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15년, 다가올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20만명으로 늘리는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유은혜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해당 전략을 계승하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한국 캠퍼스를 국제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유학생 게토(Ghetto)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난 정부들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에 의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인원은 크게 증가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약 8만953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2020년엔 약 15만3695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유학생을 위한 제도적 기반에는 아직도 빈틈이 많다. 박주호 교수(한양대 교육학과)는 대학의 재정 확보만을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문제라고 짚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대학별 수입 창출을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학에서 선발할 수 있는 한국인 학생 수는 제한이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은 그렇지 않죠. 때문에 유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재정 수입 효과를 얻는 실태랍니다.” 애초에 대학의 국제화보다는 그저 재정 확보에 집중한 전략이었기에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제도적 문제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 입학 절차에서도 발견된다. 대다수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요건 중 하나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또는 기타 영어능력시험의 일정 점수 이상을 요구한다. 박주호 교수는 해당 입학 절차만으론 외국인 유학생과의 원활한 수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외국인 유학생 중에 한국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보여요. 미국의 사례처럼 대학교육을 따라올 수 있는 학생인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제대로 된 기반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세계화를 꿈꾼다면 설계부터 다시
  
외국인 유학생을 향한 대학사회의 인식도 게토화 현상을 부추긴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한국 대학생의 인식 유형」(강운선, 2016)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과의 모둠활동 과정에서 유학생들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학생이 약 37.5%, 유학생들과의 수업에 심리적 저항이 상당한 학생이 약 21.9%에 달한다. 두 응답자 집단을 합치면 절반 이상의 수치가 된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을 향한 대학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시선의 원인을 학생 개인의 이기심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박주호 교수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그들을 향한 이질적인 시선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계속 한국에 체류하고 취업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들의 장기 체류 및 취업을 위한 경제적, 문화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로 인한 낯섦이 배타적 시선을 만든다고 봐요.” 

  그렇다면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에 관한 정책의 방향성은 무엇이어야 할까. 박윤수 교수(숙명여대 경제학부)는 양적 유치가 아닌 질적 고민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학생은 대학이 생산하는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이면서 중요한 투입 요소이기도 해요. 학생 구성에 따라 교육 서비스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죠. 따라서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데 급급하기보단 한국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유리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을 환영하며 내걸었던 ‘국내 대학의 국제화’. 그 명목에 걸맞도록 대학사회는 한 걸음 성장해야 할 때다. 모두가 국적에 구애받거나 차별받지 않고 함께 캠퍼스를 누비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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