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022학년도를 이끌 양캠 학생대표자 선거가 치러졌다.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및 일부 단대·학과 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캠퍼스는 코로나19 이전처럼 활기를 찾아가지만 학생자치는 더디게 문이 열리고 있다.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대신문은 학생자치를 향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 앞으로 학생자치가 나아갈 방향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설문으로 알아본 학생자치 현주소
  양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18명의 학생이 응답했다. 중앙대에서 학생자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 ‘낮음’을 선택한 학생은 약 30.5%(36명)이며 ‘보통’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약 31.4%(37명)다.

  중앙대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낮음에 응답한 학생이 약 47.5%(56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보통은 약 28.8%(34명)의 학생들이 선택하며 많은 학생이 학생자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해 A학생(공공인재학부 2)은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응답자 중 약 63.6%(75명)는 학생자치기구 집행부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약 36.4%(43명)는 ‘다양한 경험’과 ‘보람찬 활동’, ‘지인의 권유’, ‘친목’ 등의 계기로 학생자치 활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학생자치기구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선 약 78%(92명)의 학생이 참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자치를 꺼리는 이유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었다. 홍성민 학생(공공인재학부 2)은 “학생대표자는 작은 결함에도 비판받을 수 있는 책임 있는 자리”라며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부담을 느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시운 학생(소프트웨어학부 2)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학생이 학생자치기구가 진행하는 행사나 활동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자치에 친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A학생은 “학생자치의 발전을 위해선 대표자들의 실책이나 발언에 조금 더 관용적인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많은 학생이 현재 학생자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나 학생자치의 필요성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약 67.8%(80명)에 달하는 학생이 대면 학사에서 학생대표자와 학생자치가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가장 필요한 학생자치기구의 공약 및 사업으로 ‘한자졸업요건 폐지’와 ‘축제 등 단합 행사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B학생(경영학부 3)은 “대면 학사에선 주거부터 학습환경까지 학생들이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며 “학생대표자가 나서서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고 학생들이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와 개강총회 등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공백
  여러 학생대표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학사가 학생자치 관심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재인 자과대 학생회장(생명과학과 3)은 “비대면 학사로 행사 진행이 어려워져 학생자치기구가 진행하는 활동을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기회가 적었다”고 말했다. 최예지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학생회 홍보부장은 “비대면 학사를 겪으며 학과 내 의견 교류의 장이 축소되고 소통 부족 문제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곽성일 서울과기대 전 안경광학과 학생회장은 “비대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만 대면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만족도가 월등히 낮았다”고 전했다.

  비대면 학사 시기 문제점으로 인수인계의 어려움이 꼽혔다. 배성호 서울캠 총학 중앙비상대책위원장(도시시스템공학전공 4)은 “비대면 학사가 이어져 학생사회 내 지속적으로 운영되던 행사나 복지 사업이 제대로 인수인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정환 경희대 전 생활과학대 부비상대책위원장(경희대 아동가족학과)은 “주로 대면 행사로 이뤄지는 새내기 새로배움터와 MT, 학내 축제 기획에 관해 코로나19 이후 입학한 학생들에게 서면으로 인수인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 어려움 없나
  서울캠 총학을 비롯한 일부 단대 및 학과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총학과 총학 중앙비상대책위원회(중비대위)는 학기 시작 시 예산안을 구성하고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의 심의를 거쳐 전학대회에서 의결을 받는다. 배성호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이 선출되면 예산안에 맞춰 유동적으로 예산을 사용한다”며 “하지만 현재 중비대위 체제에서는 학생회비 집행에 당위성을 얻기 위해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예산 사용에 관해 중운위 의결을 거친다”고 전했다.

  일부 단대 회칙에는 비대위 예산 사용의 절차가 명시돼 있기도 했다. 「인문대 학생회 회칙」 제41조 제5항은 ‘정·부 학생회장 선거의 무산으로 비대위가 구성된 경우, 정·부 학생회장 재선거 시행까지의 모든 학생회비 집행은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받아 진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제6항에 의해 정·부 학생회장 재·보궐선거의 무산으로 비대위가 지속되는 경우, 집행위원회에 준하는 집행기구 구성과 예산집행이 가능하다. 이현수 전 공공인재학부 비대위원장(3학년)은 “비대위원장과 학생회장 직책에 관한 회칙상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학과 내부의 회계 관행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학생대표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생자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권정환 전 위원장은 “지금은 기존 학내 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도려내고 새롭게 시작할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대표자는 코로나19 전후의 구성원 사이를 매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혁주 서울캠 예술대 학생회장(공간연출전공 3)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안전을 고려하면서 학생의 권리나 학생들이 대학 생활 중에 할 수 있는 경험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이 대면 학사에서 학생자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면 자치 행사에 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원한 숙제인 학생자치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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