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와 살인. 듣기만 해도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느낌의 단어들이다. 지금도 파격적인 해당 소재를 주제로 무려 2000년 초반에 개봉한 두 영화가 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다. 극 중 인물이 각각의 범죄를 저지른 심리를 알아보고자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기자가 직접 두 영화를 비평해봤다. 

  눈이 아닌 혀를 뽑은 오이디푸스, 오대수
  “친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 등장인물 이우진이 딸과 사랑에 빠진 오대수에게 던진 대사다. 충격적인 내용의 이 영화는 근친상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등장인물 오대수와 그의 딸 미도는 서로가 부녀지간임을 모른 채 사랑에 빠진다. 훗날 이를 깨닫고 오대수가 죄책감에 자신의 혀를 직접 손으로 잘라 스스로를 벌하는 비극적 결말로 영화는 끝난다. 

  해당 영화의 서사는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 씀)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를 연상케 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후 죄책감을 느껴 스스로 눈을 멀게 하는 인물이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왕』에서 착안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창설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진행되는 사회화를 일컫는다. 이는 부모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법과 사회를 통해 습득한다는 의미다. 이때 사회화로 인해 해소되지 못한 내재된 부모에 대한 욕망이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프로이트는 주장했다. 인간으로서 지니는 근원적인 불안이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바라본 것이다. 

  영화 속 오대수는 미도와의 관계를 깨닫고 불안과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국한해서만 오대수를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대수는 미도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속죄하는 모습을 스스로 혀를 자르는 행위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오대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매몰되는 인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오대수를 인간이 숙명적으로 지니는 비극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물로 바라볼 수 있다. 

  내 안의 또 다른 자아(自我)가 저지른 살인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도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고통을 회피하기보다는 직면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금자라는 인물이다. 금자는 만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범죄에 연루돼 감옥살이를 13년간 하는 극 중 인물이다. 금자가 13년간 감옥에서 자신을 범죄에 연루시킨 주범 백 선생을 살해하기 위해 복수를 계획하고 이를 성공시킨다. 하지만 영화는 복수를 성공한 금자가 죄책감을 끝내 지우지 못하고 자책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영화 속 복수와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금자의 태도는 라캉의 타자성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라캉에 의하면 우리 내면에는 모두 여러 타자가 존재한다. 라캉은 여러 타자의 모습으로 자아가 구성돼 있기에 내면에서 타자성이 충돌하면 환상이 만들어질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하는 원모라는 인물이 바로 타자성 충돌이 낳은 환상에 해당한다. 원모는 이미 오래전 금자의 실수로 인해 죽었지만 죽은 당시의 모습으로 금자 앞에 나타난다. 복수심에 불타 살인을 저지른 금자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금자는 서로 다른 타자이다. 그렇기에 금자는 타자성이 충돌해 발생한 원모라는 환상을 보게 된다. 

  오대수와 금자 각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타자성 개념을 활용한 정신분석비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상 속 죄의식에 시달리는 인간의 본모습도 담았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정신분석 이외의 비평 가치도 높다고 본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 두 작품은 각각 2003년, 2005년에 개봉했다. 파격적인 소재를 주제를 하고 있지만 개봉 당시에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 두 작품은 각각 2003년, 2005년에 개봉했다. 파격적인 소재를 주제를 하고 있지만 개봉 당시에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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