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는 해외 만화 복제물을 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무료라는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바로 어제 개봉한 영화를 클릭하고 지난주에 놓친 예능 프로그램도 불법으로 내려받습니다.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으로 가득한 하루였지만 딱히 죄책감을 갖진 않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불법인 줄 알면서도 무시하는 저작권. 우리는 왜 누군가의 창작 노력이 담긴 작품으로 공공재로 여기고 있는 걸까요? 저작권 침해의 행태와 원인, 그리고 해결방안을 알아봤습니다.

의식 없는 행동에

상처받는 창작자

커지는 불법 유통시장

대응에도 계속되는 피해

저작권 침해의 현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단 한번도 저작권을 침해한 적이 없는가? 유튜브에 올라오는‘최신가요 노래 모음’듣기,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최신 영화 무료 페이지 접속, 인터넷에서찾은 방송 무료 다시 보기. 이 중에서 하나라도 경험했다면 당신은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저작권 침해는 습관화됐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무심코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과 그 돌에 맞은 저작자의 이야기를들어봤다.

  저작권 침해= 서서히 퍼지는 독

  영화를 좋아하는 A씨는 종종 불법 공유사이트를 통해 영화를 시청한다. 처음 불법다운로드 경로를 알게 된 건 지인을 통해서였다.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다길래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3분 만에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어요. 편리하고 돈도 들지 않아서 애용하고 있죠.”한국 영화, 외국 영화, 애니메이션 등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본 제작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영화를 불법으로 내려받지만 딱히 죄책감을 느끼진 않는다.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데 왜 굳이 돈을 내고 영화를 봐야 하냐는 생각이 들죠. 주변에 저처럼 불법으로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친구도 많아요.”저작권을 향한 사회의 미숙한 인식 수준은 자신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 하는 사람을 만들어냈다.

  불법 내려받기 앞에 음악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B씨는 무료로 음악을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원을 내려받는다.“ 신곡이 나오면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무료 음악 애플리케이션에 음원이 올라와요. 내려받을 수 있는 음원 종류도 무궁무진하죠.”그의 휴대전화에는 방금 나온 아이돌 노래부터 유명한 해외 가수 음원까지 다양한 음악들 저장돼 있다. 물론 그의 돈은 단 한 푼도 들지 않았다.

  B씨는 정식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어디에서든지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굳이 돈 들여가면서까지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죠. 음원을 무료로 내려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그는 음악을 일종의 공공재로 여기는 듯 보였다. 모든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노고가 담긴 저작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창작자를 고려하지 않은 문화 행위는 이곳저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 저작권보호원이 발표한‘2017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만 13~69세 인구의 2016년 불법 복제물 이용 경험은 약 42.4%로 추정된다. 불법 복제물 경험이 가장 높게 나타난 분야는 영화였고 그 뒤로 방송, 음악, 게임 등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당연하듯이 돈을 주지 않고 타인의 창작물을 소비하지만 그 맞은편엔 저작권을 침해받는 사람이 있다. 웹툰 작가 C씨는 불법 유포에 멍드는 웹툰 업계의 분위기를 들려줬다. “웹툰 작가의 수익이 불법공유 사이트 때문에 점점 줄고 있어요. 심지어 수입이 반 토막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적도 있죠.”빠르게 퍼지는 웹툰의 불법복제는 작가의 불안감을 증대시켜 콘텐츠 제작 환경을 저해하고 있다.

  불법유포의 거대한 그림자
  웹툰 플랫폼 D사이트는 지난해 구글, 소셜미디어 등을 감시해 불법 게시물 약 458만건을 적발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불법게시물 적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D사이트 관계자는 불법 게시물 적발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약 189만건에서 하반기 약 268만건으로 약 41% 증가하면서 앞으로의 추세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불법복제물과 불법 공유 사이트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적발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죠.”

  불법 복제물 시장 규모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 2016년 불법 복제물 시장 규모는 약 4229억원으로 2015년 대비 약 15.2% 증가했다. 산업별로 구분해보면 출판 산업이 약 1726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보였고 음악 산업이 약 1470억원, 영화산업은 약 488억원 규모였다.

  개인의 불법 복제 행위는 국가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다. 불법 복제 행위로 인해 국내의 직·간접적인 생산유발 효과가 감소한 것이다. 생산유발 효과란 특정 산업의 서비스를 향한 수요가 그 산업과 관련된 다른 부문의 제품생산까지 끼치는 영향을 일컫는다. 실제로 불법 복제 행위에 의한 우리나라의 2016년 콘텐츠 산업 내 생산 감소는 약 2.5조원이었으며 관련 산업은 1.5조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 불법 복제 행위가 합법적인 저작물 시장에 큰 타격을 줘 사회의 생산력과 부가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상실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너
  불법 복제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D사이트는 불법 공유 사이트 192개를 정부에 차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D사이트 담당자는 불법 공유 사이트를 심의하는 기간이 길어져 피해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작rk가 공들여 만든 신규 웹툰이 올라가면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불법 공유 사이트에 똑같이 올라오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당국에 신고하면 차단을 위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심의를 진행해요.”수개월 뒤 심의가 끝나 사이트가 차단돼도 불법 공유 사이트는 새로운 외부링크를 만드는 식으로 운영을 계속해 실질적으로 해결이 되지않는 실정이다.

  웹툰 업계에서 불법 유포의 피해가 계속되자 웹툰 작가도 단체 대응을 시작했다. 작가들은 페이스북 그룹‘불법 공유 사이트 피해자 모임’을 개설해 피해 작가를 중심으로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저작권 침해에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자 작가들이 직접 활동에 나선 것이다.

  안효질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불법 공유 사이트 차단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복잡한 심의절차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행 불법 복제물 접속차단 절차에 따르면 저작권 보호원 내 저작권 보호 심의위원회가 직접 사이트 제공 회사에 불법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라는 경고를 내리지 못한다. “먼저 저작권 보호 심의위원회에서 불법 공유 사이트 차단을 심의해요.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심의를 올려서 끝나면 인터넷망 제공 회사에 차단하라고 시킬 수 있죠.”

  정부에서 불법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려고 노력해도 추적하거나 직접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신창환 법률상담관은 불법 공유 사이트가 해외에서 아이피를 갖고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폐쇄해도 서버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서비스를 계속하거나 해외로 서버를 이전해 단속을 피하고 있어요. 수사당국이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에 위치한 불법 공유 사이트를 단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이헌희 연구원은 불법 공유 사이트 수사를 위한 해외공조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보편적으로 다른 나라와 수사 공조가 있으려면 마약과 같은 큰 사건이 있는 경우여야해요. 물론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도 큰 범죄지만 다른 나라에 소환과 수사를 협조받기에 부족한 현실이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길은 아직 멀어보인다. 저작권은 저작물에 대한 단순한 권리 보호가 아니다. 저작권은 저작자의 철학과 정신이 담긴 작품을 보호하고 창작과정에 들인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에 대한 나름의 보상을 하는 것이다. 저작권 침해가 계속된다면 창작자의 창작 의지를 꺾어 결국 우리는 많은 지적 저작물과 문화 작품을 향유할 수 없게 된다.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저작권을 지키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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