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문화부는 같은 듯 다른 두 거리를 비교 분석합니다. 걷다보면 웨딩거리부터 귀금속거리까지 특색 있는 거리를 골목골목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번주는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골동품, 구제의류 등을 취급하는 거리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서울풍물시장과 동묘 벼룩시장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시장 환경부터 고객층까지 전혀 다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이색적인 두 장소의 역사부터 전망까지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Focus On!

‘풍물’은 한 지방의 독특한 구경거리나 산물을 뜻하는 단어다. 동대문구 신설동에는 전국의 독특한 구경거리들을 한 데 모아 놓은 장소가 있다. 서울풍물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는 옛 향기 가득한 물품이 건물 안에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물 한 채를 꽉 채운 골동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서울풍물시장 상인과 함께 들어봤다.  

  역사를 판매하다 

  도깨비시장, 마지막시장, 개미시장은 모두 서울시 신설동에 위치한 서울풍물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풍물시장은 다양한 별명만큼이나 변화무쌍한 길을 걸어왔다. 서울풍물시장의 뿌리는 6·25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청계천 주변으로 모여 형성한 노점과 고물상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풍물시장 상인회 양조욱 홍보부장은 서울풍물시장이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역임할 당시 청계천 복개 사업이 진행됐어요. 사업의 영향으로 풍물시장은 동대문 근처로 옮겨졌죠. 동대문에서 자리를 잡아갈 즈음 동대문 공원화 공사로 현재 위치인 신설동으로 다시 이전하게 됐어요.” 각종 공사로 인해 위치가 자주 바뀌면서 현재 시장의 규모는 많이 축소된 실정이다.

  서울풍물시장에는 과거의 흔적이 담뿍 묻어있다. 시장건물의 2층에는 지난 1960년대 상점거리를 재현한 ‘청춘일번가’가 있다. 옛날식 다방부터 5000원 이발소까지 향수를 일으키는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골동품을 주로 판매하는 점포 ‘초록동’에서는 옛서적, 옛날 포스터와 같이 한국 근현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상품 등을 가득 쌓아 판매하기도 한다. 

  건물 안 강강술래

  서울풍물시장은 흔히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장’이라 불린다. 골동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넓디넓은 제품군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시장 내부에 들어서면 점포를 꽉 채운 골동품들이 눈길을 끈다. 점포 하나에 비치된 물품만으로 한 살림 차릴 수 있을 듯한 규모다. 

  양조욱 홍보부장은 시장에서 다루는 제품 중 특히 골동품이 마니아층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한다. “마니아층이 정말 두터워요. 매일 오는 손님은 물론이고 개장부터 마감까지 상점에 머무는 고객도 있을 정도죠. 새로 들어오는 골동품을 다른 손님에게 빼앗길까 걱정돼 계속 방문하시는 거예요.” 

  시장에 모이는 제품의 고향은 방방곡곡이다. 공수 방법도 다양한데 다른 시장에서 직접 물품을 사들이기도 하고 가정에서 버려진 오래된 가구를 수집하기도 한다. 구제 용품 점포 ‘주황동’의 상인 김태규씨는 서울풍물시장에서 약 11년간 구두를 판매해왔다. 건물 1층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해있는 김태규씨의 점포는 잘 닦여 광이 나는 구두로 가득하다. 김태규씨는 구두를 들여오는 데에 독특한 비결이 존재한다고 전한다. “시장에서 신발을 사 오는 방법은 물론이고 정치인 관계자로부터 신발을 제공 받기도 해요.” 

  시장 내부는 구획을 무지개색으로 나눠 손님이 편히 방문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양조욱 홍보부장은 서울풍물시장이 지속적인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한다. “서울풍물시장은 시설이 깔끔하고 체계적이에요. 건물 내부에 위치해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쾌적하죠.” 시장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건물 중앙에 위치한 방송국에서 장내 라디오를 진행할 정도로 실내의 이점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체계적인 시장 구획구조는 시장의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일조했다. 양조욱 홍보부장은 서울풍물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뢰성을 꼽는다. “동묘벼룩시장과 같이 노점 중심으로 구성된 시장은 교환 및 환불이 어려워요. 반면 서울풍물시장은 각 점포에 간판도 있고 위치가 뚜렷하기 때문에 고객과 상인 간 믿음이 있죠.” 

 

  인터넷 장바구니를 기대하며

  서울풍물시장은 최근 ‘상인주말장터’를 개최하며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상인주말장터는 청계천 주변 일대에 일시적으로 노점상을 펼쳐 과거 전통적인 시장의 모습을 재현하는 행사다. 양조욱 홍보부장은 상인주말장터가 풍물시장을 새롭게 홍보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해당 행사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에요. 실내든 길거리든 상품의 가격이 똑같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노점에서 물건을 판매하던 과거 시장의 분위기를 재현해 대중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이태영 초록동 팀장은 서울풍물시장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위한 방안으로 인터넷 판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인터넷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돼야 해요. 서울풍물시장 상품이 굉장히 저렴하고 알차다는 사실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서울풍물시장 상인회는 최근 인터넷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양조욱 홍보부장은 인터넷 서비스 기반 확보를 위해 시장이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정돈된 점포 사진을 인터넷에 업로드할 예정이에요. 상인들을 대상으로 블로그 운영 교육도 시행하고 있죠.” 노력하는 시장, 서울풍물시장이 앞으로 어떠한 발전을 해나갈지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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