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언제부터 ‘특권’이 됐나

장애학생 자기결정권 강조한 미국

장애는 단순히 ‘특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특징 하나가 이들에게 ‘당연함’을 ‘당연하지 못하게’ 만들곤 한다. 특히 교육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분야이며 그중 장애학생이 넘어야 할 대학 입시의 문턱은 유독 높다.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애학생 대학의 진학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비장애인 학생의 대학 진학률에 비해 여전히 저조하다. 우리나라는 장애학생의 고등교육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했는지 짚고 해외 국가는 이들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전문가와 살펴봤다.

 교정에 들어오지 못한 지원정책

 국가가 장애학생의 고등교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시점은 특수교육대상자 대학특별전형제도가 시행된 지난 1995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후 1998년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통해 대학에 다니는 장애학생의 실질적인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수교육진흥법 제10조에 의해 ‘장애인 대학 입학 특별전형’으로 입학하는 장애학생은 정원 외 특별전형 대상자인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된다. 

 특례입학제도가 마련됐지만 장애학생은 여전히 대학 입학 과정에서 불이익을 경험한다. 특수교사 A씨는 장애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에 갈 수 있는 장애학생은 많지 않아요. 특수교육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나 발달장애가 있어 고등교육이 어렵죠.” 교육부 ‘2018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급별 특수교육대상자에 시각장애와 청각장애학생의 비율은 5.8%임에 비해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학생의 비율은 67.1%에 달한다. 그는 특별전형만으로는 모든 장애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수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립특수교육원의 보고서 ‘고등학교 장애학생의 대학 진학 준비과정 분석’은 대학 진학 과정에서 장애학생이 겪는 부당함을 정리했다. 우선 대학 측에서 장애가 심하거나 특정 장애 유형을 가진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 지원하기 힘들다며 입학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 학생이 장애로 인해 졸업 후 취업이 어렵다거나 지원 학과에서 요구하는 학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입학 거부의 이유로 삼았다고 제시했다. 

 대학 진학의 높은 벽은 비단 정신장애학생만의 고민이 아니다. 신체장애 학생 역시 비장애인과 동일한 학습 환경에서 현실적 제약과 마주한다. 국립특수교육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학생 4개의 교수·학습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이얍’(blind.nise.go.kr)을 통해 시각장애를 앓는 학생은 EBS 방송교재 점역 파일 및 시각장애 대체 자료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 교사 C씨는 이처럼 신체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제도 또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학생이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들을 때 이들을 위한 수업 지원이 미비한 실정이에요. 수업 내용을 수화로 직역해준다거나 보조 교사가 일대일 도움을 주는 등의 지원제도가 거의 없죠. 국가 차원에서 장애학생의 학습이 용이하도록 돕는 정책을 확대해야 해요.”

 ‘특별전형제도’보다 특별한 그들의 교육 방침 

 몇몇 해외 국가는 국내에 비해 장애학생의 대학 진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그 대신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부터 ‘개별화전환교육계획팀’을 운영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능력과 적성에 맞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정은씨(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박사과정)는 국립특수교육원 월드리포트를 통해 미국 내 장애학생의 고등교육 진학 실태를 분석했다. “미국 교육부에서 제공한 장애인 고등교육 진학 현황에 따르면 약 99%에 이르는 대학기관에 장애학생이 등록돼 있어요. 입학한 학생들의 장애 유형을 보면 학습장애가 86%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주의집중장애가 79%, 지체장애가 76%, 정신장애가 76%로 많았죠.”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정신장애학생의 대학 진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담론이 형성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미국에서 장애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미국 고등학교는 고등교육기관 진학을 대비하기 위해 총 세 가지 단계를 가진 운영 모델을 적용한다. 해당 운영 모델은 경향성 파악 단계, 탐색 단계, 선택 단계로 이루어진다. 장애학생은 본인이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진학 가능한 대학의 정보를 수집해 자율적으로 대학을 선정하게 된다. 이렇듯 미국은 장애학생의 자기 결정 능력을 대학 진학의 필수적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탐색 단계에서 대학 기관의 학습지원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검사지를 활용한다. 해당 검사지는 구체적인 항목을 적시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기관이 「재활법」에 근거해 장애학생을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돕는다. 고등학교 교사 C씨는 이러한 미국의 진학 지원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장애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정책은 장애학생이 대학 진학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죠. 우리나라는 막상 장애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장애 지원제도가 미비함을 알기도 하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도 적지 않다. 그는 장애학생이 교사와 함께 미리 대학을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대학을 선정할 때 장애학생이 지원할 대학을 직접 방문하는 과정도 중요하게 여겨요. 실제 대학의 위치나 학생이 공부할 강의실, 도서관을 둘러보는 과정을 제도적으로 체계화하는 방법도 도움이 되죠.” 미국의 사례는 특례입학제도만이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책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이들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이제는 ‘장애’ 학생이 아닌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어디까지나 장애는 특성에 지나지 않기에 장애 유형과 경중이 차별의 근거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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