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문화예술 향유를 미뤄두곤 합니다. 감상의 순간이 찾아와도 무심하게 등을 돌리기도 하죠. 이번 학기 문화부는 문화예술을 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감성’을 전해 가슴 속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이번 주 문화부 세 기자는 전시회에 방문해 사진 속에서 다정한 온기를 만나고 왔습니다. 예술은 결코 삶의 정답을 강요하지 않죠. 그러니 편히 마음을 내려놓고 다 같이 감성 스위치를 딸깍- 올려볼까요. 환한 빛으로 가득한 따뜻한 감성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서정 기자 sinceresseoj@cauon.net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관광객의 관계를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요시고. 그의 대표작 'Mallorca, Spain'이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헤엄치는 이의 모습에서 여유로운 행복이 묻어난다. 사진 이서정 기자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관광객의 관계를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요시고. 그의 대표작 'Mallorca, Spain'이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헤엄치는 이의 모습에서 여유로운 행복이 묻어난다. 사진 이서정 기자

‘#전시회’. 인스타그램에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230만개의 게시물이 눈 앞에 펼쳐진다. 230만이라는 숫자는 그만큼 많은 이들이 전시회의 추억을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해시태그를 통해 다양한 전시회를 둘러보던 중 약 6만6000개의 게시물이 올라온 ‘#요시고사진전’ 속 파란 물결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SNS에 많은 이들의 추억을 남긴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을 둘러보며 인증샷이 남긴 흔적을 짚어보자.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요시고사진전’ 속 게시물. 그들은 어떤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까. 이미지 이서정 기자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요시고사진전’ 속 게시물. 그들은 어떤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까. 이미지 이서정 기자

  #요시고_사진전에서_따뜻함을_느끼고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의 <요시고 사진전>은 팬데믹 속 잊고 지냈던 풍경과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기획사 ㈜미디어앤아트는 ‘코로나19, 미래 고민 등 저마다의 이유로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현대인을 위해 <요시고 사진전>에서 그동안 축적된 피로와 갈증이 해소되고 내일을 향한 기대와 안정이 쌓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발표했다.

  <요시고 사진전>은 건축, 다큐멘터리, 풍경 세 가지 주제의 공간에서 세계 곳곳의 여행지 사진을 선보였다. 건축이 주제인 공간에서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건축물 사진과 그림자, 색감, 구도를 활용해 자신의 색을 담으려는 요시고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를 주제로 한 공간 에는 자신만의 여행지를 찾을 수 있는 화살표 게시판과 여행지 사진을 소장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어 여행을 갈망하는 이의 마음을 자극한다. 특히 두바이 사진이 전시된 공간은 고운 모래를 바닥에 깔아둬서 두바이 사막을 거닐고 있는 듯 생생했다. 풍경이 주제인 공간에는 사진 속 에메랄드빛 해변이 마음을 맑고 푸르게 만들면서도, 모래와 하나가 된 듯한 관광객의 피부색이 괜스레 신비하고 아름답게 와 닿기도 한다.

'San Sebastian, Spain'.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진제공 (주)미디어앤아트
'San Sebastian, Spain'.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진제공 (주)미디어앤아트

  양지연 교수(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는 <요시고 사진전>의 인기 이유에 관해 전시 장르, 작가의 인기 그리고 SNS 홍보를 언급했다. “<요시고 사진전>의 여행이라는 키워드는 코로나19 시국에 전시회를 보러 가겠다는 동기를 유발했죠.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해당 사진전은 충분히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장르와 성격의 전시였어요. 사진이라는 장르와 밝고 친근하며 장식적인 이미지, 인스타그램을 통한 작가의 유명세 와 대대적인 SNS 홍보는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냈죠.”

  #이제_우리도_전시를_즐깁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까지 증가했다. 주영애 교수(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는 생활 수준 향상과 1인 가구 삶이 문화 향유 욕구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은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문화 향유 욕구가 커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며 개인 일상에 관심이 높아진 거죠. 특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문화 향유 욕구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관람률뿐만 아니라 전시 형태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기본적인 전시 공간 모델은 1976년 비평가 브라이언 오 도허티가 구체화한 ‘화이트 큐브’로, 외부 요인 방해 없이 순수한 예술 자체의 작품 감상을 위해 사용된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므로 전시는 어렵고 접근이 힘들다는 인식을 줬다. 그러다 여러 사립 국공립 미술관이 대중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상 전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시 공간 자체를 경험하도록 하면서 전시문화 장벽을 낮추기 시작했다.

  형운 문화예술 큐레이션 플랫폼 ANTIEGG(안티에그) 기획자는 한국 전시 사업에서 마케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시는 국가 주최 전시, 대안 공간 전시, 상업 전시 공간, 그리고 소규모 전시 4가지가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국가 주최 전시는 흥행보다 국립미술관의 격을 높이거나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도를 위해 전시를 기획해요. 반면 디뮤지엄과 같은 상업 전시 공간은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관점에서 기획하죠. 전시 인증 포토존을 만들거나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요. 최근에는 상업 공간 전시에서 선보인 전시 인증 문화 기획이 국립 전시, 대안 공간, 소규모 전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실제로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은 사진 촬영이 편리하도록 전시 공간 내 포토존과 같은 요소를 기획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SNS로_추억을_남기고_공유하다
  SNS는 이용자 간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네트워킹 기능, 메시지를 주고받는 소통 기능 그리고 사진, 영상과 같은 미디어 객체 공유 기능을 지닌다. 이를 바탕으로 SNS 이용자들은 타인과 자신의 경험 및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경험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는 현상은 ‘인증’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주영애 교수는 SNS 인증문화가 인간관계에서 형성되는 가치의 총합을 의미하는 사회자본과 자기표현 욕구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SNS 인증은 사회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정보 취득, 사회적 관계 형성, 즐거움, 개인감정 표현 등 다양한 요인에 근거하죠. 또한 인간은 자기표현 욕구를 지녀요.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는 과정에서의 네트워크 결과가 곧 SNS 인증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SNS 인증문화는 다양한 전시 정보를 얻고 경험 공유가 자유로워졌으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간직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형운 기획자는 SNS 인증문화가 좋은 마케팅이면서도 관람자의 감상을 해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고 이야기했다. “SNS 인증문화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미술관에 방문하는 관람객이 늘어난다는 점은 미술관 입장에서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전시를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부정적인 면 이 존재할 수 있어요. 전시의 존재 이유는 작품 감상인데 계속 사진을 찍거나 주말 나들이를 온 듯한 분위기가 되면 그 본질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전시를 관람하는 감상자의 권리를 방해할 수 있죠.”

  양지연 교수는 SNS 인증문화에 있어 관람자와 기획자 모두 인식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람자는 미술과 전시에서 얻는 지적 자극, 미적 경험 등을 깊이 경험하고 공유하는 주체적 소비자가 돼야 해요. 또한 SNS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전시회 외에도 주체적으로 전시를 찾아봐야 합니다. 기획자는 인증샷 배경을 넘어 관람자가 전시장에서 더 관찰하고 사유, 대화하는 전시를 기획해야 하고요.”

  #앞으로도_이어질_전시회와_인증샷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문화예술 관람객과 규모도 줄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시가 등장하기도 했다. 양지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전시에 관한 온·오프라인 연구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오프라인의 혼합 형태 전시도 증가하고, 가상 전시 콘텐츠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확대될 거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전시를 구현하는 데 있어 기술과 내용적인 한계가 있고 온라인 콘텐츠 이용자의 경험과 욕구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죠. 온라인뿐만 아니라 대면 경험의 욕구가 더욱 커진 측면도 고려해야 해요.”

  ‘찰칵-.’ 전시회 관람 중 들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마치 배경음처럼 익숙해진 요즘이다. 셔터 세례 속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회의 진정한 가치를 담은 소리는 어디에 있을까. 전시회에서 깨달은 자극과 영감을 공유하고 그 경험을 추억할 수 있는 인증샷은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사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당신이 그 인증샷을 찍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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