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批評).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해 가치를 논함을 일컫습니다. 정의만 들으면 비평은 학문에 큰 뜻이 있는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일 것 같은데요. 여러분들도 얼마든지 비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비평, 정신분석학에서부터 같이 시작해볼까요?

의식·무의식·전의식을 발현하는
이드·자아·초자아

작품은 인간 심리의 구조물
텍스트 속 숨겨진 무의식을 찾는 법

영화 <인셉션>은 인간의 무의식에 해당하는 꿈속 세계를 배경으로 주인공 ‘코브’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그리고 있다. 꿈 안에서 오래전 죽은 아내를 만나 죄책감을 느끼는 그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독특한 서사는 무의식적인 소망을 파악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꿈의 해석」 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그가 펼친 무의식의 세계와 정신분석학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무의식에서 마주한 진실
  정신분석학이란 무의식에 관계되는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한 이론체계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의식과 전의식, 무의식이 정신을 구성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빙산에 비유한다. 의식은 빙산의 윗부분과 같이 개인이 현재 자각하고 있는 생각이다. 반면 무의식은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큰 빙산 일부분처럼 개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기억을 말한다. 전의식은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적 속성의 개념으로, 이전에 자각했었지만 무의식 속으로 사라진 기억을 의미한다. 해당 학문은 의식이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에서 인간 심리의 근원 찾는다는 점이 심리구조의 핵심을 의식에서 찾는 심리학과는 차이가 있다.

  강우성 교수(서울대 영어영문학과)는 정신분석학을 인간의 신체 관련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구조를 파악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프로이트는 꿈이나 실수 같은 정신분석학 개념을 통해 인간의 심리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욕구에 따른 소망을 드러내는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작동시키는 심리 기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죠.”

  프로이트가 정리한 심리 기제로는 이드, 초자아, 자아가 있다. 이드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로 쾌락원리를 따르는 특성이 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초자아는 도덕적 원리에 근거하며 현실 세계에 맞닿아 있다. 본능과 도덕의 충돌 속에서 자아는 이 둘을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세 가지 심리기제는 모두 리비도의 지배를 받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이드와 초자아의 충돌 속에서 사람은 내외적인 성적 충동의 자극을 최소화하는 ‘쾌원리’를 따라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의 이드를 배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종종 쾌원리를 벗어나 꿈이나 실수, 신경증·정신증·도착증 같은 일탈을 하기도 한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언어학 차원에서 새롭게 체계화한 장본인이다. 그는 무의식과 리비도의 순환 논리에 근거해 무의식이 언어처럼 구조화돼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심리구조가 이미지와 언어라는 표상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라캉의 해석에 따르면 무의식은 숨겨진 의미가 저장된 에너지의 창고가 아니라 의미 없는 표상으로 이뤄진 체계다. 강우성 교수는 인간은 타인을 모방해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자아’와 언어적 질서에 거주하려는 ‘주체’ 간의 갈등을 통해 자기 표상이 확립된다고 설명했다. “주체는 자아와 갈등하는 분열된 존재입니다. 이러한 대립 관계는 상상계와 상징계에서 전개되죠.”

  이창재 원장(프로이트 정신분석 원격평생교육원)은 해당 전개 과정이 인간의 성숙함 정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유아기에 이뤄지기에 내면화가 매우 중요해요. 언어규칙, 행동규범 등의 사회적 약속이 상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단계를 충실히 이행해야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어요.” 

  작품 속에서 무의식을 찾는다는 건
  정신분석비평은 정신분석학의 주요 개념을 바탕으로 예술작품을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해 비평하는 방식 전반을 일컫는다. 흔히 비평은 글자 중심으로 특정 학문 개념을 적용해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정신분석비평은 글자 너머 작가의 무의식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평과 차이를 지닌다. 특히 앞서 언급한 상상계·상징계 등의 개념이 등장하는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은 정신분석비평분석에 많이 활용된다. 

  강우성 교수는 정신분석비평이 작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신분석비평은 작품 속 등장인물, 작품이 지니는 개별 이미지가 어떻게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 내재된 심리를 표현하고 있는지 등을 규명하는 거잖아요. 직접 비평에 참여해 봄으로써 자신의 무의식과 욕망도 파악할 수 있어요.”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정신분석비평이 예술작품이나 문화의 심층구조를 파악하는 토대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정신분석비평을 하면 작가의 무의식이 예술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하죠.” 이창재 원장 또한 정신분석비평은 예술작품을 심층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언급했다. “정신분석비평은 작품 너머 존재하는 다양한 무의식을 파악하는 행위잖아요. 작품의 표면적 의미를 초월해 더욱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작품 감상이 가능해요.” 

  성장통 겪었던 정신분석
  프로이트 정신분석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니다. 특히 유아성욕론의 경우 신경증 환자의 정신은 잘 설명할지 몰라도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해 적용하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당대 의사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꿈의 해석』(프로이트 씀) 저술 이후 꿈속 무의식 반영이 증명되면서 정신분석은 사람들에게 차차 인정받기 시작했다. 구조주의 언어학을 접목한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 마르크스주의를 활용한 비판이론 등 후대 철학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아 심리학’과 ‘대상 관계이론’이라는 다양한 접근법도 제시한다. 자아 심리학은 무의식이 아닌 자아를 대상으로 하는 이론으로, 이드와 초자아의 압력으로 손상된 자아를 회복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전통적인 정신분석이론으로 불리며 프로이트의 딸 등에 의해 발전되기도 했다.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 관계이론은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 규명에 초점을 맞춘 이론으로, 특히 양육자와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대상 관계 이론가들은 심리발달의 핵심을 가족에게 의존하는 상태로부터 보다 독립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현대에 들어 정신분석비평이 다양해졌음에도 자기 성찰법과 임상적인 관찰에 그친다는 점에서 타당성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특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프로이트 개인의 독특한 가족사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정신분석은 세상과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문화 현상을 비롯해 모든 학문 분야에 접목해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큰 의의를 지닌다. 오늘부터 아침에 일어나 전날 밤에 어떤 꿈을 꿨는지 적어보며 자신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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