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주 약사(약학과 90학번)
  • 이웅기 기자
  • 승인 2019.12.0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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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회복으로 가득한 이야기

‘조금 특별한 약국을 통해 일상적인 아픔을 치유한다.’ 이번주 중대신문은 안산시 단원구에서 ‘성은약국’을 운영하는 진정주 동문(약학과 90학번)을 만났다. 그와의 상담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자신이 극복한 경험으로 고객들을 치유하기 위해 물심양면하고 있는 진정주 동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정준희 기자
사진 정준희 기자

약사 유튜브 활동에
책 발간과 건강 상담까지

장학금으로 후배 사랑 아낌없이
소통 위한 강연도

“안녕하세요, 여러분. ‘진약사톡’의 진약사에요.” 카메라 앞에서 차분하지만 밝은 미소를 띤 채 자신을 소개한다. 바로 얼마 전 중앙대에 장학금을 기부한 진정주 동문(약학과 90학번)이다. ‘영상을 올린다고 누가 볼까’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약사 유튜브 활동이 어느새 시간이 흘러 채널 구독자 7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유튜브 활동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건강관리 책을 저술하고 내방 고객과의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성은약국’에 찾아가 그를 직접 만나 봤다.

  -구독자 7만명 달성 미리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사실 영상을 올려도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 생각해 오히려 용기 내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채널을 찾아주셨죠. 또 영상을 보고 상담을 받기 위해 약국으로 직접 방문하는 고객들도 많아졌어요.”

  -어떤 상담을 진행하는지.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찾아오세요. 상담을 통해 그분들의 생활을 살피고 도움이 될 만한 약품과 운동요법을 안내해드리죠. 유튜브를 시작한 후에는 전국에서 방문하신답니다. 원래 데스크에 마주 선 채로 진행했는데 멀리서 온 분들께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 약국 한편에 조그맣게 ‘상담존’을 만들었어요. 그곳에서 하루에 여러 차례 상담을 진행하고 있죠. 힘들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건강 관련 책도 냈다고.

  “누구나 마흔 살이 되면 수필을 쓸 수 있게 된다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나이를 먹으면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그런데 막상 마흔 살이 돼도 쉽게 글이 써지지는 않더라고요.(웃음) 그러던 와중 남편이 수십 년 동안 의약업계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건강을 주제로 써보라고 조언해줬어요. 그래서 지난해 약품과 운동, 심리를 다루며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건강 관련 책 『아파도 괜찮아』를 만들게 됐죠.”

 

  -원래부터 약사를 꿈꿨는가.

  “사실 장래 희망이 약사는 아니었어요. 치대를 졸업해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죠. 돈을 빠르게 많이 벌고 싶었어요. 어릴 적부터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거든요. 치대 입학을 위해 재수까지 했는데 결국 떨어졌어요. 그래도 운 좋게 후기 모집으로 중앙대 약대에 입학할 수 있었죠.”

  -만족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의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좌절돼 항상 아쉬움을 가진 채 살아왔어요.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그 희망을 이뤄볼까 고민도 했죠. 그런데 약국 운영과 육아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학교까지 다닐 여력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사법고시에 도전했어요.”

  -사법고시는 그동안의 삶과 거리가 있는 듯하다.

  “나 자신을 위해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가난과 치대 입학 실패로 인해 어릴 적부터 병든 마음을 가진 채 살아왔거든요. 그 마음이 약국을 운영하면서까지 이어졌어요. 진상 고객이 불평불만을 하면 내가 의사가 아닌 약사이기 때문에 무시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많이 힘들었어요. 나도 무엇인가 이룰 수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사법고시에 도전하게 됐어요.”

  -결과는 어땠는가.

  “1년 정도 열심히 공부한 끝에 1차 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건강 때문에 공부를 마저 이어갈 수 없었어요. 사실 그전부터 많이 아팠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거든요.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한 해를 쉬고 이듬해를 마저 쉬어도 회복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차 시험 문턱 앞에서 포기하게 됐어요.”

  -아쉬움이 상당했겠다.

  “다시 약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시험을 포기한 후 세 달 동안 정말 많이 울었죠. 그런데 점차 생각이 바뀌었어요. 최종 시험까지 도전해 법조인이 됐다면 좋았겠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으면 그냥 이전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내가 왜 지금 지옥에 살고 있는 건가 싶었죠. 이런 깨달음을 통해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어요. 건강이 조금 나아지고 2차 시험을 한 번 더 볼 기회가 있었지만 약국으로 돌아왔죠. 그 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약사 활동을 이어갔어요. 아쉬움을 떨쳐 내고 기쁘게 살자고 다짐했어요. 지금은 몹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답니다.(웃음)”

  -지난달 중앙대에 방문해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선물했다.

  “올해 ‘진정주 장학금’을 만들어 지급 행사를 진행했어요. 해마다 하겠다는 다짐으로 이름을 지었죠.(웃음)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장학금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어요. 후배들은 학비 걱정 없이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장학금 지급을 결심했어요.”

  -행사 후 강연도 진행했다고.
“대외협력처에서 먼저 제안했어요. 제가 강연을 하면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학생들이 지겨워할까 봐 완곡히 거절했죠.(웃음) 장학금에 후배들을 위한 좋은 이야기를 얹어 선물하면 더 좋을 거라고, 강연 자체가 후배들과의 소통이 될 거라고 설득하더라고요. 그 말에 몹시 감동 받았어요. 그래서 결국 강연까지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당시 기억에 남는 후배가 있나.
“장학금을 받게 된 학생이 행사 현장에서 조그마한 쪽지를 주더라고요. 어학연수 계획을 세워뒀는데 선배 덕분에 빨리 갈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죠. 현장에서 급하게 적은 그 쪽지가 저에게는 마치 꽃다발처럼 커다란 감동이었어요. 러브레터 한 장을 받은 기분이었죠.(웃음)”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사실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오랜 시간 자기 분야에 충실하면 어느 순간 대단한 사람이 돼 있을 거예요. 가늘고 길게, 그리고 즐겁게 살다 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어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돼 다시 학교로 돌아와 저처럼 받은 만큼 베푸는 거죠.(웃음) 지난달 제가 금의환향했을 때 느낀 이 감정을 후배들도 꼭 느껴보길 바라요.”


  당신에게 중앙대란?

  “모교에요. 너무 심심한 답변인가요?(웃음) 저에게는 모교라는 단어 자체가 몹시 크게 와 닿아요. 마치 엄마처럼 학생인 저를 키워주고 사회에서 약사로 자리 잡게 만들어준 곳이 바로 중앙대죠. 그리고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가족처럼 기뻐해 주는 곳이 바로 학교더라고요. 지난달 학교에 방문했을 당시 너무나도 뜨거운 환영을 받았거든요. 지금 중대신문과의 인터뷰도 엄청난 환대에요. 제가 받은 만큼 사랑하고 또 추억하는 곳, 바로 제 모교 중앙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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