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또는 들어서 알고 있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예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키워드로 보는 예술 사전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예술 사전을 넘기는 손은 키워드 ‘종교’ 앞에 멈췄습니다. 종교가 왜 문화가 되고 예술로 승화하며 이토록 우리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냐고요? 인간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우리 함께 종교를, 그리고 인생을 파헤쳐 봅시다! 최수경 기자 petitprince@cauon.net

※본 기사는 이종우 교수(상지대 교양학부), 박종천 교수(고려대 민족문학연구원)를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진행한 『금오신화』(김시습 씀),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신과 함께)> 해석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피테르 클레즈, '바니타스 정물화', 1630. ‘바니타스’는 허무, 허영을 뜻한다. 바니타스 정물화라고 명명할 때는 해골, 책, 등을 통해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보다 직설적인 메시지를 드러낸다.
피테르 클레즈, '바니타스 정물화', 1630. ‘바니타스’는 허무, 허영을 뜻한다. 바니타스 정물화라고 명명할 때는 해골, 책, 등을 통해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보다 직설적인 메시지를 드러낸다.

“모든 것은 자홍씨가  
생전에 쌓아온 
업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루는게 
저승이니까요.” 
-웹툰 <신과 함께> 중

“나는 2009년 겨울에 죽었다.” 웹툰 <신과 함께>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운명을 거스르고 죽지 않으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은 종교를 통해 사후세계를 만들어 냈고 다양한 상상력을 펼쳤다.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의 삶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무리 고생스럽고 천하게 살더라도 죽기는 싫었던 인간의 열망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말까지 만들었다. 사후세계를 배경으로 한 웹툰 <신과 함께>의 주인공 김자홍은 저승에서 7번째 재판을 마친 후 다음 생을 결정할 6개의 문 앞에 서게 된다. 6개 문 중 하나는 환생을 뜻하는 인간계였다. 그의 변호사 진기한도 김자홍을 인간계나 천상계로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죽어서라도 어떻게든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이 엿보인다.

  한국인이 이승에서 육신을 갖고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세관이 없는 유교의 영향이 크다. 유가 사상은 삶에 관심을 두는 방법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해소한다. 윤리적인 생활을 실천하고 죽음을 슬퍼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공간을 분리하고자 했다. 제사를 지내도 사실 제사상에 찾아오는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있는 후손의 정성을 기억하고 그들의 슬픔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목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종교나 사상이 지속적으로 전승되려면 서사, 인물, 그와 연관된 특별한 기억이 남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실체론적인 귀신관을 지닌 ‘대중적 전통의 종교’가 탄생했다.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죽어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에 등장하는 ‘아가씨’는 정절을 지키다 왜구에게 죽임을 당한다. 사랑을 해보지 못한 그녀는 왜구에게 살해당한 원통함으로 이승을 떠돈다. 웹툰 <신과 함께>에서 총기 사고로 부상을 당한 병장 유성연은 억울하게 죽어 원귀가 된다. 두 인물은 이승에서 풀고 가야 할 문제가 있거나 죽음 자체에 문제가 있어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귀신이다. 이 귀신을 원귀라고 하는데 이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쳐 이승을 떠돌아다닌다고 믿었다. 이러한 한국무속의 귀신 신앙은 이승의 삶에 서린 한의 정서를 드러낸다. 또한 죽어도 귀신으로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영속적인 삶을 얼마나 염원했는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귀신이 자유롭게 현세로 드나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복사저포기』에서 ‘양생’과 정을 나눈 아가씨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며 말한다. “애달프게도 업보를 비킬 수 없어 저승길을 떠나야 하겠습니다.” 무속신앙은 삶과 죽음의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했고 죽은 자가 산 자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철저하게 경계했다. 현세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닌 무속신앙은 현실의 욕망을 추구하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현세에 해를 입힐 수 있는 귀신을 달래는 것이 중요했고 그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굿’을 행했다.

  어느 세계든 행복하길 바랍니다 
  죽은 사람이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의 행복을 바라며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만복사저포기』에서는 왜구의 침략으로 죽은 아가씨를 위해서 양생이 장례를 치러주고 명복을 비는 장면이 묘사된다. 제사 의식을 통해 죽은 영혼의 한을 풀어주고 아가씨가 저승으로 완전히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신과 함께>에서도 장례 의식이 나타난다. 작품에서 저승의 망자들은 정해진 기간에 걸쳐 10개의 지옥에 도달한다. 이 기간을 자세히 보면 불교의 사십구재와 유교식 삼년상이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자홍은 죽자마자 총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 49일간 재판이 불교의 사십구재와 대응한다. 대중적 전통의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기 전에 중음(죽은 후 다음 생을 받기까지 기간)의 상태에 이르는데, 그 기간 동안 다음 생에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된다고 믿는다. 사십구재를 통해 망자가 다음 생애는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

  김자홍이 거치지 않았던 나머지 3개의 지옥은 각각 사후 100일, 1년, 그리고 3년째에 마주하게 된다. 각각의 시간은 망자가 죽은 지 100일 후에 치르는 탈상, 죽은 지 1년이 지나 치르는 소상, 2년 후 지내는 대상과 대응하며 전형적인 유교식 삼년상을 보여준다. 다른 종교에 비해 유가 사상에서 상례는 산 자를 위해 존재한다. 죽은 조상을 기억하고 부모를 향한 효를 사후에도 실천하기 위해서 치러진다. <신과 함께>의 재판 구조는 불교와 유가 사상에서 나타나는 상례 주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대가 뿌린 대로 거두리라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진광대왕, 초강대왕, 송제대왕, 오관대왕, 염라대왕, 변성대왕, 태산대왕은 김자홍이 마주하는 7명의 시왕이다. 김자홍은 이들에게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줬는지, 불효를 행했는지, 살인을 저질렀는지 등의 행위에 관해 재판을 받는다. 마지막 7번째 재판에서는 선악 업보에 따라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이라는 여섯 세계(육도 세계) 중 한 곳으로 가게 된다. 이승의 업이 저승에서의 운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승과 저승의 상호 영향을 주장하는 불교 특성을 보여주며 자업자득의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이승에서 진심 어린 용서를 받은 자는 저승에서 심판할 자격이 없다.’ 영화 <신과 함께>에 나오는 저승법 제1조 1항이다. 용서받지 못할 잘못된 행동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한다. 우리는 종교를 통해 후회 없이 올바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끝없이 모색하기도 한다. 더 참된 삶을 위해 노력하자. 저승에서 더 많은 지옥을 통과하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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