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사회적 소수자를 조명할 때 나와는 다른 존재로 인식하곤 합니다. 소수자가 아닌, 소수자를 조명한다는 전제가 깔린 셈이죠. ‘보통의 이야기’는 소수자를 이질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같은 사회 구성원의 위치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죠. 오늘도 지극히 보통의 사람들을 만나 보통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5월 20일은 ‘세계인의 날’입니다. 학내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요. 낯선 상황에서도 눈부신 캠퍼스 낭만을 펼치는 그들의 세상에 잠시 다녀와 봤습니다.소지현 기자 jihyeon86@cauon.net
 

중앙대 내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기준 3302명이다. 서울캠의 경우 소속된 외국인 유학생은 무려 2654명으로 전체 재적 학생의 약 10%에 달한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을 향한 벽은 드높다. 그들에 대한 선입견은 견고해지고 있다. 국제적 분쟁이 발생하면 그 화살이 해당 국적의 유학생에게 쏠리기도 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물과 섞일 수 없는 기름인 걸까.

  기자는 서울시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어엿한 직장인이 된 외국인 유학생 우다씨(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6학번)를 만났다. 그녀는 2016년 중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년 전 중앙대를 졸업한 뒤 한국에 남아 여전히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는 현재 한국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브랜딩 전략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다씨는 업무에 지쳐 퇴근하는 여느 직장인처럼 조금은 피곤한 기색으로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를 발견하자 이내 밝은 미소로 반기며 인사를 건넸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눈 뒤 우다씨의 캠퍼스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평일에 열심히 근무를 마친 우다씨는 주말에 시간을 내 SNS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 소지현 기자
평일에 열심히 근무를 마친 우다씨는 주말에 시간을 내 SNS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 소지현 기자

  갑니다, 한국으로 
  우다씨와 한국의 만남은 중학교 3학년 때의 여행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복궁과 제주도 등 흔히 가는 관광지들을 갔어요. 그런데도 되게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죠.” 이후 외국어고에 입학한 우다씨는 대학 진학을 고민했다. 그러다 친구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도화선이 됐다. “네가 한국에 관심이 많으니까 차라리 한국으로 가는 게 어때?” 당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시던 외할머니 덕분에 가족들에게 한국행을 설득할 수 있었고 그 길로 한국어 독학을 시작했다.

  한국의 방송 콘텐츠를 통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미디어 산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그녀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는 <7번방의 선물>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한국의 유명작을 찾아보며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영화가 끝나면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이름이 쭉 나오잖아요. 저도 그 수많은 이름 중 하나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디어 산업에 관해 공부를 해보고자 관련 학과를 선택했죠.”

  조별과제 MVP가 되기까지 
  부푼 꿈과 달리 처음 맞이한 대학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입학을 위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을 취득하고 준수한 영어 실력을 갖췄지만 수업을 따라가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 자격증을 위해 공부한 내용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일상용어나 대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와는 거리가 있었거든요. 간혹 말씀이 빠르신 교수님을 만나면 더 벅차더라고요.”

  전공 특성상 대다수의 강의에서 진행한 조별과제는 우다씨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자신 있는 부분이 없는데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어요. 소통하는 것도 두려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어려웠죠. 정말 고통스러웠고 항상 조용히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우다씨가 쏟은 노력만큼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을 보면서 승부욕이 생겼어요. 왜 나는 저렇게 잘할 수 없지 하는 생각이 맴돌았죠.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더니 PPT 실력도 늘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낼 수 있더라고요.”

동아리 활동은 우다씨의 캠퍼스 로망 중 하나였다. 그녀는 댄스 동아리와 버스킹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그 로망을 이뤘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모든 순간은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사진제공 우다
동아리 활동은 우다씨의 캠퍼스 로망 중 하나였다. 그녀는 댄스 동아리와 버스킹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그 로망을 이뤘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모든 순간은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사진제공 우다

  국적을 넘어 마음이 동하는 
  동아리 활동은 우다씨의 삶에 다채로운 색을 더했다. MT에서 동아리원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댄스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 “댄스 학원에 오래 다닐 정도로 춤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술기운에 해당 동아리원들과 같이 추게 됐죠. 그날로 바로 안무팀장이 됐어요.” 한국말이 서툴렀기에 안무를 가르치는 일이 때로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시간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동아리를 통해 만난 친구들은 그녀에게 허물없이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학교에 있다 보면 친구들이 절 알아보고 먼저 안부를 묻더라고요. 유학생으로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 3학년이 되고 나서는 학과 학생회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학과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벽을 허물어야 비로소 보인다
  그러나 가끔은 외국인 유학생을 향한 편견의 시선을 목격하기도 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면 사고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치 판단이 개입되다 보니 한국인 학생과 유학생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연한 사실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바라보면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대부분 쉽게 해소되지 못해 서로를 향한 선입견은 쌓여만 가더라고요.” 이외에도 조별과제에서 일부 유학생들의 불성실한 모습은 유학생 전체를 향한 편견으로 자리 잡았다.

  우다씨는 더불어 가는 캠퍼스를 위해서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유학생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해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가와 주면 좋겠어요. 유학생 역시 상대방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단 먼저 다가서기도 해야죠.” 이어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도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조성해주면 정보도 공유하며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것 같아요.”

  4년간 캠퍼스를 바쁘게 누볐던 우다씨에게 204관(중앙도서관)은 추억의 장소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시험 기간엔 늘 도서관에서 밤을 샌 뒤 바로 시험을 봤는데요. 힘들기도 했지만 아침 해가 뜨면 도서관 창가에서 들리는 은은한 새소리가 힐링이었죠.”

  기자가 느꼈던 우다씨의 대학 생활은 보통의 대학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학과 공부에 성실히 임하고 사람들과 소통했다. 그녀가 캠퍼스에서 보낸 멋진 시간만큼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색안경을 내려놓자. 이제는 외국에서 온 이방인이 아닌, 캠퍼스를 구성하는 같은 대학생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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