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앤컴리서치가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총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진로와 취업 문제'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습니다. 선배의 조언과 많은 정보 교류는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줍니다. 학생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학내 커뮤니티가 그 연결 다리 역할을 하죠. 중앙대 커뮤니티는 학생들의 고민을 해소해주고 있을까요? 중앙대에 존재하는 커뮤니티들을 분석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또한 다른 대학의 사례를 통해 중앙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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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총학이 움직이는 곳
학생들만의 아고라는 없었다

새로운 장을 찾는 목소리
‘우리’의 창구는 열릴 수 있을까


 

 

징검다리는 서로 떨어져 있는 뭍과 뭍 사이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학교에서 징검다리는 학내 커뮤니티다. 커뮤니티는 학교와 학생, 졸업생을 연결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학교 내외의 여러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중앙대에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학생들이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에브리타임 중앙대(에타)’와 학교 홍보팀에서 운영하는 ‘중앙인’,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중대중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커뮤니티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은 제각각이었다.

  자유보단 옳음이 서는 곳

  ‘중앙인’은 학교 홍보팀에서 관리 및 운영하는 중앙대 공식 커뮤니티다. 지난 2008년 재학생과 동문의 건의를 받아 학교 측에서 만들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직원, 동문 등 교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커뮤니티예요. 정보 공지뿐 아니라 직접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죠. 또한 올해 초엔 취업·고시·진로 게시판, 학업 게시판 등을 부각해 홈페이지를 개편하기도 했어요.” 홍보팀 조윤경 직원은 중앙인이 교내 구성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인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만큼 게시판과 게시글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진다. 중앙대 「홈페이지 운영 내규」에는 ‘불건전한 게시물에 대한 기준 및 처리 절차’와 ‘불량이용자에 대한 제재 기준 및 처리’ 등이 명시돼 있다. 지난 9월 중앙인에 중국인 유학생을 향한 혐오 글이 올라왔을 때 학교 측의 대처가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학교에서 개설하고 관리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정제된 내용의 게시글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중앙인의 특징이에요.” 조윤경 직원은 혐오 표현이나 욕설, 비방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중앙인 자유 게시판 ‘청룡광장’에는 학교 전반이나 시설, 행정에 대한 문제 제기 글이 주로 올라오고 있다. 분실물을 알리는 글이나 아르바이트, 실험 모집 글도 종종 올라온다. 하지만 학생들은 사사로운 일상까지 공유하는 장소로 중앙인을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소순오(경영학부 1)학생은 사담보다 정보 확인을 위해 중앙인에 들른다고 전했다. “사담을 나눌 때는 익명 게시판 기능이 발달한 에타가 더 편한 것 같아요. 중앙인은 학생들끼리 담소를 나누기보단 학교 소식을 전하거나 건의 글이 올라오는 분위기라 사담을 나누기 부담스럽죠. 유머 게시판만 봐도 한 페이지 정도로 활성화돼있지 않아요.” 실제로 중앙인의 하루 평균 게시글 수는 20개, 방문자 수는 500명 정도로 집계됐다.

  얼기설기 짜인 매듭

  반면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학교 생활에 대한 정보나 학내외 이슈에 대한 토론뿐 아니라 연애나 고민 상담 등 사적인 이야기가 활발히 올라온다. 자유로운 분위기상 욕설이나 혐오 표현, 성적인 표현도 가감 없이 쓰인다. 커뮤니티 이용규칙에는 욕설과 혐오글, 성적 비하, 불건전한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게시글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인기 글을 모아놓은 게시판에서도 ‘X신’, ‘X발’ 등의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타의 제재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양종원 학생(기계공학부 1)은 에타의 제재 방식으로 스크랩해둔 정보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에타는 신고가 누적되면 게시글의 내용과 상관 없이 게시글 삭제와 사용자 제재가 이루어져요. 에타 측에 이를 해명할 창구도 전혀 없죠. 단순히 제 글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신고를 당했고 게시글과 스크랩해둔 정보글이 모두 삭제됐어요.”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중대중심’은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총학 산하기구 홈페이지를 한곳으로 통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9월 개설됐다. 사이트가 개설된지 일 년이 넘었지만 학생들이 중대중심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A학생은 중대중심 사이트 접속에 어려움을 느꼈다. “중대중심에서 사물함 신청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이버 같은 포탈 사이트에 ‘중대중심’을 검색해도 사이트 링크가 바로 뜨지 않아 접근하기가 어려웠죠.”

  서울캠 총학생회 이송주 부회장은 중대중심이 학생들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중앙대 포탈 아이디를 가진 중앙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중대중심을 이용할 수 있고 학생들이 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도 있어요.” 실제로 중대중심에는 학생들이 익명으로 투고할 수 있는 게시판도 있었지만 메뉴의 대부분은 정보 교류나 잡담보다는 총학생회에 관한 내용이었다. 중대중심은 학생들 간 소통의 장보다는 학생들과 총학생회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묻혀 버린 커뮤니티

  결국 중앙대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혐오 표현과 인신공격은 제재되는 커뮤니티는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양종원 학생은 새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직접 커뮤니티를 제작했다. “다른 학교와 달리 제대로 된 커뮤니티 사이트가 없어 항상 아쉬웠어요. 다른 학생들도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지난 9월에 커뮤니티 ‘앙플’을 만들었죠.”

  양종원 학생은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것은 유용한 정보의 축적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의 발자취나 졸업생의 취업후기는 그것들이 쌓였을 때 빛을 발하고 엄청난 가치를 가져요. 한 회사가 여러 학교를 관리하는 에타에서는 이런 정보가 축적되고 분류되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했죠.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유예요.” ‘앙플’에는 정보 공유 게시판 뿐 아니라 토론 게시판과 새내기 가이드 게시판 등 학생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학사일정과 학교 관련 홈페이지 배너를 한 눈에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앙플은 한 달간의 운영 끝에 결국 문을 닫았다. “모든 커뮤니티는 이용자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요. 앙플은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았죠. 결국 개인 차원에서 유지비를 감당하기가 힘들어 폐쇄하게 됐어요.” 양종원 학생은 커뮤니티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앙플’의 가입자 수는 6명이었고 일평균 방문자 수도 1~2명에 그쳤다.

  지난 2015년에 문을 연 커뮤니티 ‘중대사랑’ 또한 시들해진 분위기다. ‘중대사랑’ 홈페이지 소개 페이지엔 ‘우리도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커뮤니티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만들었다’, ‘학생회나 학교와는 상관 없으며, 개인정보는 중앙대생이라는 것만 확인한다’고 적혀 있었다. 자유 게시판, 익명 게시판 뿐 아니라 강의 자료와 동아리 소개 등 게시판이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흔적이나 최근 이슈에 대한 글은 찾기 힘들었다. 현재 커뮤니티에 일반 학생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것 또한 어렵다. 회원 가입 버튼을 누르면 ‘회원 가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상황이다.

  이송주 부회장은 학내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홈페이지 활성화에 관해 학생들의 요청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총학생회 역시 지속적인 노력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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