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적인 등록금 결정에 ‘짱돌’을 던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등록금을 지불해야 학교를 다닐 수 있지만 등록금 책정에는 개입할 수 없던 시절이죠. 천막농성, 규탄집회, 등록금납부거부운동 등을 통해 학생사회는 등록금 통보에 반박했을 뿐입니다. 학생사회와 아무런 상의 없이 책정한 등록금을 반대하는 투쟁행위였죠.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는 이러한 투쟁행위를 등록금 결정 전으로 앞당겨준 제도입니다. 지난 2010년 개정된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모든 대학은 등심위를 설치·운영해야 합니다. 등심위는 등록금 결정 과정부터 학생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공식 석상을 만들었습니다. 등록금 산정 및 예·결산 심의 과정에 학생 참여를 보장한 제도죠. 중앙대도 2011학년도부터 등심위를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준비 정도, 의견 수렴 방식, 기록 내용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수두룩합니다.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타대 등심위 협상테이블은 무엇이 우리와 다를까요?

  의제와 전략. 학생 대표자는 재정 자료와 회계 자료 독해 노하우를 축적해야 합니다. 대학은 거대기구며 재정구조가 복잡합니다. 따라서 등심위 회의 기간까지 대학 회계 자료를 완벽히 분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에 서울대 등심위는 총학생회장 외에 학생위원으로 총학 산하기구인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대자연) 위원장이 참여합니다. 대자연은 대학본부의 재정을 들여다보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는 기구입니다. 등심위에서는 총학생회 측을 위한 자문 업무를 수행합니다.

  의견 수렴. 소외된 목소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1월 고려대 등심위는 6시간 밤샘회의를 벌였습니다. 등심위에서 유학생 등록금 인상안의 타당성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총학생회는 지난 2년간 유학생 등록금이 인상됐기에 그동안 확장된 유학생 지원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회의 직후 총학생회는 3년 연속 유학생 등록금 인상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4차 등심위 회의에서 설문조사 자료를 제시하며 유학생 등록금 동결을 주장했습니다.

  기록. 회의록에는 일시, 장소, 발언 요지 및 결정사항을 상세히 기록해야 합니다.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항입니다. 연세대는 중앙대에 비해 학생대표자가 요구한 자료 현황과 설명이 회의록에 자세히 반영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등심위 회의에서 타대 회의록 작성 현황을 제시하면서 보다 상세한 회의록 작성과 안건 표기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2020학년도 등심위. 등심위가 설립된 지 올해로 10년째입니다. 같은 등심위인데도 등심위를 대하는 태도는 대학마다 달랐습니다. 학생사회와 대학본부가 등심위의 가치를 무시하는 순간 등심위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등심위의 무게는 얼마입니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