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Frame). 흔히 창문이나 액자의 틀, 정지된 영상 속 필름의 낱장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하기도 하죠. 우리는 종종 일정한 프레임 속에 갇혀 틀에 박힌 사고를 합니다. 이번 학기 문화부는 프레임을 벗어나 생각해보고 더 나아가 이를 깨뜨리고자 목소리 내왔습니다. 이번 주 프레임은 ‘지속가능한 패션’입니다.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한 패션이 과연 정말 지속가능할지, 그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우리 진정 잘 입고 있나요? 이번 학기 마지막 프레임, 함께 깨뜨리러 가시죠! 이서정 기자 sinceresseoj@cauon.net

H&M의 ‘bottle2fashion’ 캠페인, 파타고니아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 그리고 코오롱 스포츠에서 진행하는 ‘그린솟솟’ 프로모션. 세 기업 모두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
H&M의 ‘bottle2fashion’ 캠페인, 파타고니아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 그리고 코오롱 스포츠에서 진행하는 ‘그린솟솟’ 프로모션. 세 기업 모두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

얼마 전 옷을 사고도, 입을 게 없다며 습관처럼 장바구니에 새 옷을 담는 당신. 그 뒤로 가득 찬 옷장이 눈에 들어온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의 한 광고 속 배우는 말한다. ‘남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사.’ 정작 광고는 누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지금 당장 봐야 할 건 지구의 눈치다.

  지구는 참지 않으니까
  빠르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의류로 인해 패션 산업은 석유 다음으로 환경에 치명적인 오염원이 됐다. 하승연 교수(공주대 의류상품학과)는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해 설명했다. “면 1kg을 재배하는 데만 8000L의 물이 사용돼요. 패션 산업의 수자원 문제가 심각해져 2050년에는 세계 인구 약 3분의 2가 물 부족에 직면할 거라는 예측도 있죠. 여전히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보다 훨씬 많은 양이 생산되고, 실제로 소비자들은 필요한 옷보다 더 많은 양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패션업계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그린 패션, 자원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그리고 제조 공정 및 소재에서부터 윤리적인 과정을 추구하는 컨셔스 패션 등 여러 의미를 포함한다. 많은 의류 브랜드에서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마케팅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주요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박선희 교수(이화여대 패션디자인전공)는 MZ세대를 주축으로 소비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크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패션의 지속가능성은 이전부터 거론된 개념입니다. 소비의 주체가 MZ세대로 넘어가면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새로운 소비 형태인 ‘미닝 아웃’이 등장했어요. 무작정 구매하는 단계를 넘어 특정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환경 운동에 참여한다는 의식이 중요해진 거죠.”

  환경과 손잡고 함께 걸어갈 패션
  이미 지속가능한 패션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초기 기획부터 재활용된 소재를 사용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제작한다. 또한 비영리 단체인 ‘1% For The Planet’을 설립해 매출의 약 1%를 전 세계 풀뿌리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국내에도 활발히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기업이 존재한다. 코오롱FnC는 현재 온라인 쇼핑몰의 ‘weDO’ 카테고리를 통해 친환경·재활용·동물복지를 지향하는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2012년에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론칭하기도 했다.

  박선희 교수는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래코드의 여러 활동을 소개했다. “래코드는 의류 브랜드 제품 중 팔리지 않은 재고를 해체한 다음 재조합해 새로운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브랜드입니다. 나아가 사회적 역할과 윤리적 책임에도 관심을 갖고 미혼양육모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등 컨셔스 패션을 실천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저렴한 옷을 빠르게 생산하는 SPA 브랜드도 환경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은 인도네시아 섬의 플라스틱병 폐기물을 모아 폴리에스터 섬유로 재활용하는 ‘bottle2fashio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배수정 교수(전남대 의류학과)는 SPA 브랜드가 지닌 특성을 이야기했다. “2주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SPA 브랜드의 특성상 환경을 최우선에 두기 어렵지만, 현재 H&M의 ‘Con­scious collection’, ZARA의 ‘Join Life’는 유기농 섬유,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요. 옷을 짧게 입고 버리는 성향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착용하지 않는 의류 기부하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방안이 될 수 있죠.”

  허진영 교수(상지대 패션디자인학과)는 SPA 브랜드도 환경을 위해 한 걸음 내디뎌야 한다고 전했다. “단시간에 너무 많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와 원단이 남을 수밖에 없죠. 이를 활용한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요. 생산 단계부터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 개념을 도입한다면 지속가능성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겠죠.”

  요람에서 요람으로, 옷에서 옷으로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순환 패션’은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한 패션에 가장 적합한 개념이다. 이병길 한국세대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은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로 순환 패션을 꼽았다. “요람에서 요람으로의 철학을 추구하는 순환 패션에 주목해야 합니다. 순환이란 무에서 태어난 존재가 다시 무로 돌아가는 건데, 마찬가지로 패션도 낭비를 줄이고 새로 만든 옷을 자연적으로 분해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

  이정순 강사(연세대 의류환경학과)는 순환 패션의 과정에 주목했다. “사람의 욕구는 무한하지만 자원은 제한적이죠.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원의 순환적 이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생산, 소비, 폐기의 선형적인 흐름이 아니라 투입된 물질이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돼야 해요. 업사이클링과 중고품 재사용, 제품의 수명연장 등이 그 예시입니다.”

  ‘옷도 인생도, 마음대로 사세요.’ 마음껏 살 수 없는 세상 속 달콤한 한 마디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인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삶의 터전이다. 자연으로부터 온 의류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초록별 지구를 지키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은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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