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쇼핑할 때면 친환경, 비건, 탄소 중립 등을 내세우는 지속가능한 패션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이나마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뿌듯해하며 구매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자신 있게 골랐던 옷과 가방, 신발이 사실 환경 오염을 유발했다면 어떨까.

사진출처 Fashion Revolution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출처 Fashion Revolution 인스타그램 캡처

  뭐야, 지속가능한 게 아니었어? 
  ‘지속가능성’은 공공으로 이용하는 자원 따위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환경·경제·사회적 특성을 말한다. 그러나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패션에 있어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환경과 탄소 중립, 비건 모두 좋은 요소지만 지속가능한 패션의 정확한 개념이 정립돼있지 않아요. 예를 들어 비건 성분이 몇 퍼센트 포함돼야 지속가능한 패션이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의 기준이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죠.”

  오경화 교수(패션전공)는 재활용 및 유기농 섬유 등에 관한 내용 역시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섬유제품 품질표시제도 규정에 따르면 섬유 조성과 혼용률을 표시할 때 섬유명칭 통일문자로 표기하게 돼 있는데요. 면,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일반 섬유 명칭과 달리 재활용 섬유나 유기농 섬유의 성분 및 혼용률은 기재하는 규정이 없죠. 기업에서 홍보를 위해 재활용·유기농 섬유 등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혼용률 표시의 의무 사항은 없는 거예요.”

  온라인 의류 쇼핑몰에 들어가면 ‘리사이클’, ‘지속가능 소재’라는 문구가 붙은 상품을 종종 볼 수 있다. 과연 옷이 완성되기까지 환경 오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걸까. 이은희 교수는 환경 오염을 판단할 때 세 가지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에 부담을 주는지 확인하려면 생산, 사용 그리고 처분 과정을 살펴야 해요. 예를 들어 옷을 생산할 때는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염색을 하는 게 맞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처분 단계에서는 쓰레기를 땅에 묻을 것인지, 태울 것인지 그리고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해요.”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다는 여러 친환경적인 소재들. 그러나 오경화 교수는 친환경이나 천연 소재로 알려진 재료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유기농 면은 재배할 때 대량의 물을 쓰고 건조할 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요. 천연 염색의 색 빠짐에 사용하는 크롬, 탄닌 등의 매염제도 환경 오염을 일으키죠. 천연 소재인 모제품도 살충제를 많이 사용해야 하고 엄청난 노동력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이 사실을 숨긴 채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며 상품을 내세운다.

  눈 가리고 아웅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란 green(녹색)과 whitewashing(불쾌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눈가림)의 합성어다.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연출하지만 환경 오염 감소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키며, 기업의 친환경적 성과에 관한 불명확하고 지나친 광고 및 홍보 활동도 포함한다.

  이러한 친환경 눈속임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경화 교수는 그린워싱이 회사의 사적 추구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패션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경제적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합니다. 이 활동이 공익적 동기로 작용하면 소비자 신뢰를 얻어 소비자와 브랜드 간 장기적 관계 구축에 영향을 주는데요. 그러나 이를 공익적 동기로 인지하지 못한 패션 기업이 지속가능성 대신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할 때 그린워싱이 발생합니다.”

  친환경 캠페인 기구 Changing Mar­kets Foundation에서 지난해 발표한 ‘그린워싱 및 화석 연료 기반 합성 물질에 중독된 패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몇몇 패션 브랜드가 CMA(영국 경쟁시장국) 지침을 어겼다. CMA 지침은 환경에 관한 기업의 노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제품, 서비스 등의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반영해야 하며 내구성 및 처분 가능성의 정보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의 친환경 패션 관련 주장 중 약 96%는 CMA 지침을 위반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H&M은 친환경 라인이라 알려진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제품에 메인 컬렉션보다 더 많은 합성물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컨셔스 컬렉션의 약 20%를 화석 연료에서 파생된 물질로 구성했다.

  오경화 교수는 소비자가 그린워싱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를 말했다. “소재 원단, 봉제 구조의 정보 공개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글로벌 가치사슬이 확립되면서 산업 구조도 복잡해졌죠. 게다가 소비자는 패션 상품에 관한 정보 공개 수준이 높지 않은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요. 이에 기업 정보의 투명성은 자연스레 낮아진 거죠.”

  잃어버린 지속가능한 패션을 찾아 
  더이상 특정 패션 기업이 소비자에게 색안경을 끼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경화 교수는 기업 정보가 투명해야 하고 인증기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기업에게 소재 등의 정보를 높은 수준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해야죠. 또한 소재 선택, 생산공정, 유통 단계별 지속가능성의 노력을 입증할 수 있도록 공인 인증기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참된 지속가능한 패션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이은희 교수는 그린워싱을 자각할 수 있는 소비자 교육과 캠페인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인 소비를 넘어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해당 브랜드가 의류 업체에 맞는 환경친화적인 이벤트를 열어 소비자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소비자와 함께 패션 브랜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오경화 교수는 패션 브랜드의 CSR 활동을 강조했다.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 행동을 높이기 위해 패션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목표, 중요성 및 적절성을 알려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합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 공공의 선과 집단주의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적 소통 전략을 취해야 하고요.”

  환경에 좋다는 옷은 끊임없이 나오지만 그 안에서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 옷을 찾기는 어려워졌다. 흉내 내기식 지속가능한 패션은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우리의 선택이 단순한 사치가 아닌 진정한 가치로 이어지도록, 그 순환을 끊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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