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사다리로도 넘기 힘든 벽
  • 노유림 기자
  • 승인 2019.03.31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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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시선에서 동등한가

 

지난달은 중앙대에 막 발을 들인 새내기 중앙인이 대학생으로서 모습을 갖춘 한달이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노력을 했을 여러분께 지면으로나마 찬사를 전합니다. 중앙대의 교정을 밟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나요? 모집 시기에 따라 수시, 정시로 구분되는 대학입학(대입)전형은 학생부, 논술, 실기, 수능 등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대입을 앞둔 학생은 각자에게 맞는 전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전문적인 입시교육과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수험생이 대안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수시 원서를 쓰는 과정부터 녹록치 않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를 가진 학생입니다. 이는 다수의 비장애인에게 ‘일반적’인 입시 과정 때문이죠. 일부 장애학생은 대학 입시 과정에서 전문적 입시 정보를 얻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한 학생은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갈 때마다 충분한 상담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학입학사정관과의 상담은 음성언어로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결국 안내 팸플릿과 입시정보 사이트에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한 학생은 특수학교에 재학했지만 특수교사의 입시 정보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어렵게 수시 서류 전형 1차에 합격해도 아직 다음 관문이 남았습니다. 대다수 수시 전형에서 시행하는 면접 과정이죠. 시각장애를 가진 한 학생은 면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움 받지 못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졌다고 사전에 말했지만 면접 대기실에서 배려 받지 못한 학생도 있습니다. 장애인 등 대상자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수시 전형에 접수한 장애학생은 지원한 대학 측의 배려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는 어떨까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얼마 전 EBS 수능 교재와 강의의 수능 연계도를 70%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EBS 강의의 자막 작업은 아직 완성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수능 연계교재 점역작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비장애인 학생은 수능을 대비해 공부를 시작했지만 시각·청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이들과 같은 속도로 공부할 수 없습니다. 수능에서 장애인 수험생을 배려하는 제도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죠.

  이들에게 ‘장애인을 위한 입시제도’란 높은 벽을 넘기에 너무나 짧은 사다리일 뿐입니다. 수시 중 장애인 등 대상자 특별전형 제도나 정시에 수능 시험특별관리대상자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는 정형화돼 장애학생 개개인의 조건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사다리조차 벽을 뛰어넘는데 부족하다면 그 누가 사다리를 이용하려 할까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봄의 중반기이자 새 학기에 적응하는 시기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날이죠. 이번달은 막 피어나는 꽃에서 잠시 눈을 떼고 ‘생각의자’에 앉으며 시작할까 합니다. 누구보다 조금 더 힘들어야 했던 대입 과정. 그 속에서 겪어야 했던 장애인 학생의 고충을 여러분도 잠시 생각의자에 앉아 함께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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