19 초기엔 매일 새벽같이 환자를 이송했어요. 의사도 무조건 나와야 한다고 해 오전 3시에 불려 나왔던 때도 있었죠. 요즘엔 환자가 줄어 새벽에 연락이 2~3일에 한 번 오지만 그땐 새벽에도 거의 1시간마다 연락이 왔습니다. 항시 환자 의뢰를 받기 위해 핸드폰을 24시간 켜놓았어요. 연속해서 잠을 계속 자본 적이 없죠.”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텼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끝나겠지 하는 심정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솔직히 국가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병원을 위해서 한 일도 아니고 환자 때문에 했다고 봐야죠. 상태가 나빠져서 갈 곳이 없거나 중증 치료를 해야 하는데 치료를 못 받은 환자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팬데믹을 이겨가고 있는 지역 사회 등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려운 팬데믹을 정말 잘 단합해서 극복했습니다. 특히 개인위생, 방역과 같은 부분이 이젠 습관화가 된 것 같아요. 밀집된 장소에 잘 안 가고,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으니 다른 병도 많이 줄어든 것처럼 개인위생은 매우 중요하거든요.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나 변종 감염병이 언제 퍼질지 모르는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정 음압병동 간호사

사진제공 윤석영

  -간호사가 된 계기는.
  “고등학생 시절 진로를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학 계열 아니면 간호학과를 고려하고 있었죠. 사람을 돕는 일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간호학과로 진학했어요.”

  -요즘 중앙대병원은 어떤가.
  “예전에는 변이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고 코로나19 환자 수도 많을뿐더러 중증도가 심해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확실히 중증도가 떨어지고 환자들 증상이 경증이라 코로나19 환자 자체가 많이 줄었죠. 요즘엔 방호복도 기준이 많이 완화됐어요. 하얀색 레벨 D 방호복은 땀이 많이 차고 움직임도 불편했습니다. 지금은 더 간소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입실하고 있죠. 여전히 방호복은 어떤 형태로든 착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힘들었던 순간은.
  “항상 중증도 환자들이 늘어나니까 사망이 잦았어요. 아직도 인상 깊은 순간은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 환자 사후 처치를 할 때였어요. 장례식도 못 하고 염도 못 하니 간호사가 장의사처럼 마지막 가는 길을 도와야 했죠. 그때 시신을 닦아내고 몸의 구멍들을 막고 천으로 싼 뒤 소독약을 뿌릴 때 아주 먹먹하고 힘들던 기억이 나요. 환자가 사망했는데 보호자는 그저 멀리서 얼굴만 지켜보고 가는 것밖에 안 되는 그때가 힘들었어요.”

  -의료진으로서 팬데믹 속 보람찼던 때는.
  “늘 제가 해오던 일이고 병동이 음압병동으로 바뀌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분이 자랑스러워하시고 환자분들이 고맙다고, 좋은 병원에 와서 좋은 시설에서 치료 잘 받고 간다, 이런 말씀해 주실 때 보람차죠.”

  -팬데믹을 이겨낸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들 너무 멋있어요. 항상 음압병동만 주목받는 게 민망하더라고요. 음압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받지만 다른 병동은 원래 저희 병동이 받던 다른 환자를 받아야 하니 힘들죠. 결국 모두가 똑같이 돌아가는 거예요. 코로나19 환자를 음압병동이 본다는 것만 차이가 있죠. 저희 병동만 항상 수고했다고 칭찬받는 것 같아 이 기회에 모두 똑같이 수고했다, 잘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김태봉 해가든짐 헬스장 관장

사진제공 윤석영
사진제공 윤석영

  -흑석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원래 직장을 다니다가 2016년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하고 싶었던 자영업을 알아보던 중 헬스장이 괜찮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먼저 주변 상권에 헬스장이 많은지 알아봤는데 이 근처에 헬스장이 없더라고요. 여기서 헬스장을 하면 아무래도 회원 수가 많을 것 같고 장사도 잘될 것 같아 시작했죠.”

  -팬데믹 속 헬스장이 대표적인 피해업종이었는데.
  “2020년 4월쯤 처음 운영 제한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원래 장사가 안되는 시기고 운영을 아예 못 하다 보니 그때가 제일 힘들었죠. 대출이 많아 압류까지 진행됐어요.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메웠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폐업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회원 수가 천명 가까이 됐는데 지금은 반도 안 돼요. 코로나19가 심할 땐 300명까지도 떨어졌죠. 아무리 전보다 나아졌다 해도 아직 손해 복구가 안 되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지만, 차츰 회복될 거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를 함께 겪은 지역사회는 어떤가.
  “자주 가던 식당도 그렇고 친하게 지내던 어머님들이나 주인분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변 상인들과 자영업자 지원금은 어떤 게 나오는지 정보도 나누며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서로 응원하면서 함께 버텼죠. 일부 건물주분들이 월세를 삭감해 주셔서 더 버틸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점에 바람이 있다면.
  “지금은 헬스장 운영만 하고 있지만 운동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네요. 실내 마스크 착용도 빨리 풀렸으면 좋겠어요. 원래 코로나19 때문에 운영이 제한됐는데 저희는 원래 24시간이에요. 언제든 와서 운동하실 수 있고, 조만간 실내에서도 마스크가 풀릴 것 같으니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팬데믹을 견뎌냈고 아직 이겨내고 있는 지역사회에 한마디.
  “이제 다 끝났으니까, 조금만 더 버티면 예전처럼 잘 될 수 있으니 다 같이 버텼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잘했고 앞으로 그렇게 잘하면 될 거예요. 이젠 버티는 게 아니고 잘해 나가야죠. 그때 그 힘든 시기도 이겨냈는데 앞으로는 더 잘 될 거예요.”

흑석동에 위치한 해가든짐 헬스장에서 김태봉 관장이 카메라를 응시 하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이뤄진 촬영은 평소 경험하기 힘든  스튜디오 프로필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제공 여시영
흑석동에 위치한 해가든짐 헬스장에서 김태봉 관장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이뤄진 촬영은 평소 경험하기 힘든 스튜디오 프로필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제공 여시영
중앙대병원 다정관 하늘정원에서 인터뷰를 완료한 의료진이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중앙대병원 다정관 하늘정원에서 인터뷰를 완료한 의료진이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