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Do Dream)은 ‘꿈꾸고(Dream) 도전하라(Do)’, ‘꿈꾸고(Dream) 두(Do)드려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여론부는 다양한 도전과 경험 끝에 중앙대 강단의 문을 두드린 이들을 만납니다. 강단에서 중앙대 학생들을 만나기까지 그들의 여정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주는 펜 끝을 통해 불명확한 언어를 향유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김장근 교수(문예창작전공)를 만나봤습니다. 김장근 교수의 이야기를 함께 두드려 볼까요?

2월 8일 흑석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장근 교수는 따뜻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부드러운 인상에 만년필을 들고 있던 그의 모습은 문학인의 아우라가 가득했다.
2월 8일 흑석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장근 교수는 따뜻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부드러운 인상에 만년필을 들고 있던 그의 모습은 문학인의 아우라가 가득했다. 사진 소지현 기자

“삶의 주변을 잘 보는 게 중요해요. 비판적인 시각 위에서 자신의 삶을 무한 긍정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그 와중에 내 주변을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나’라는 범주 바깥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그 관계 속에서 부정해야 할 세계의 구조, 혹은 세계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한 예술이다. 표면에 쓰인 언어의 작용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날카롭게 관통하기도 한다. 시는 압축적 문학의 결정체다. 1998년에 등단한 김장근 교수(문예창작전공)는 여전히 신화적 상상력과 위력적인 리듬을 가진 언어,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그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또 다양한 공간에서 사람 김장근, 시인 김근(김장근 교수의 필명), 김장근 교수, 시인 유튜버로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늘 똑같아요. 강의하고, 마감 때 시를 쓰고, 또 틈이 나면 책을 읽으며 소논문을 준비하고. 일상이 다그렇죠. 최근에는 유튜브 촬영이 일상의 주요한 부분이 돼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촬영을 하러 갑니다.”

  -1998년 등단 이후 20년 넘게 문학계에 몸을 담았다. 어릴 적부터 시인을 꿈꿨나.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16살 때 본격적으로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어요. 1987년 당시 6월 항쟁을 보고 내가 알던 세계와 무언가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죠. 이런 감정 속에서 글로 표현해야겠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들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집과 소설, 사회과학 서적도 열심히 읽으면서 ‘시라는 게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감을 잡아갔어요. 그러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죠.”

  -여러 문학의 갈래 중 시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밀린 일기를 급하게 해결하려순수한 마음에 동시를 썼어요. 그러다 외삼촌 댁에서 우연히 김소월의 시 <초혼>을 접했죠. 어린 나이에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읽는데 붕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시는 산문처럼 확정적인 언어가 아니잖아요. ‘모호하면서 불확정적인 언어로 할 수 있는말이 있구나’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출발했던 것 같습니다.”

  -글감이나 시적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처음에는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썼어요. 그런데 요즘은 순간마다 기록해둔 감각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시를 쓸 때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 머릿속에 확실히 그려놓은 채로 시작하지 않아요. 일상에서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감각들을 메모해뒀다가 다시 뒤져보며 상상해나가는 거죠.”

  -선배 시인으로서 문학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제가 중견 시인이지만 시를 안다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죠. 그저 조금 더 살아본 자로서 말해보자면 자신의 언어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문학이나 예술의 작업은 매번 좌절과 실패가 잇따릅니다. 그 속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 또한 문학과 예술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어렵겠지만 버티는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계에서 활동하면서 모교의 강단에 섰다.

  “처음에는 대학원에서 시작했다가 이후 학부에서겸임 교수가 되면서 지금까지도 강의를 하고 있어요. 강단에 선 지 꽤 오래됐지만 모든 순간이 다 기억납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학생들도 없죠. 후배들이기도 하고 언젠가 창작의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친구들이라 더 애정이 가더라고요. 특히 문예창작전공 졸업심사에 필요한 개인 작품집의 작품론을 제가 써줬던 학생들은 이름까지 생각납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이고 싶은지.

  “제가 학부 시절 필요로 했던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창작이라는 게 확실한 길이 보장돼 있지 않아요. 조금이나마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졸업했었죠. 창작의 과정에서 선생은 절대적인 위치에 설 순 없어요. 쓰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학생들이 각자의 언어 정체성을 찾아가도록 보살펴주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시켜서하는tv>를 시작하기도했다고.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시에 관한 선입견을 깨면서 일상에서 시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러다 현재 채널 전체를 기획해주는 후배가 시범 영상을 찍겠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응했는데 저도 모르게 채널을 만들어서 첫 브이로그 영상을 올렸더라고요.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기획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유튜브 채널 <시켜서하는tv>를요.”

  -‘힙알못김시인’ 코너로 힙합 노래인 정상수의 <달이뜨면>을 해석한 영상이 큰 관심을 받았다.

  “두 번째로 업로드한 영상이었는데 얼떨떨했죠. 첫영상은 조회 수가 20회 정도에 불과했거든요. 그리고 사전에 아무 논의되지 않은 콘텐츠였어요. 기획자가 갑자기 카메라를 켜고 즉석에서 힙합 가사 논평을 시켰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시인이 힙합 가사를 분석하는 것에 약간의 저항도 있기도 했죠. 그렇게나 인기가 많을 줄 몰랐어요. 지금도 힙알못김시인 코너가 가장 반응이 좋아요.”

  -시인이 힙합 가사를 분석한다는 점이 신선하다.

  “콘텐츠를 진행하다 보니 시와 힙합은 각자의 영역이 있지만 언어적 작용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시가 언어 안에서 작용하듯이 힙합 역시 가사 속에서 리듬이나 의미 등이 작동되죠. 또 삶을 들여다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지닌다는 부분도 시와 닮은 것 같습니다. 시와 노래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돼 시는 언어적으로, 노래는 음악적으로 분화됐지만 힙합은 그사이 어디쯤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기억에 남는 영상이 있다면.

  “즉흥에서 나오는 참신함을 위해 대부분의 콘텐츠는 기획자가 계획합니다. 그런데 옛날 시인의 작품과 젊은 시인의 작품을 연결해 보여주는 ‘Old & New’ 코너는 제가 준비해요. 그중 제가 좋아했던 김남주 시인과 그의 후예를 자처하는 송경동 시인을 소개했던 영상이 기억나네요. 댓글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어떤 분께서 본인이 느꼈던 김남주 시인과 송경동 시인에 관한 이야기를 써주셨죠. 각자 책을 감상하고 느낀 소회들을 공유하면서 함께 공감을 나눈다는 게 감동적이었습니다.”

  -댓글에 꾸준히 답글을 달며 활발히 소통하고 있던데.

  “제 채널에 다양한 댓글이 달려요. 힙알못김시인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추천해주시기도 합니다. 사실 음악은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데 제가 그 노래를 다뤄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또 어떤 분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적어주세요. 제게 공감해주시는 거죠. 그런 댓글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심 뿌듯해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

  “가수 pH-1의 노래 <Dressing Room>을 분석한적이 있어요. pH-1이 그 영상에 ‘곡을 만들 당시의 심정을 정확하게 짚어줘 누군가 알아줬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았다’고 댓글을 직접 남겨줬죠.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 외에도 학생들에게 타자의 현실을 어떻게 공감시키는지 깨달았다고 전해준 고등학교 교사, 제대 후 제 시집을 읽어 보겠다는 군인, 아직도 본인이 알아야 할 세상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고 달아준 사회학과 학생 등 감사한 댓글이 너무 많네요.”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고 강단에 서며 유튜브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냥 하는 거예요. 저는 계속 쓰는 사람이자 읽는 사람이잖아요. 제 정체성 안에서 시집도 내고 유튜브도 하는 겁니다. 삶은 이 세계에 모든 감각과 현실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걸어가는 힘든 과정이에요. 그 속에서 내가 속한 세계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며 제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죠. 주어진 삶에 성실히 임하고 최대한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렇게 가지치기가 되는 겁니다.”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는지.

  “시 잘 쓰는 게 목표예요.(웃음) 한국 시인들은 젊은시절부터 굉장히 잘 쓰거든요. 저도 그들과 동종업계 경쟁자이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지금의 언어적 세계보다 더 나아간 말들을 쓰는 게 계획이자 하나의 과정입니다. 또 원래 쓰고 있던 시들을 묶어 올해 시집을 하나 더 발간할 예정이에요. 지난해 발간한 시집 『끝을 시작하기』는 출간 예정인 시집의 전작과 같은 개념이었고 새 시집이 나오면 또 다른 세계를 향해 열심히 가야겠죠.”

방탄소년단(BTS)의 팬 굿즈인 그의 스마트폰 케이스. BTS의 노래 'IDOL' 속 굿거리장단을 우연히 듣고 찾아보면서 매력에 빠져 ‘아미(BTS의 팬클럽)’가 됐다.
방탄소년단(BTS)의 팬 굿즈인 그의 스마트폰 케이스. BTS의 노래 'IDOL' 속 굿거리장단을 우연히 듣고 찾아보면서 매력에 빠져 ‘아미(BTS의 팬클럽)’가 됐다. 사진 소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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